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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Jan 12. 2021

[여행기] 현무암에 제주를 새기다
- 금능석물원

[취재/글/사진] [제주 이야기]


현무암에 제주를 새기다 - 금능 석물원




제주에서 길을 걸을 때면 발에 치일만큼 돌이 흔하기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현무암으로 만든 특별한 작품을 아는지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은 99% 가까이 돌하르방에 수렴한다. 금능리에는 제주도만의 흔하디 특별한 돌인 현무암을 활용하여 이런저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 하르방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돌을 깎아 전시한다는 그를 찾아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지만, 금능석물원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한평생 돌을 두들겨온 석공예 명장 장공익 선생은 60년 동안 이곳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인생이 담긴 석물원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게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공원 곳곳에 자유롭게 전시된 작품들은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박물관처럼 딱딱한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의외로 친근하게 꾸며진 석물원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석물원의 작품들은 제주 설화 속 이야기와 제주 서민들의 옛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길을 따라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그 속에 담긴 명장의 익살과 해학이 느껴진다. 공원 뒤쪽 좁은 골목길까지 꽉꽉 들어찬 조각에서 관람객은 명장의 열정을 읽어낼 수 있다. 돌로 만든 조각은 조금 투박해 보이지만 그조차도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명장은 제주의 돌이라 불리는 현무암에 인생의 희로애락과 제주인의 삶을 고스란히 새겨놓았다.



석물원 안에 위치한 작업장에서는 명장의 둘째 아들인 장운봉 씨의 석공 작업이 한창이다. 그는 명장의 뒤를 이어 석물원에서 석공 일을 하고 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작업을 마치고 나온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비가 오는데도 작업을 하고 계시네요.

이 정도 비는 상관없어요. 큰비만 아니면 매일 나와서 작업을 해요. 비가 많이 와도 나오긴 하는데 아무래도 전기를 쓰는 일이 조금 있어서 그럴 때만 작업을 쉽니다.


아버지(명장)께선 오늘은 안 나오셨나 봐요.

아버지는 이제 작업은 못 하세요. 연세가 있어서 그만두셨고 대신 제가 석물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원래 석물원에 들어갈 작품은 아버지가 만드시고, 저는 돌하르방이나 해녀상, 여인상을 만들어 그걸 판매하는 일만 주로 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가 그만두시고 나서는 제가 간간이 석물원에 배치할 작품도 만들고 있어요.



석물원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지금의 석물원 입구 쪽에서 소소하게 조각상 판매를 하셨어요. 사람들이 보고 구매할 수 있게 조각을 전시해둔 거죠. 그런데 그게 한 점, 두 점 늘어나면서 지금의 석물원이 된 거예요. 처음엔 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된 거지만 지금은 사명감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석공 기술은 아버지에게 배우신 건가요?

그렇죠. 아버지가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셔서 저에겐 스승이나 마찬가지예요. 제가 스무 살쯤부터 아버지 일을 돕기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몸에 배서 28년 동안 작업해왔네요.



석공 일이 힘들진 않으세요?

아무래도 좀 힘들긴 하죠. 고된 일이니까. 겉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예술 하는 분들을 보면 항상 고파요, 고파. 그래도 하다 보니 재미 들려서 계속하고 있어요. 작품이 완성되면 성취감이 있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고되고 힘든 거 같지만 이것도 하다 보면 몸에 배서 요령이 생겨요. 


석공으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버지처럼 명장이 되는 게 제 바람이고요. 명장이 되지 못해도 한 곳에서 대를 이어 같은 일을 쭉 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아버지의 업적을 계속 지켜나가고 널리 알리는 게 자식 된 도리잖아요.



얼굴과 옷에 돌가루를 잔뜩 묻힌 채로 그는 환하게 웃음 짓는다. 이미 그에게 돌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이다. 비록 장공익 명장은 만나지 못했지만, 그의 아들도 명장 못지않은 열정으로 석공에 임하고 있어 가슴 한쪽이 뿌듯해진다. 제주와 돌을 사랑하는 부자(父子)의 작업을 통해 제주인의 삶은 돌에 새겨지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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