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EM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먼지 Jan 11. 2021

[자작시] 아이들의 섬

[자작시]




아이들의 섬          



누군가가 아이들의 섬을 만들자고 했다

솜이불 속에서 곤히 자던 아이들은

낯선 섬에서 잠을 깼다     


아이들은 꽃밭에서 뛰놀고 열매를 따먹으며 살았다

배가 고픈 아이들은 짐승을 잡아먹었다

아이들은 동물을 사냥하는 법을 익혔다     


아이들은 식량을 모두 똑같은 양으로 배분했다

배고픈 아이는 새벽녘 고기 한 점을 집어먹었다

아이들의 첫 재판

먹은 고기만큼 살을 베어내자

아이들은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웠다     


굶주린 아이들은 돌 위의 이끼를 핥으며 연명했다

아이들을 구하려던 선장은 이끼를 곁들인 별미가 되었다

아이들은 죽지 않는 법을 알았다     


그곳엔 더이상 아이들이 살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평] 한 무더기 똥의 대물림 : 삶, 죽음의 선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