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의 반항을 시(詩)로 치유하다

by 해림


“교장 선생님, 잠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2학년 남학생 반 담임 선생님이 문도 채 열지 못한 채 밖에서 머뭇거리신다. 열린 문틈 사이로 고개를 푹 숙인 학생 몇 명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선생님을 안으로 모셨다. 자리에 앉기도 전, 선생님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려 온몸에 힘을 주고 계셨다. 나는 차가운 냉수 한 컵을 건네며, 들끓는 감정이 조금이나마 가라앉기를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선생님은 올해 우리 학교에 발령받은 초임이셨다. 고등학교에서의 기간제 경력은 있으셨지만, 중학교의 생리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특히 ‘중2 남학생’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대하는 실전 능력은 이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고등학교에 계시다 중학교 남자 반을 맡으니 더 힘드시죠?”

나의 한마디에 선생님은 참았던 숨을 내뱉듯 답하셨다. “제 눈높이가 너무 높았나 봅니다.

이 아이들을 그저 천진난만한 강아지들이라 생각하고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질문 한 마디에 스스로 처방전을 내리는 젊은 교사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짠했다.


아무리 고함을 쳐도 빤질거리며 자리에 앉지 않고, 희롱하듯 말대꾸를 하는 무리 앞에 홀로 선 교사의 고립감을 나는 잘 안다.


나는 선생님께 “힘들 땐 언제든 교장실로 아이들을 보내라”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가끔은 수업 내용보다 그저 아이들 앞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는 나만의 노하우를 전하며 선생님을 배웅했다.


선생님이 나가고 교장실에 남겨진 아이들은 교실에서의 기세는 간데없이 기가 팍 죽어 있었다. 하지만 입을 떼자마자 쏟아내는 변명은 예나 지금이나 판박이다. “별로 안 떠들었어요.” “저희만 잡혀 온 거예요, 억울해요!” 지질한 변명을 늘어놓는 아이들에게 나는 역지사지의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서른 명이지만 선생님은 혼자야. 한 명이 조금씩만 떠들어도 선생님은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니? 너희가 교탁 앞에 서 있는데 학생들이 히죽거리며 말대꾸하면 기분이 어떻겠어?”


아이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훈계가 끝나고 분위기를 조금 풀어주니, 내 눈치를 살살 보며 다시 자기들끼리 낄낄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뒷모습에는 대문짝만한 문구가 적혀 있는 듯했다. ‘저희도 저희를 모르겠어요. 반항과 혼돈으로 몸부림치는 사춘기니까요!’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주말에 보았던 영화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의 주인공 ‘리키’가 떠올랐다. 사고뭉치 리키는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17자의 짧은 시, ‘하이쿠’로 적으며 마음을 치유한다.


우리나라의 시조보다도 짧은 그 압축적인 형식이 어쩌면 이 생각 많은 중학생 아이들에게 딱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반성문은 쓰는 아이나 읽는 교사나 고역이지만, 딱 17자라면 아이들의 엉뚱하고 발랄한 진심이 오롯이 담길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교장실에 오는 녀석들에겐 하이쿠를 적어오라는 미션을 줘야지.’


어느새 나는 다시 찾아올 사고뭉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반항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만 있다면, 내 몸속에 생길 뻔한 사리 백 개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얘들아, 너무 많이는 반항하지 말거라. 대신 멋진 시 한 편 준비해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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