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6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 있는 학교다. 하지만 지리적 여건상 전면적인 리모델링이나 개축이 어렵다 보니, 그놈의 전통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학교 구석구석에는 시대별 증축의 기록이 남아 있다. 과거 학생 수 증가에 맞춰 건물 일부를 늘렸고, 십여 년 전에는 운동장 한편에 급식실과 강당을 덧붙였다.
문제는 이렇게 건물을 서로 잇는 지점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만나다 보니 이음새가 어긋난 것이다. 작년에 방수 공사를 마쳤다는 건물은 개학 첫날부터 연결 부위에서 비가 샜다.
취임식 날, 강당으로 향하던 길에 마주한 누수용 양동이는 학교의 노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구관과 신관을 잇는 통로의 바닥 높이가 고르지 못했는데, 그중 4층 연결 지점의 단차는 누구든 발목을 삐끗하기 쉬울 만큼 위험했다.
나 역시 부임 초기에 복도를 지나다 발을 헛디뎌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지금이야 그 지점을 미리 알고 조심하지만, 처음 이곳을 지나는 이들에게는 불친절하고 위험한 길임이 분명했다. 낮은 천장 또한 큰 걱정거리다. 60년 전 기준에 맞춰진 천장은 요즘 아이들의 체격에 비해 너무 낮았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키가 180cm가 넘는 학생이 복도에서 가볍게 뛰다가, 낮게 내려온 천장 보에 머리를 부딪쳐 상처를 입은 것이다.
아이의 부주의를 탓하기보다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당장 천장을 높일 수는 없었지만, 수십 년간 방치되어 온 복도의 단차만큼은 바로잡고 싶었다.
행정실과 협의하여 즉각 바닥 보강 공사를 시작했다. 경사진 바닥을 완만하게 메워 단차를 없애고, 누구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시공했다.
낮은 천장 보에는 ‘머리 조심’ 경고 스티커를 붙이고 미끄럼 방지 장치도 꼼꼼히 설치했다. 이제는 누구라도 발목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고, 장신의 농구선수가 오더라도 경고 문구를 확인하고 스스로 고개를 숙여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공사를 마무리하며 고전의 한 대목인 ‘차지호리 유이천리(差之毫釐 繆以千里)’를 떠올렸다. “터럭만큼의 실수가 천 리나 되는 엄청난 잘못을 초래한다”는 뜻이다. 작은 미흡함을 제때 바로잡지 않고 내버려 두면,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로 돌아온다는 경고다.
복도의 단차 때문에 매일 큰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수십 년간 이 길을 지나며 학생들이 느꼈을 미세한 불안감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이런 문제를 방치했던 이들을 탓하기보다, 나라도 이 작은 위험을 막았으니 다행이라 여긴다.
어찌 보면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위험한 자리를 더는 보고 싶지 않은 내 마음 편하자고 서두른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교장의 마음이 편안해야 학교도 평안해지는 법이니, 이 또한 학교의 안전을 지키는 나만의 방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