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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투표, 그리고 15% 할인쿠폰

21대 대통령 선거,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by 고굽남

고깃집 사장이 장사보다 정치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뉴스와 유튜브 영상이 강력한 끌림으로 나를 부른다. 때론 분노하고, 때론 환호하고, 때론 설렌다. 정치가 영화보다 재밌고, 감동적인 요즘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현실은 매일매일이 그야말로 '충격적'이고, '역동적'이다. 일희일비하게 만들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깊숙이 쳐 박아둔 옛 사진첩을 꺼내들 듯, 나의 정치적 신념, 견해, 생각들이 밖으로 하나 둘 뛰쳐나오기 시작한다.


"아무도 통일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통일'을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통일'에 대해 소리 높이지 않는 듯하다. 통일 방법론을 두고 연합제, 연방제, 흡수통일 등 다양한 목소리로 서로를 비판하고 공격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남북통일'은 불필요하고 의미 없다고 생각하거나,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제는 '통일'보다는 '평화공존' 정도만 돼도 괜찮다고 여기는 듯하다. 사실, 나도 과거에는 '열혈 통일지상주의자'였지만, 지금은 되면 좋고 안되면 사이좋은 '이웃'만 돼도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찝찝하다. 역사적으로 5천 년 언어, 문화 공동체를 이루었고, 오랜 세월 국가공동체로 하나였는데, 1백 년도 안된 분단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보는 시각은 동의되지 않는다. 남북이 합쳤을 때 얻는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효과는 가늠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통일' 담론이 사라지는 것은 유감이다. 다만, '남북 화해', '경제협력'을 주장하는 정당과 후보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전히 정치적 반대세력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정당과 후보가 있어서 통탄할 노릇이다.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나고,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좋겠다.


"정말 새로운 판이 형성되기를..."

이번 6.3 선거는 구조적인 정치변화가 기대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져 온 정치역사는 반민주독재였다. 87년 6월 민중항쟁으로 뒤로 물러서던 독재세력은 91년 3당 합당으로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 후신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탄생했고, 윤석열에 이어 지금의 국민의 힘으로 이어져왔다. 여기에 맞섰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은 단 한 번도 압도적 승리를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 정권의 개혁은 늘 지지부진하거나 반대여론 속에서 힘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 선거제도 개혁도, 검찰개혁도, 사법개혁도 교육개혁도.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국민의 힘의 분열과 세력약화가 예상된다. 다음 총선에서는 녹색당, 진보당, 민주노동당 같은 진짜 진보세력이 국회에 많이 입성하길 기대한다. 민주당은 막강한 행정, 입법권력으로 진짜 진보세력의 원내진출을 위한 정치개혁을 이룩했으면 좋겠다. 보수라는 허울로 온갖 부정, 부패, 범죄로 기득권을 유지했던 국민의 힘은 세력을 상실하기를 기대한다. 고기 불판 갈아치우듯이, 새로운 정치 판이 형성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무조건으로 윤석열에게 표를 주었던 분들이 이번선거에서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리고 죽어간 분들 덕택에 얻게 된 소중한 '한 표'로 민주주의를 짓밟는 반인륜적 범죄자들을 다시 최고의 정치권력자로 만드는 데 사용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좀 더 수준 높은 윤리와 청렴을 갖추고, 사적 욕망보다 공적 헌신성을 발휘할 정치적 리더가 선출되길 기대한다. 내 재산 증식이 주는 기쁨보다 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할 때 더 행복감을 느끼는 정치적 리더를 기대한다.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꿈꾼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꿈꾼다. 다수가 그렇다고 동의하거나, 어쩔 수 없는 동의를 강요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변화하길 기대한다. 다양한 정치적 의견에 대해서 '종북 빨갱이'로 몰아가는 반북이데올로기가 사라지길 바란다. 경쟁만이 발전의 원동력이고,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출세하고 돈 많이 벌 수 있고, 그것이 당연하고 공정하다는 '무한경쟁 지상주의'가 완화되길 바란다. 경쟁보다는 협동의 원리가 더 큰 사회적 부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념이 확대 강화되길 바란다. 직장협의회, 노동조합등 다양한 형태의 약자 이익실현 조직이 확장되길 바란다.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보다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더 많이 생겨나고 성장하길 바란다.

시험에서 1등만이 우수한 인재이고 능력자라는 '공식'이 해체되길 바란다. 학벌주의가 완화되길 바란다. 성실하고 성심을 다해 능력이 인정된다면, 고졸 노동자도, 서울대 출신만큼 승진하고 연봉 받을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길 바란다. 끝 모를 탐욕이 자신과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념이 확산되길 바란다. 최저생계비와 기초생활조건이 안 되는 약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와 공공정책이 결국은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길임이 명확해 지길 바란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에게 더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하는 정책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이념이 확산되길 바란다. 라이선스 가진 직종의 일부 집단들에게서 보이고 있는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이 쇠퇴하길 바란다.


"시급히 지역화폐 재정지원 하기를"

무엇보다 나에게 절박한 것은 장사 좀 잘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경기 좀 살려달라는 것이다. 골목경제를 순환시켜 달라는 것이다. 시급히 지역화폐 재정지원 정책을 실현해 주길 바란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지원정책은 없어 보인다. 이자를 약간 지원해서 시중은행보다 약간 저렴한 이율의 대출이거나, 대출승인 조건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 핵심이다. 소상공인들에게 급한 불을 끄게 만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지원정책은 아니다. 소비를 진작시키고 경기를 살리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소상공인 지원은 매출을 증진시키는데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참여는?"

나는 관중석에 앉아서 그라운드에 뛰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욕도 하고 평가도 한다. 내가 지지하는 선수에게는 지지와 환호를 보낸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선수에게는 야유와 분노를 보낸다. 스포츠 경기와 다르게 정치는 내 삶과 연관된다. 나만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과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더 멀리는 내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까지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래서 그냥 관찰자로 그냥 관객으로만 있어서는 안 된다. 참여와 구체적인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 뉴스를 보고 유튜브를 보는 소비패턴에서부터 참여가 필요하다. 팩트가 아닌 것에는 팩트가 아니라고 댓글을 달아주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공동체 전체의 공익에 반하는 행위와 말에 대해서는 적극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가게 직원과 아르바이트 생들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6.3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15% 할인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다. 수많은 분들의 생명과 피땀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해서 얻은 이 소중한 '한 표'가 민주주의를 더욱 꽃 피우는데 쓰이길 간절히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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