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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Oct 02. 2021

어떤 육아서를 읽어야 할까?

추천 육아서 5권!

돌이 조금 안 된 아이를 키우는 친한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언니, 육아서 어떤 걸 봐?”


“으응?.. 글쎄, 아무 책이나 그냥 보면 되지 않을까. 어떤 점이 궁금해서 육아서를 보려는 거야?”


“돌이 지나면 인지 확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잖아. 그런데 언어, 정신적인 부분 이런 거를 어떻게 캐어해 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인터넷으로만은 한계가 있고.”


나는 무슨 육아서를 봤던가. 친구의 질문 하나로 그동안 읽은 육아서를 돌이켜봤다. 어떤 책을 추천해주면 좋을까?


육아서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육아 철학을 정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육아라는 건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일이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사소한, 그러나 답이 선뜻 보이지 않는 문제들의 연속 아닌가. 특히나 아이가 이제 움직이고 말할 줄 아는 단계가 되면, 사소한 것일지라도 아이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대응이나 답변이 아이에게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엄마들은 두렵다. 이 때문에 육아서를 통해 구체적인 예나 대처법을 익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흔히들 육아서를 읽는다.(그러니까 오은영 박사가 쓴 <어떻게 말할까?> 란 책이 육아책의 베스트셀러인 게 아닐지...) 그런데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육아가 쉬워졌고 생활이 달라졌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아마도 책의 내용과 부모가 그동안 해왔던 행동 방식이 다르거나, 아니면 부모의 육아 철학이 확립돼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연애 관련된 책 한 권 읽는다고 바로 연애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듯 육아도 마찬가지다. 육아서를 읽는 것이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측면에서 도움이 됐던 책 몇 권을 소개해보려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다. 이 책은 92세 보육교사가 쓴 에세이다.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에게 가장 조언해주고 싶은 것은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특성도 각각 다르다’는 얘기다. 나도 사실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에는 ‘아동발달 백과’ 같은 걸 찾아보면서 ‘100일이 지났는데 왜 우리 아기는 뒤집기를 못 할까’ ‘다른 애들은 슬슬 걷는다던데 왜 우리 아기는 못 걸을까’ 생각하며 초조해했다. 혹시 뭐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아이를 사랑하는 일>은 이런 걱정부터 내려놓는 게 육아의 출발점이라고 얘기한다.



 이 책에는 몬테소리 교육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다. 자연스럽게 궁금해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서 <베이비 마인드>와 <마리아 몬테소리 관찰의 즐거움> 같은 책을 이어 읽으면 더 좋다. 두 책 모두 정이비 박사가 쓴 책이다.

<베이비 마인드>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 아기의 탄생, 아기의 정신, 아기의 자발성, 아기의 운동발달, 아기의 언어발달, 아기에게 필요한 환경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돼 있다. 아기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 동시에 몬테소리 교육에 대한 팁도 나와 있어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


 몬테소리 교육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으면 그에 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쓴 책 <마리아 몬테소리 관찰의 즐거움>을 읽어보면 된다. 다양한 예시가 많아 교육에 관해 딱히 관심이 없었던 초보 부모들에게 꽤나 유용한 책이다.


<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도 괜찮은 책이다. 우연히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꺼내 든 책인데 저자의 육아 방식이 내가 생각해온 것과 많이 비슷해서 읽으면서 굉장히 즐거웠던 책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거나 내가 하고 있는 육아 방식이 적어도 육아책에 나온 것과 상당히 비슷하구나 하는 일종의 자신감도 들었다. 가령 스마트폰에 관한 생각, 식사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시도들, 엄마의 말 습관, 일상에서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는 일, 아이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미리 말해줘서 아이가 일상에서의 과제를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이 소개돼 있다. 맨 첫 장의 제목은 ‘일상이 답이다’인데,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작은 행동들이 아이가 자라나는 큰 방향을 결정한다는 얘기가 담겨 있다. 육아책을 원하는 초보 부모들이 좋아하는 육아 생활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도 재밌게 잘 서술돼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듯 주변 엄마들, 친구들의 말에 흔들리기 쉽다. 쉴 틈 없는 일상에서 엄마는 지쳐 있고, 육아의 여러 순간에 찾아오는 딜레마는 정답도 없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 아이의 행동과 말(말을 할 줄 안다면)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가 원하는 것이나, 지금 필요로 하는 건 전부 아기가 알려준다. 제삼자가 알려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내향 육아>란 책은 단순한 육아서가 아니라 부모들의 약해진 ‘멘털’을 붙잡아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엄마들이 꼭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육아서라고 분류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어린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추천한다. 흔히 어느 분야에 초보인 사람에 대해 ‘0 린이(주린이, 코린이 등등)’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 책의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어린이를 그저 성숙한 인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미숙하다는 의미만 담은 거니까.  우리 모두 과거에는 어린이였다는 기초적인 사실을 다들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린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마인드를 갖추는 게 육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 책은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일> (2021) | 오카와 시게코

 <마리아 몬테소리 관찰의 즐거움> (2014) | 정이비

<베이비 마인드> (2020) | 정이비

<내향육아> (2020) | 이연진

<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 (2019) | 정경미

<어린이라는 세계> (2020) |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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