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ish Dec 06. 2021

정리하는 날들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최고요

“뭔가를 찾을 때 ‘파란 창(네이버)’에 검색하면 구닥다리고, ‘빨간 창(유튜브)’으로 검색하면 신세대라고 하더라.” 언젠가 남편이 요즘 유행하는 말이라면서 들려줬던 이야기다. 이 기준으로 치면 나는 구닥다리를 넘어 거의 ‘화석’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요새 이사 갈 집 인테리어를 고민하면서 파란 창은커녕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찾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는 있다. 책은 여러 사람(작가, 출판사 등)의 검증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비록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내게 인테리어의 A부터 Z까지 안목을 갖게 할 것이란 기대가 된다. 여러 인테리어 관련 책들을 보다 보니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포인트가 있다. 일단 내가 원하는 집은 어떤 집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일이다. 특히 최고요씨가 쓴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에는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팁들을 많이 전하고 있다. 신혼집을 알아볼 때 읽어보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 벽 선반 위에 올려뒀는데, 4년 만에 다시 꺼내봤다.

이 책에서는 업체를 만나기 전에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핀터레스트’ 같은 이미지 검색 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러 검색어를 넣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으면 ‘핀’을 꽂으면 된다. 그렇게 사진을 모으다 보면 최소한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 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내 경우에는 짙은 밤색 계열의 우드톤 사진이 많이 모였다. 그리고 내 집의 상황에 맞는 검색어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내 경우에는 현재 34평에서 24평으로, 더 좁은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만큼 ‘small kitchen’이라든가, 내 취향을 반영해 ‘wood kitchen’ ‘wood wall’ 등 주로 두 단어를 조합해 검색했다. 아이 방을 어떻게 할지도 관심사다 보니 ‘kids room’도... 특히 ‘small’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다 보면 물건이 좁은 공간에 잘 정리된 사진들이 종종 나온다. 이런 것들을 꼼꼼히 눈여겨봐 둬야 한다. 좁은 집에는 효율적인 수납과 정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흔히 SNS의 ‘유사 게시물 추천’은 확증 편향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이 받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상당히 유용하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사진은 물론 취향까지 확인할 수 있다니.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원하는 집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잡힌다. 고개를 들어 우리 집을 한 번 바라본다. 사진 속 원하는 집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우리 집은 어쩐지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정리하는 것의 포인트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남기는 것'입니다. 아무 느낌도 없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물건들을 삶에서 떠나보내는 일입니다. 오래전부터 집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세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최고요


인테리어를 알아보다, 원하는 집의 이미지를 찾아보다,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정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정 집에서 온 물건, 시어머니의 물건, 친구 아기의 돌잔치 때 받은 수건 등 비판적으로 봐야 할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정집에서 온 ‘조흥은행' 기념품 가위)


 2년 전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이사 올 때는 몸만 힘들었지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될 것 같다. 당시에는 일단 살림살이를 어디든 넣으면 됐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는 지난 2년 동안 물건을 잔뜩 사들이기만 했다는 거다. 육아라는 전쟁통에서 정리는 일단 뒷전이었다. 이제 아이도 29개월이 돼 새로운 물건을 많이 필요로 하지는 않은 만큼 정리를 시작해야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몇 년간 켜켜이 먼지가 쌓인 물건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매일 조금씩. 어제는 창고 정리, 오늘은 그릇 정리. 이 글을 쓰는 동안 4년 동안 안 쓴 그릇들이 식기세척기의 표준에 스팀 코스를 추가해 세척 중이다. 내일은 또 어떤 물건들을 마주하며 나를 돌아보게 될까?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2017) | 최고요

작가의 이전글 요리의 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