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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Feb 21. 2022

[아이읽기] 몸이 보내는 신호

22. 02. 21

 몇 주전부터 오른쪽 눈이 너무 아팠다. 잘 떠지지도 않았고 뜨고 있으면 피로감이 극심했다. 내 눈의 컨디션에 대해 관심을 두고 돌봄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인공 눈물 넣기이다. 보통 눈이 아픈 것은 건조하기 때문에 뻑뻑해져서 눈을 열고 닫는데 불편하기 때문이니까. 눈물을 넣어도 잠시 편할 뿐 불편감은 여전하다. 두 번째로 한 일은 왜 눈이 아픈 걸까 내 생활 습관을 점검해본다. 어두운 데서 핸드폰을 봐서 그럴까? 요즘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서 그런가? 책을 많이 읽어서 눈이 침침해졌나? 10년 전에 한 라섹의 부작용일까? 신체의 일부가 아프기 시작하면 그곳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내 신체의 일부를 가장 뾰족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고통이 존재할 때이다. 세 번째로 한 일은 소문내기이다. "요새 나 눈이 너무 아파."로 시작하면 친구들은 각자가 가진 사연과 알고 있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여러 경험담 중 나와 가장 맞는 것을 찾아 실천에 옮긴다. 조언 중 하나로 세종에 있는 좋은 안과를 소개받았다. 주말을 보내고 아이를 등원시킨 뒤 안과로 향한다. 안과 진료는 1분 만에 끝났다. 오른쪽 아래 눈썹이 눈동자를 찌르고 있다고, 눈썹 2개를 뽑아주셨다. 몇 초도 안 걸리는 눈썹 뽑기로 내 몸에서 가장 신경 쓰였던 눈의 고통이 사라졌다. 아픈 눈은 어디에 존재했는지, 금세 잊혔다. 

 어제 오후부터 아이가 안 하던 행동을 했다. 입술을 계속 물어뜯는 행동을 하더니, 낮잠 자고 일어나서는 혓바닥을 날름 거렸다. 왜 이러는 걸까? 놀이를 하는 아이 곁에서 자세히 관찰해보니 오른쪽 혀 옆 부분이 불편해 보였다. 거친 느낌이 싫어서 혀를 날름 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오후 간식으로 한라봉을 줬는데, 3-4개 집어먹더니 입이 아프다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혀를 길게 내밀어 보도록 유도해 살펴보니 혓바닥이 한 줄로 빨갛게 되어 있다. 구내염일까, 혓바늘일까 온갖 검색을 시작했다. 이어서 소문을 냈다. 아이를 가진 친구들에게 아이의 혓바닥을 찍은 사진을 보내면서 "구내염일까?"라고 보냈다. 친구들은 역시나 각자가 가진 지식과 경험담을 들려준다. 구내염과 혓바늘 모두 아니었고 어딘가에 덴 것 같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점심 먹을 때 콩이 섞여 있는 밥이 뜨겁다며 한번 뱉었었다. 별다른 약은 없고 시간이 낫게 해 준다는 게 여러 사람들의 결론이었다. 아이는 자고 일어나니 혀를 더 이상 날름거리지 않는다. 아이도 자신의 몸에서 혀가 주는 뾰족한 울림을 잊어버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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