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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Feb 22. 2022

[아이읽기] 후-하고 불어 본다

22.02.22

아이는 비눗방울 부는 것을 좋아한다. 후- 후-

아이는 케이크 부는 것을 좋아한다. 후— 후—

아이는 어릴 때부터 후- 불 수 있는 것을 신기해했다. 마치  자기의 입에서 마술을 부리는 것 같기 때문이겠지. 후- 하면 비눗방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후—하면 빨갛게 이글거리는 불이 허공에 날아가버리기도 하니까. 후- 하고 불 수 있는 능력은 생각보다 늦게 갖춰졌다. 입김을 내뿜을 줄 아는 건 두 돌이 지나서였다. 비눗방울과 케이크 촛불이 눈앞에 있을  때면 본인이 하겠다고 나섰다. 후- 해보라고 말을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건 아이의 얼굴에 입김을 불어봐 주는 것이다. 아이는 내 입술 모양을 보고, 날아오는 입김에 눈을 찡그리며 맞는다. 입모양을 따라 갖추고 후- 해보지만 공기와 침이 반반 섞여 나온다. 두 돌 생일에 촛불을 본인이 끄겠다고 나섰는데,  너무 가까이 다가가 속눈썹이 타들어간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래도 이젠 제법 부는 힘이 생겨 촛불은 끌 수 있다. 절반의 침이 불을 꺼주는데 일조하는 셈이다.

오랫동안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비눗방울을 불며 목욕을 했다. 요즘 “지안이가 할래!” 시기여서 다 스스로 하고 싶어 한다. 비눗방울을 몇 번 후- 하고 불어주자, 내 손에서 비눗방울 스틱을 뺏어간다. 다시 되찾아 와 비눗물을 적셔주고 스틱을 건넨다. 때론 입이 너무 가까워서, 때론 후- 힘이 너무 세서, 때론 후-의 절반을 차지하는 침 때문에 비눗방울 부는 데 실패한다. 여러 시도 끝에 어쩌다 나오는 비눗방울 하나를 쫓느라 바쁘다. 다시 비눗방울 스틱을 넘겨받고 후— 불어주며 기뻐하는 아이를 본다. 어쩌다 하나라도 나오는 비눗방울 덕분에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부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비눗방울과 촛불을 부는 일은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본 적 없는, 그저 쉬운 일이었는데 처음 해보는 일인 마냥 비눗방울을 다시 불어 본다. 적당한 입김 조절과 거리 설정,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새삼 느낀다. 언젠가 너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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