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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Feb 24. 2022

<가녀장이 말했다>

22.02.24

2월 14일부터 이슬아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가녀장이 말했다> 소설의 한 부분씩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받아본다.

최근에 아이를 재우다 잠드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메일은 12시가 넘어서 발송되는 경우가 잦아 아예 아침에 일어나 확인한다. 아이를 재우다 눈을 뜨는 시간이 기상시간이 된다. 3시, 4시, 오늘은 6시다. 정수 120ml와 85도의 물 120ml를 섞은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아놓고 노트북을 연다. 화면이 나오는 동안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고 인스타그램 한 번 보고 메일이 뭐가 왔나 본다. MZ 세대의 안에 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메일함이 뉴스레터로 가득 차 있을 때다. 팩풀, 어피티, 사이더, 텍스처, 뉴닉 등등. 많은 뉴스레터들은 시간이 남을 때 열어보는 편인데 반해 발신인 이슬아의 메일은 빨리 열어보고 싶다.  하지만 아이가 언제 뒤척일지 모른다. 뉴스레터를 뒤로 하고, 매일 쓰기로 마음먹은 글쓰기를 시작한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이슬아의 메일을 떠올린다. 하루 동안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썼을까, 글이 안 써질 땐 어떻게 했을까, 12시가 되기 전 몇 번이나 되읽어보고 수정을 거쳤을까. 그녀의 ‘매일’ 쓰는 힘에 대해 생각해본다.

<가녀장이 말했다>는 픽션이다. 일간 이슬아 외에 그가 쓴 책들은 다 읽어봐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모든 것을 사실로 쓰지 않았다 뿐이지 이 이야기는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제 8화를 받아 읽고 있어 소설 전반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매일 받는 한 꼭지의 글이 나의 글쓰기 동지가 되었다. 나도 함께 써야겠다 느낀 건 오늘 새벽에 읽은 8화에 나오는 한 단락의 글 때문이다.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아이에 대한 일기를 노션에 기록하는 것으로 글쓰기는 시작한다. 사실 별거 없는, 같은 일상의 반복일 뿐이라 할 말은 없다. 기억을 더듬어 ‘이런 일도 있었지’하며 쓰다 보면 여러 문단으로 나뉠정도로 많이 쓰게 된다. 최근 만든 육아기록 탭 중 하나는  “아이에게 화낸 이유”이다. 화낸 에피소드를 이야기로 풀어본다. 화를 내던 나에게서 한걸음 멀어져 이유를 더듬더듬 거려 본다. 정말 화낼만한 일이었는지, 꼭 그렇게 화를 내야만 했는지 멀어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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