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기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ish Mar 22. 2022

[아이 읽기] 오늘은 엄마 까투리에게 아이를 맡겼다.

22.03.22

 나는 FM 엄마다. 모유수유도 수유 텀을 두고 먹였고, 아이 낮잠도 똑게 육아, 베이비 위스퍼에 나오는 시간표대로 재우려고 애썼다. 밤이 어두워지면 일반 등은 끄고 간접등을 켜서 아이에게 잘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일어날 시간이 되면 암막 커튼을 걷어주어 자연광에 눈을 뜨게 했다. 분리 수면을 하기 위해 아이 방도 120일부터 따로 썼다. 9개월까지 쪽쪽이만 물리고 밖으로 나와 아이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왔다 갔다 하며 기다렸다. 외출은 아이가 자는 시간에 맞춰 차로 이동했다. 밥도 하이체어에 앉아서 먹였고 내려가면 더 이상 먹이지 않았다. 루틴과 규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20개월부터 어린이집에 갔다. 20개월 동안 놀러 오는 사람 하나 없이 엄마, 아빠만 보며 자란 아이라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밤마다 울었다. 그때부터는 아이의 방에서 함께 잠들었다. 재우고 나오더라도 늘 중간에 찾았다. 새벽마다 불려 가 눈을 떠보면 아이 방이었다. 어느 정도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고 나서는 감기에 자주 걸렸다. 다른 아이에 비해 잦은 빈도로 병원을 갔다. 아프면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잔다. 열을 내리려고, 밤새 코가 막히는지 보려고, 이불을 덮어주려고, 습도를 확인한다고. 호기롭게 120일부터 시작한 분리 수면은 자연스럽게 신랑의 분리 수면이 되었다. 아이가 아프면 루틴은 없다. 낮잠도, 식사도, 잠도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간다. 20개월부터 한 달에 1번 꼴로 아픈 아이에게 내가 정한 루틴은 무용했다.

 아이는 하이체어에서 잘 앉아 먹었다. 어느 순간부터 의자에 올라서 가드를 자유자재로 넘어 다녔다. 가드라는 장애물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의자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훌쩍 키가 큰 걸 깨달았다. 의자 받침을 한 단 내려줘야 했다. 아이가 성장했다. 언제까지 가둬놓고 먹일 수 있을까, 결국은 의자에 스스로 올라와 앉고 스스로 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가드를 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아이 30개월에 가드를 철거했다.  가드 있는 이전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이는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는다. 억지로 앉힐 수가 없다.

 동영상 시청도 24개월까지는 보여주면 큰일 난다 생각했다. 책에 나오는 대로, 아마 24개월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하원하고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에게 DVD 1편, 20분 보여줬다. 하루 한 편, 20분만 보여줬던 티브이는, 코로나 확진을 받고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외출하지 못하고 아이와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는 놀이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로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넷플릭스 키즈를 시작했다. 오늘 소파에 누워 까무룩 졸았고, 아이는 내 품에 파고들어 모로 누워 티브이를 봤다. 오늘은 엄마 까투리에게 아이를 잠시 맡겼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줄어들고 있다. 요새 아이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아이는 본인을 가리키며 “이거 누구 거예요?” 한다. 속으로 대답한다. ‘내가 낳았다고, 내 꺼는 아니지.’ 그동안 루틴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 아이가 크면서 나도 하나씩 내려놓고 있는 법을, 내려놔야 하는 이유를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앞으로 더 없을 거라는 걸 조금씩, 조금씩 느낀다. 내일도 엄마 까투리에게 아이를 잠시 맡겨 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프라이팬을 내 것으로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