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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Apr 05. 2022

[아이읽기] 기차를 보러 왔는데 낚시만 하는 너에게.

22.04.05

 최근에 아이와 자주 놀러 나갔다. 생전 안 가던 키즈카페를 다녀왔고, 과학관을 예약해 체험도 하고 왔다. 주말에는 기차체험을 다녀왔다. 그렇다고 진짜 기차를 타보는 체험은 아니지만. 3-4세 사이의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이하는 곳이다 보니 다른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고 관찰하게 된다.


“와, ㅇㅇ아 이거 좀 해봐~~ 너무 재밌다, 와~~” 하며 엄마가 아이의 호응을 유도한다.

한 아빠는 본인이 신나 편백나무 조각을 아이에게 쌓아 무덤을 만들어준다.

“ㅇㅇ아, 저기 기차가 있대. 우리 기차 보러 온 거니까 이거 그만하고 기차 보러 가자.”


 이런 대화가 유독 잘 들리는 건 나도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성격에 따라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 말투 전부 달라진다. 아이가 조금 어릴 때는 리액션을 크게, 내가 주도적으로 놀게 해 줬던 것 같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이만의 에너지가 더 많이 자랐고 상대적으로 내 에너지는 줄었다. 놀이터를 가도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주로 뒤에서 지켜봤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만 “이제 집으로 가자~ 그만 놀자~”라고 말해주는 정도로 간섭을 한다.

 문제는 놀거리 많은, 새로운 곳에 갔을 때이다. 얼마 전 아이와 논산에 있는 연산 문화창고에 다녀왔다. 남편과 나는 그곳에서 기차체험도 하고, 토끼에게 당근 먹이 체험도 할 수 있고, 전시회도 있으니 놀러 가자고 나섰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어떤 체험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설명해줘도 잘 모른다. 부모의 주도권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봐야 한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건 카페 앞의 얕은 연못에 둥둥 떠다니는 장난감 물고기와 뜰채였다. 아이는 곧바로 낚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카페에 들어가 써도 되는지 물어보고, 아이는 뜰채를 가지고 장난감을 건지며 놀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는 시간 가는지 모르고 낚시를 했다. 뜰채로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물고기를 물에서 건졌다 던지기도 했다. 한참을 지켜보니 점심시간이 다 됐다. 이맘때쯤이면 기차역을 가고, 토끼 당근 주고, 레일바이크 한번 타고 나오면 딱 밥 먹을 시간이겠네 계산해본다. 시간 계산을 마친 나는 아이에게 기차 체험을 하러 가자고 권했다. 아이는 낚시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팔짱을 끼고 서서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했다. 비슷한 또래인 듯 보이는 다른 아이의 부모도 나와 같은 권유를 했다.


“너 띠띠뽀 보러 왔잖아, 그거 보러 가야지.”

“아니야! 낚시 더 할 거야!”

“기차를 보러 온 거잖아. 우리 기차 보러 가자!”

“싫어!”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 아이는 조금 울고, 뜰채를 내려놨다. 하지만 우는 것도 잠시, 기차를 보러 간다며 신이 나서 뜀박질을 하고 부모는 아이를 뒤쫓아갔다. 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낚시가 지겨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기차를 볼 수 있다는 걸 모를 테니 억지로 일단 데리고 가볼까?


 엄마들끼리 모여 나눈 이야기 중 하나를 듣고 모두가 공감하여 크게 웃었던 적이 있다. 아이에게 좋은 체험을 하게 해 주려 큰 마음먹고 놀러를 다녀왔다. 다음 날 저녁 키즈 노트 알람이 울렸다. 알림장에는 주말에 뭐했냐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티비 봤어요.”라고 대답했단 말이 써져 있었다. “밖에 나가서 놀면 뭐하나, 집에서 티비 본 것만 기억하는데” 하며 웃었는데 여기저기서 우리 애들도 그런다고 하나씩 에피소드를 말한다.

 남편과 내가 계획한 하루 일과는 기차를 보기 위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낚시하는 시간이 더 즐거울 수 있다. 원하는 걸 마음껏 하고 지겨워지면 다른 걸 보러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처음 해외여행을 가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모든 것을 다 봐야 한다.’라는 강박 때문이었다. 몸을 바쁘게 움직여 녹초가 된 상태로 유명한 관광지를 간들 기억에 남는 건 다리 아프고 졸린 감각뿐이었다.  앞으로 아이가 크는 동안 주말에  많은 걸 보러 다닐 것이다. 그때마다 억지로 끌고 다니며 ‘이것’을 봐야 한다고 팔을 잡아채지 말아야지. 나뭇가지를 줍고, 낚시를 하고, 개미를 관찰해도 그 시간에 충실한 너를 기다려줘야지. 어떻게 하든 시간은 지나가고 아이는 자란다. 정답은 없지만 선택지는 있다. 내가 경험해 본 것을 바탕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보는 방법을 선택해본다. 거기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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