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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Apr 06. 2022

인생은 성공만 있는 게 아니다.

22.04.06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를 봤다. (이하 <2521>)

인물의 성장을 담고 있는 드라마는 특히 챙겨서 본다. 설렘 가득한 청춘의 첫사랑을 담고 있는 <2521>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첫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환영받는 건, 모두가 가진 첫사랑의 추억을 꺼내 자신만의 과거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도 많은 시청자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도 첫사랑을 떠올렸다. 첫사랑과의 달콤한 순간이 아닌, 이별의 순간을 떠올렸다. 마지막 회에서 희도에게 잃어버린 일기장이 돌아온다. 일기장을 들고 이진과 헤어졌던 터널 앞으로 간다.  “너를 너무 오래 이곳에 세워 두었어.”라고 말하며 이진을 보내준다. 지난 첫사랑과의 이별의 순간을 잘 보내주었던가? 누군가는 이별의 장소에 계속 서 있는 게 아닐까? 어떻게 이별에 대처했었는지 돌아봤다. 대부분 사랑에서 시작의 아름다움을 기억하지만 끝도 중요하다. <2521>은 우리가 잘 돌아보지 않는 사랑의 끝과 실패와 포기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드라마의 결말은 시청자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원망을 사기도 했지만, 멋진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잠시 내려놓고 이야기 전체 속으로 들어가 본다.

실패와 포기라는 두 단어는 부정적이지만 뒤에는 연습이라는 단어가 숨어있다. 인생에 연습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인생은 매번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다른 점이라면 세월이 지날수록 어떤 일이 일어나든 견뎌내는 힘을 갖췄다는 차이이다. 처음 마주하는 모든 일은 그만큼 애절하고 온 마음을 다한다. 실패했을 때 충격도 크다. 그런 의미로 처음 하는 모든 일에 대한 실패와 포기는 연습과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드라마의 주인공 희도는 고등학생 펜싱부 선수로 시작한다. 늘 경기에서 지고, 못하고,  깨지는 선수이다. 깨지고 끝없이 지면서도 펜싱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으로 결국엔 금메달을 따내는 선수로 성장한다. 모두가 희도처럼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와 포기의 이야기도 담았다. 희도에게 지는 유림이의 이야기, 펜싱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예지, 교사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자퇴하는 승완, 공부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여러 길을 방황하는 지웅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는 예지의 이야기이다. 펜싱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예지에게 코치님은 8강 진출하면 그만둘 수 있게 해 준다고 약속했다. 예지는 희도와 유림이의 도움으로 열심히 연습했고, 8강에 진출하게 된다. 이쯤 하면 뒤따르는 아름다운 결말은 “선배가 이끌어주고 열심히 연습을 하다 보니 다시 펜싱을 하고 싶어 졌습니다.”일 텐데, 아니었다. “이쯤 하면 됐습니다. 8강은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겠습니다.”라는 말로 펜싱을 그만둔다. 예지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 드라마는 다른 청춘 드라마와 다르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모두가 사랑과 진로에서 원하는 대로 성공대로를 달리지 않는다. 그게 삶의 진짜 모습 아닌가? 환상의 세계인 드라마에서까지 좌절을 봐야 하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를 담는 건 드라마의 또 다른 힘이다. 우리가 견디고 버텨왔던 실패와 포기의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보고 위로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도와 이진의 엔딩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쁘고 멋진 주인공들의 팬으로서는 아쉬운 엔딩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로서는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끝과 실패 그리고 포기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 시계를 돌려줄 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출처 : 스물다섯 스물하나, 16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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