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둘이 처음 여행을 간 건 부산여행이었다. 엄마곁에 아빠가 있을땐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던 부분이 아빠가 떠난 뒤로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혼자계실 엄마를 생각하면 전화도 더 자주하게 되고, 외롭진 않을까, 아프신건 아닐까, 엄마와 함께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터인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엄마는 강하지만, 아주 여린 사람이다.'
아빠는 놀러가는 걸 참 좋아하셨는데, 어릴때는 멀지않은 곳으로 우리를 태우고 자주 다니셨다. 나중에 두분이 계실때는 엄마와 둘이 우리가 모르는 주변 곳곳을 다녀오셨는지도 모르겠다.
아빠도 차도 없는 집에 엄마 혼자 계시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엄마의 여행은 잠시 쉼이 있었다.
물론 나와 가까운 시장이나 산에 구경가기는 했지만, 지역을 크게 벗어나는 여행은 시도해 보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생기면 친구와 놀러다닐 계획을 짜기만 했지,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챙김만 받는 막내였다. 왜 부산을 가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몇 번 가본 부산을 엄마가 아직 못가봤다는 사실이 떠오른걸까. 엄마와 부산을 가기로 했다.
나는 그때 엄마와 떨어져 지냈었고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한 것 같다. 날이 좀 흐렸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언제 떨어질지 모를 비를 대비해 3단우산이 가방에 있었다.
엄마와 가는 첫 여행이라 나름 계획을 짰다. 일단, 부산역 근처에서 생선구이 맛집을 찾아갔다.
엄마가 사는 곳은 생선이 천지인데 왜 생선구이 집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는 생선가시를 바르며 한끼를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부산에서 유명한 명소인 태종대에 갔다. 날은 여전히 흐렸지만 바다는 광활했다. 그곳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야시장을 찾았다. 사람들이 붐비는 사이로 무엇을 먹었는데 잘 기억나질 않는다. 친구와 부산을 갔을때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부산의 장소는 광안리였다. 해운대해운대 말만 들었지 막상 가보니 해운대는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고, 광안리의 바다는 꽤 멋진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호텔을 찾아가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광안리가 잘 보이는 호텔에서 엄마와 자고 싶었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몸을 깨끗이 씻고 싶었다.
우리가 묵는 광안리앞 호텔은 찜질방이 있었다. 돈을 아끼기위한 일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밤을 새기도 한다는 글을 봤다. 하지만 나와 엄마는 넓직한 방을 잡아두고 찜질방으로 향했다. 학생시절 언니 가족을 따라 몇번 가본 찜질방. 엄마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고 했다.
엄마와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아 컵라면과 맥반석 달걀을 먹었다. 그게 너무 꿀맛이여서 엄마는 한번씩 그때의 맛을 떠올리며 이야기 하신다. 나도 사실 그때 먹었던 컵라면과 맥반석 달걀을 잊지 못한다. 캄캄한 바다가 창밖으로 보였다. 번쩍번쩍 불빛과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첫날은 갔다. 둘째날 어두워 보지 못했던 광안리 바다는 드넓게 우리를 맞이 했다. 엄마와 나는 그곳을 새롭게 쳐다보며 해장국집을 찾았다. 맛집인지 아침부터 손님들로 가득했다. 해장국을 시원하게 비워내고 아쉽지만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1박 2일 짧은 여행이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첫 여행을 시작했다.
헤어지는 기차역에서의 그 아쉬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 엄마와 지내다 보니 잊고 지냈었는데 그때는 늘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슬펐다. 그리 먼곳으로 떠나는 것도 아닌데 한번 보는게 쉽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서 좋다.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