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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Aug 08. 2019

인생의 황금기

인생의 황금기는 자기가 살아온 생애중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말한다. 20대는 철없던 10대 시절이, 30대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군 시절이, 40대는 거리낄 것 없던 총각시절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서 그때 더 재미있게 보람 있게 보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60대인 나는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인생의 황금기를 미리 안다면 나중 후회하지 않도록 좀 더 열심히 놀거나 공부하거나 운동하거나 연애하면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것이다. 부모님, 선생님께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씀하셨겠지만 특정한 시기가 아닌 항상 같은 말씀이라서 특별히 마음에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해봐야 정확히 알게 된다. 해봐야 아~ 그때가 내 중요한 시기였고 황금기였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의 황금기를 미리 알게 되면 여러모로 유리하다.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다. 인생의 황금기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선배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다. 올해 100세이신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60~75세라고 했다. 혼자 그렇게 생각하신 게 아니고 친구분 셋이서 85세에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세분 모두 존경받는 철학 교수님들 이셨으니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론 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신 훌륭한 분들이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그분들이 60~75세를 황금기라고 했던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60세쯤이면 자녀의 교육이 끝나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지고 퇴직으로 인하여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그동안 못했던,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기이며, 75세쯤 되면 건강이 쇠퇴하고 총기도 떨어져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황금기 시작점인 60세가 자녀교육과 결혼 그리고 경제적 안정 등이 이유라면 사람마다 황금기의 시작점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라면 두 자녀가 졸업하고 취업한 57세쯤이다. 황금기의 마지막 시기인 75세가 건강상의 이유라면 이것 역시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내 마음 같아서는 80세까지도 썽썽할 것 같지만 100세에도 정정하신 김 교수님이, 75세 넘어서면 건강이 안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황금기의 마지막 시기도 75세가 맞는 말씀이라고 여겨진다.


내가 아는 80대 어르신들 몇 명과 이와 관련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80대 어르신들도 60~75세가 인생의 황금기라는 데에 대체로 동의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인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인생의 황금기는 그동안 바빠서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할 수 없었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음악, 미술, 체육과 관련된 각종 취미생활, 공부, 놀이, 봉사, 여행 등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인생을 즐겁고 보람 있게 살아가는 시기이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비난받을 수 도 있겠으나 일단 인생의 황금기를 60~75세라고 가정하자. 삼사십 대는 지금까지 즐겁고 보람 있었던 시기보다도 훨씬 더 좋은 황금기가 나중에 도래한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지금 50대라면 지금까지의 삶이 어떻든 간에 인생의 황금기가 다가오고 있으니 황금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의 황금기를 농사에 긴요한 ‘비가 내리는 시기’로 가정해 보자. 50대는 농사철 단비를 기다리는 농부처럼 도랑을 파고 웅덩이를 손보고 물길을 막는 풀을 베어내야 할 것이다. 60세가 넘었다면 방안에 있지 말고 뛰어나와 비를 맞으며 농사의 마무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이곳저곳을 살펴야 할 것이다. 이 시기 놓치면 더 이상 비 안 온다. 비 올 때 물 받아야 한다.


60세에서 75세는 15년간이다. 15년은 젊은이들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60넘은 사람에게는 긴 시간이 아니다. 내 어머니 칠순 잔치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지났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내 경우 황금기가 시작된 이후 3년이 어느덧 지나가 버리고 12년 남았다. 생각 없이 지내다 보면 12년도 금방 지나가 버릴 것이다. 


60이 넘었다면 하고 싶은 일 즉 버켓 리스트를 미룰 때가 아니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가슴 떨릴 때 해야 된다. 다리 떨리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나는 환갑이 되면서 버켓 리스트를 만들었다.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을 세세하게 적으려니 너무 많아서 큰 걸로 뭉뚱 거려 십여 개를 적었다.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경험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절실한 일들이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체력이 되어야만 가능한 버켓 리스트부터 실행하기로 했다. 환갑 기념으로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오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자서전을 썼으며 올해 여행작가에 도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해외살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행 중 책을 쓸 계획이다.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계획을 세운다고 그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계획한 버켓 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하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알차게 보내려 한다. 상황이 바뀌면 계획을 수정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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