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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Sep 04. 2023

이베리아 반도 자동차여행

퇴직한 친구들의 자유여행

 

2022년 6월 친구들과 이태리 돌로미테 트래킹을 다녀왔다. 평소 패키지 위주로 여행하다가 친구끼리 2주일간의 자유여행을 다녀오자 모두들 자유여행의 매력과 즐거움에 만족했다. 해마다 이 멤버로 자유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으며 2023년에는 이베리아 반도를 가기로 했다. 작년 이태리 여행처럼 한 친구가 대장이 되어 모든 계획을 수립했다. 


대장은 5월 2일부터 23일간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포함하여 이베리아 반도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세밀한 계획을 수립했다. 고위공무원 출신답게 시간단위의 계획에 식사 장소와 마트의 위치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다. 방문지는 유적지를 위주로 하되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에서의 트래킹을 포함했다. 숙박은 한 장소에서 2일 체류를 기본으로 하고 10일 여행 후 하루는 휴식만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여행멤버는 두 번 모임을 갖고 세부계획을 보강했으며 개인별 업무를 분장했다. 나는 렌터카 운전과 주방보조를 맞았다. 23일간의 긴 여정이므로 고추장, 김치, 김, 라면 30개, 누룽지 3킬로, 햇반 30개 등 8명이 열 번 정도 먹을 분량을 준비했다.


5.2일 자정에 출발한 항공기는 다음날 오후 2시쯤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도착 후 렌터카를 수령하고 곧이어 계획한 23일간의 대 장정을 시작했다. 마드리드 도착 후 세고비아, 산티아고를 거쳐 포르투갈 포루투, 리스본을 들렀고 이후 세비야, 카디스를 거쳐 모로코 탕헤르를 다녀왔고 이후 론다, 네르하, 그라나다, 무르시아, 발렌시아, 타라고나, 바르셀로나, 사라고사를 거쳐 마드리드로 돌아와 귀국했다. 렌터카로 6000킬로를 운전했으며 3일간 50킬로를 트래킹 했다.


이번 여행에 이베리아 반도인 스페인, 포르투갈의 유명 유적, 관광지를 구석구석 둘러봤다. 스페인은 유적, 관광지가 많기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관광객이 두 번째로 많은 국가 이기도 하다. 1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부터 네안데르탈인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세계최고의 인류학 보고 부르고스 유적지가 있으며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로 유명한 알타미라 동굴도 있다. 로마시대 유적지도 많아 볼거리가 다양하다.

우리 일행은 스페인 황금기에 만들어진 세계적인 유적지를 빠짐없이 둘러봤다. 신대륙 발견 이후 중남미에서 들여온 막대한 량의 황금을 이용하여 호화스럽게 건설한 수많은 성당이 압권이다. 세고비아, 사라고사, 세비아, 산티아고, 톨레도 대성당등은 화려함과 예술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톨레도 대성당 내부의 정교한 조각들과 금박으로 치장된 제단들을 보노라면 스페인 최전성기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이다. 성당의 외관이나 내부도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해마다 600만 명의 순례객들이 참배하고 예배하는 기독교도들의 성지이다. 세비아 성당은 콜럼버스의 묘가 안장되어 있고 금박을 입힌 나무로 만든 웅장하고 화려한 제단은 신앙심이 저절로 우러난다. 도시 구석구석에 있는 수많은 이름 없는 성당들마져도 나에게는 유서 깊은 유적으로 보일만큼 아름답고 성스럽게 장식되어 있다.

141년째 건축 중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갔을 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천장에 조각된 아름다운 조형물을 바라보다 감동이 밀려와서 한참 동안 미사석에 앉아 감동의 여운을 즐겼다. 미국에서 그랜트캐년이 눈앞에 툭 튀어나왔을 때의 놀라움,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 섰을 때의 감동도 기억에 나지만 이렇게 잔잔하게 감동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인간이 만든 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능가할 수 없다는 내 생각이 바뀌었다. 인간이 잘 만들어 놓은 것은 수억 년에 걸쳐 자연이 만든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던 유명한 유적지는 과거 왕들이 살았던 궁전과 무덤 그리고 종교시설이다. 종교유적은 우리나라 사찰처럼 지역마다 있지만 왕이 살던 궁전은 소수이다.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여 건축한 마드리드 스페인 왕궁은 유럽 다른 국가들의 왕궁에 비해 아름답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그러나 14세기 이슬람 통치자에 의해 건축된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은 섬세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길 정도였다. 이슬람을 몰아내고 알람브라 궁전을 차지한 가톨릭 세력이 알람브라 궁전 내에 중세양식의 왕궁을 추가했다. 두 개의 건축물을 보고 있노라면 이슬람 건축물의 섬세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과 중세 유럽 건축물의 허접함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스페인은 남한의 면적의 5배이며 해안선 길이도 거의 5배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북쪽으로는 산악지대이고 남쪽에는 지평선까지 펼쳐지는 광활한 평원지대가 이어진다. 해안선은 우리나라 동해안처럼 아름다운 해변이 끝없이 이어진다. 남부해변을 운전하다가 휴양지로 유명한 말라가 해변,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네르하의 해변 그리고 지중해의 발코니로 불리는 타라고냐 해변을 들렀다. 한국의 해변이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지중해변의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었으나 곳곳이 페니키아, 카르타고, 로마, 이슬람 시대의 역사가 배어 있는 곳이라서 고대와 중세의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는 감동이 있었다. 특별히 2천 년 전 로마와 카르타고가 제국의 운명을 걸고 일전을 벌이던 역사가 떠오르며 숙연해진다. 

포르투갈의 포루투와 리스본도 거쳤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 국경을 넘자 비슷하지만 조금 낙후된 나라라는 느낌이 왔다. 포루투는 로마시대 항구로 개발되어 지금까지 무역도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이 아름다우며 로마유적지도 많이 보존된 아름다운 도시이다. 지중해성 기후로 춥거나 덥지도 않고 물가도 싸서 한 달 살기 에 적합한 도시로 유명하다. 나도 내년 여름 이곳에서 한달살이 할 계획이다. 다만 도시가 언덕에 조성되어 걸어 다니기에 힘들었다. 리스본은 포르투갈 수도이자 대항해 시대의 서막을 올린 도시이다.  바닷가에 주요 관광지가 위치하며 입장하려면 긴 줄을 서야 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위치하다. 우리 일행은 서둘러 아침 일찍 갔으나 이미 100미터가 넘는 긴 줄을 보고 포기하고 말았다. 관광도중 길을 묻기 위해 들어간 안내소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청년이 있어서 놀랐다. 한국을  가본 적이 없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K-culture의 위력을 실감했다. 

일행이 8명이다 보니 계획단계에게 개인마다 가보고 싶은 곳이 달랐다. 아프리카 대륙인 모로코에도 가 보자는 일행이 있어서 모로코 탕헤르도 일정에 포함시켰다. 스페인의 영토인 세우타를 가는 게 편하긴 하지만 선박 운영시간을 고려하여 탕헤르로 갔다. 탕헤르를 가기 위해 전날 스페인의 카디즈에서 숙박했다. 카디즈는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기원전 1100년경 페니키아인이 최초로 건설하고 카르타고가 점령하여 대서양을 탐험하던 전초항구였다. 3천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계속해서 사람들이 살아온 유서 깊은 도시에서 먹고 잔다는게 감동적 이었다. 다음날 아침 카디스 인근 항구인 타리파로 가서 모로코행 선박을 탑승하여 탕헤르를 다녀왔다. 탕헤르는 배로 한두 시간 거리이며 눈앞에서 건너편 도시가 식별될 정도로 가깝다. 여수에서 눈앞에 훤히 보이는 남해도 정도 거리쯤 돼 보였다.

모로코 탕헤르 역시 페니키아, 카르타고, 로마를 거쳐면서 주요 방어거점 역할을 한 요새도시이다. 성곽에 둘러싸인 요새도시의 외관은 스페인의 타리파와 모로크의 탕헤르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오전 10에 도착하여 오후 5시까지 7시간 정도 체류 했으나 도시가 작아서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었다. 바다 건너 눈앞에 뻔히 보이는 국가인데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유럽의 스페인은 많이 달랐다. 잘 사는 가톨릭 국가와 못 사는 이슬람 국가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졌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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