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에서의 일상
3월과 8월 제주도 서귀포와 일본 삿포로에서의 한 달 살이를 마치고 11월에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달살이 했다.
치앙마이 출발을 앞두고 병원 검진과 치과 치료를 받았다. 해외살이를 하면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해외에서 치아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치료도 힘들고 비용도 문제라서 미리 치과에 들러 검사하고 잇몸을 치료했다. 아울러 고대병원에 가서 위암시술 추적검사와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다행히 위암 시술 후 상태는 양호하며 다른 곳도 별 이상이 없었다. 장거리 운전을 하기 전 차 정비를 하듯이 사람도 장기간 외유 전 건강상태를 점검해 봐야 한다.
제주도와 삿포로에서 한 달 살이 해보니 숙소가 매우 중요했다. 나는 관광보다는 글 쓰고 운동 위주의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환경이 중요하다. 아울러 차 없이 생활하므로 마트와 식당이 가까워야 한다. 치앙마이와 관련한 여러 유튜브를 참고하여 산티탐 지역에 있는 드비앙 콘도를 선택했다. 드비앙 콘도에는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어서 운동하기 좋았고 주변에 카페, 재래시장, 식당이 많아서 나의 뚜벅이 생활에 적합한 장소였다. 치앙마이는 11, 12, 1월 세 달이 성수기라서 8월 일본살이 하면서 일찌감치 숙소를 예약했다.
11.14일 치앙마이로 출발했다. 치앙마이 도착이 밤 10시라서 첫날은 호텔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숙소인 드비앙 콘도에 체크인했다. 체크인후 숙소 주변을 돌아보니 재래시장과 로칼 식당이 가까워서 좋았고 특히 글쓰기에 좋은 카페가 숙소 바로 건너편에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Cafe De Sot”라는 카페인데 에어컨이 빵빵한 넓고 깨끗한 매장이 있고 매장 밖에는 테니스 코트 두면 정도되는 커다란 정원이 있다. 정원에는 큰 연못이 있고 연못 주변에는 열대림이 빽빽이 심어져 있다. 나무 위에는 물안개를 뿜어낼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되어 끊임없이 물안개를 뿌려 더위를 식혀주었고 나무들 사이에는 인공폭포를 만들어 시원한 물이 하루 종일 쏟아진다. 정원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리조트에 와 있는 듯한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Cafe De Sot”은 농아학교가 운영하는 시설이어서 학교처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어있다. 좌석도 총 150석 정도로 많아서 항상 많은 사람이 붐볐다.
주변을 돌아본 후 치앙마이 한 달 살기 루틴을 만들었다. 6시 30분에 일어나 조식을 하고 8시쯤 카페에 도착하여 일중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점심은 카페에서 파는 빵으로 요기만 하고 5시 카페 마감 후 인근 맛집을 찾아 근사한 식사를 한다. 식사 후 한 시간가량 숙소 내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이후 저녁 시간에는 세탁, 청소, 쇼핑을 하거나 마사지를 받는다. 주말 저녁에는 주말에만 열리는 재래시장에 가서 식사하고 현지인의 생활을 경험하기로 했다. 주변관광은 간단히 하기로 했다. 치앙마이 와 그 주변의 볼거리는 주로 사원이고 코끼리 타기 정도이다. 몇 년 전 방콕여행 시 태국의 주요 사원과 코끼리 관광을 마쳤고, 캄보디아, 베트남 관광할 때에도 사원을 많이 방문했기 때문에 치앙마이에서는 도시생활 위주로 살기로 했다.
다음날 바로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갔다. 그리고 한달살이 기간 중 3~4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카페에 출근했다. 카페에 도착하면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켜놓고 뉴스를 검색하고 관심 있는 유튜브를 보고 때로는 주식동향을 살피다가 글작업을 했다. 첫 주에는 향후 해외살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고 이후 브런치 글을 썼다. 일본 다녀온 이후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살이, 인도여행 관련하여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올렸다. 아울러 향후 자서전 작성을 위해서 2023년 진행사항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했다.
치앙마이 에서의 먹거리는 아주 저렴하고 다양하지만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다. 맛집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보고 몇 군데 가봤는데 50밧 2천 원 정도여서 싸긴 했지만 맛은 영 아니었다. 유튜버가 젊은 사람들이어서 저렴한 로컬음식이 입에 맞는지 모르겠으나 60대인 나는 길거리에 오픈되어 덥고 먼지와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곳에서 느끼한 맛의 로칼음식을 먹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유튜버들의 추천식당보다는 구글지도 맛집에 나온 서양인들의 리뷰를 주로 참조했다. 그리고 뚜벅이로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다가 서양인들이 많이 앉아있는 식당이나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식당을 선택했다. 이런 곳은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먹을만했다. 비싸다고 하더라도 맥주 한 병을 포함해도 300밧 정도이니 한국대비 반값이다.
숙소 주변에는 먹기 좋게 포장한 과일, 다양한 꼬치류, 삶은 옥수수, 삶은 계란등을 파는 가게가 많았다. 매일 저녁 가게에 들러 입맛 당기는 것을 사서 다음날 아침 식사로 먹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누룽지가 있었지만 현지에서의 과일, 옥수수, 삶은 계란이 맛과 영양에서 훨씬 좋았다. 태국에는 한국사람이 많아서인지 대형 마트에서는 한국 라면과 김치도 판다. 김치와 라면을 구입해서 밤 출출할 때 한 번씩 먹었다.
저녁에 수영을 한 시간 정도하고 나서 주변 마사지 샵에 가서 맛사지를 받곤 했다. 동남아시아를 관광하게 되면 여행 중 마사지 숍 방문이 꼭 포함된다. 그동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여행할 때 마사지를 여러 번 받았는데 패키지에 포함된 마사지는 성의도 없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 치앙마이에서는 아주 정성껏 해 주면서도 가격은 1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특별히 마사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호사를 누려보기 위해 저렴하고 편안한 마사지를 자주 받았다. 발마사지, 온몸 마사지, 오일 마사지를 받았는데 온몸 마사지(타이마사지라고 함)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어 가장 좋았다.
아침마다 노트북을 들고 숙소 앞 카페에 출근하여 한 달을 보냈으니 이런저런 글작업을 많이 했다. 첫 주는 향후 해외살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2024년부터 본격 시작되는 해외살이는 해당지역의 날씨, 비자 허용기간 항공편 이동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2027년까지 40개국에서 한달살이 하도록 계획했다. 2028년부터는 그간 한달살이 했던 도시중 좋았던 도시 몇 개를 선정하여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사는 것으로 했다. 당장 다음 달인 2024년 1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2월 베트남 냐짱,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5월 체코 프라하 한달살이를 결정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는 숙소선정 기준인 글쓰기 환경, 뚜벅이 생활에 적합한 교통, 마트, 식당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했다.
내 건강이 언제까지 해외살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을지 알 수 없으나 짧으면 70세까지 3~4년 길어봐야 75세까지 10년쯤 일 것이다. 해외살이를 할 정도의 건강이 되지 않으면 실버타운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의 미래 계획이다. 75세쯤 실버타운에 들어가고 나면 돈을 쓰고 싶어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향후 5~10년간 해외살이 할 때는 연금에 추가하여 얼마 되지 않은 재산중 매해 2~3천만 원 정도씩 사용할 예정이다. 쓰는 게 내 돈이다. 나중 병원비 정도 남겨 놓고 건강할 때 다 쓰고 갈 생각이다.
둘째 주부터는 브런치에 올릴 글을 썼다. 일본 한달살이와 인도여행에 대한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고 일본생활 이후 쓰지 않았던 2023년 진행사항을 기록했다. 브런치글이 이제 30개가 되었고 구독자도 100명이 넘었다. 한달살이 할 때마다 글 서너 개를 쓴다고 하면 2025년 말 이면 글 100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글 100개면 책 발간이 가능하고 책을 발간하고 나면 여행작가 지망생에서 여행작가가 된다. 꿈을 날짜와 함께 적어놓으면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잘게 나누면 계획이 되며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꿈이 실현된다고 한다. 여행작가의 꿈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
2주가 지난 후, 지난 8월 일본에서 만난 나오꼬가 4박 5일 일정으로 치앙마이에 왔다. 치앙마이에 먼저 온 내가 안내하여 함께 구시가지를 관광하고 인근 유적지인 치앙라이에도 다녀왔다. 그녀는 적지 않은 항공료를 지불하고 이곳에 왔으므로 이곳저곳 가보고 싶어 했다. 나는 카페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에 익숙해진 까닭에 3일째부터는 그녀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 루틴이 깨지면 멀리서 나를 찾아온 여사친 마저 불편해질 정도로 나는 벌써 나 홀로 삶에 익숙해져 버렸다. 나는 평생 나 홀로 살아야 할 운명인가 보다.
치앙마이는 1296년 린다왕국으로 건설되었고 주변국인 버마, 라오스, 태국으로부터의 방어를 위해 치앙마이 성을 건설했다. 당시 건설한 성과 해자가 지금도 일부 유지되어 치앙마이의 과거를 보여준다. 린다왕국은 600년간 유지되다가 1899년 태국에 편입되어 지금은 태국 북부 중심도시가 되었다. 수백 년간의 독립왕국시절 주변국들과 교류하면서 버마, 라오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치앙마이에는 불교사원이 300개가 넘으며 사원마다 금 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다. 인구 160만 명의 도시에서 그 많은 불교사원이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나오꼬와 함께 돌아본 치앙마이와 주변도시 관광지는 대부분 불교사원이다. 화려하게 꾸며놓은 그리고 긴 세월 동안 여러 주변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다양한 건축 양식의 사원이 볼만하다. 그러나 크고 유명한 몇 개의 사원을 보고 나면 그게 그것처럼 보여서 더 이상의 호기심이 사라진다. 그중 독특한 불교사원은 치앙라이에 있는 백색사원이다. 대부분의 사원은 금색으로 치장되어 있는데 백색사원은 백금색으로 치장되어 있어 볼만하다. 기타 이곳저곳 다녔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이미 전 세계 유명 유적지를 다녀왔고 한 달 전 인도의 세계적인 유적지를 다녀와서인지 치앙마이 주변의 유적지에서는 별 감동이 없었다.
-------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