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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Nov 11. 2024

유럽 캠핑카 여행: 프랑크푸르트에서 에든버러 까지

도버해협을 건너 에든버러로

     

여행을 좀 해본 사람은 관광지나 역사유적보다는 자연경관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유럽의 성당이나 동남아의 사찰들은 모두 비슷비슷해서 몇 개 보고 나면 식상해서 별 관심이 없어진다. 피라미드나 콜로세움 같은 세계적인 유적이라 하더라도 몇 번씩 가고 싶지는 않다. 이번의 캠핑카 여행은 관광이나 유적탐방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이미 여러 번 유럽관광을 했기 때문에 도시나 유적에는 별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캠핑카가 머물 수 있는 캠핑장이 대부분 풍광 좋은 산과 바다에 위치하여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들어갔다.   

  

캠핑카여행을 계획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곳 중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방문지를 선정했다. 유럽에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지만 여행기간의 제약과 여행 중간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는 일정 그리고 일행들의 개인 선호를 반영하여 스코틀랜드와 알프스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 큰 틀은 3명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나 먼저 스코틀랜드로 가서 자연을 즐기고 이후 알프스로 가며, 알프스로 가는 도중에 프랑스와 독일의 풍광 좋은 곳을 들르기로 했다. 자연경관을 찾아가는 여행이지만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에 들러 세계 군악축제를 관람하기로 했다.     


8.13일 12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만난 우리 일행은 한 시간 거리의 캠핑카 렌트회사로 가서, 예약한 캠핑카를 인수하고 인근 캠프에서 1박 후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스코틀랜드를 가기 위해서는 프랑스 칼레에서 도버해협을 건너는 페리선을 타야 한다. 오전 11시 출발하는 페리선을 타기 위해 칼레 인근 캠핑장에서 다시 1박 하고 아침 일찍 페리 선착장으로 갔다. 페리선은 한 시간여 만에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땅에 도착한다. 도버해협에 내린 후 우리의 목적지인 스카이섬을 향해 북쪽으로 향했다. 영국 최남단인 도버에서 최북단인 스카이섬 까지는 1000Km가 넘는 먼 거리이다. 가는 도중 런던, 버밍햄, 멘체스터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시들과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를 지난다.      

프랑스 칼레에 있는 카페리 선착장: 탑승 대기 중이며 앞건물은 면세점이다. 면세점에는 와인과 위스키가 저렴하여 엄청 샀다.

영국은 자동차가 좌측통행이다. 헨들은 그대로인데 좌측통행을 하려면 뭐가 이상하다. 특히 회전교차로에서 헷갈린다. 페리선에서 내리자마자 반대차선으로 운전을 하게 되니 얼떨떨하였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헨들 방향이 다를 때 가장 불편한 점은 통행료를 낼 때이다. 좌측 운전석에서 우측 창문을 열고 통행료를 낼 수는 없으므로 내려서 차를 돌아 통행료를 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영국에서는 도로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캠핑카는 전기, 물, 샤워시설이 되어있는 캠핑장에 주차해야 한다. 일반주차장에 주차하고 밤을 새울 수는 있으나 불편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비상시에만 이용해야 한다. 캠핑카는 승용차처럼 속도를 낼 수 없고 캠핑장이 문 닫기 전인 18시 전에 입장해야 해서 하루 운전가능 시간이 5~6시간 정도이고 거리로는 400Km 내외이다. 중간에 마트에 들러 장이라도 보게 되면 운전가능거리가 더 줄어든다.   

  

첫 목적지인 에든버러 까지 700Km쯤 되므로 가는 도중 2박을 해야 한다. 이번여행은 캠핑카로 자유로이 움직이기 때문에 핵심지역 캠핑장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찾기로 했다. 예매한 에든버러 세계군악축제 공연일 에 맞춰 에든버러 외곽에 있는 캠핑장만 예약하고 그 외 캠핑장은 예약 없이 그때그때 찾아가기로 했다. 캠핑장 예약은 구글지도와 캠핑장 찾기 어플을 이용했다. 구글지도에 캠핑장을 입력하면 주변 캠핑장이 표시되고 원하는 캠핑장을 클릭하면 각종정보와 예약방법이 나온다.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이메일 또는 전화로 예약이 가능하다. 캠핑장 어플은 구글 지도에 없는 회원제 캠핑장이나 전기, 수도가 없는 무료주차장도 표시되어 비상상황시 유용하다.     


도버를 출발해서 에든버러로 가는 도중 하룻밤 묵을 캠핑장을 찾았으나 빈 캠핑장이 없다. 금요일 이라서인지 모든 캠핑장이 만석이다. 어플로 뒤졌더니 식사하면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시골 주차장이 있어서 찾아갔다. 식당 주차장에는 우리처럼 캠핑장 예약 못한 캠핑카들이 이미 들어차 있다. 우리가 찾은 시골식당은 마을의 사랑방 같았다. 손님이 꽤 많았는데 손님과 식당 종업원들이 친구처럼 서로 이름을 부르며 서로 안부를 묻고, 손님들끼리도 서로 인사하면서 반갑게 얘기한다. 모두가 정중하고 예의 바르다. 영국이 최근에 망가져 가고는 있지만 신사의 나라라는 수식어에 맞는 풍경이었다. 영국의 대표음식인 피시엔 칩(생선튀김)과 맥주를 즐긴 후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시골마을 식당: 동네 사랑방처럼 직원. 손님들이 서로 인사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다음날 일찍 에든버러를 향했다. 도로 주변으로 펼쳐지는 영국의 산야가 의외로 아름답다. 영국 하면 산업혁명, 제국주의, 해가지지 않는 나라, 프리미어 리그 같은 강한 이미지만 생각했었는데 시골길을 가다 보니 의외로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이다. 크고 높은 산은 없지만 얕은 구릉이 물결치듯 이어지고 숲과 목초지와 밀밭이 조화를 이루며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마침 8월이어서 곳곳에 보라색의 라벤더가 피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영국의 전형적인 도로 주변 풍경: 낮은 구릉이 물결처럼 이어지고 평화로워 보인다.

영국의 둘째 날도 캠핑장을 예약하지 못했다. 십여 곳의 캠핑장을 뒤졌으나 토요일 이어서 인지 모두 만석이다. 영국인들이 캠핑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알만하다. 캠핑장 어플에 있는 회원제 캠핑장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회원만 예약이 가능하지만 자리가 비어있으면 비회원이라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갔더니 입구가 잠겨있고 연락처가 있다. 전화했더니 관리인이 몇 자리 비어있다면서 문을 열어준다. 자리가 없었다면 되돌아 나와야 했지만 운 좋겠도 빈자리가 있었다. 캠프 관리인 입장에서 보면, 회원제 이긴 하지만 빈자리가 있는데 돈 되는 손님을 안 받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캠핑장이 무척 아름답다. 널따란 잔디밭과 숲이 잘 조화되어 있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잔잔한 목가적인 풍경이다. 야외식탁에서 와인을 곁들인 멋진 저녁을 보냈다.      

무턱대고 찾아간 회원제 캠핑장: 넓은 잔디밭과 숲으로 둘러싸여 목가적이다. 장기 체류객이 많았다.

다음날 일찍 에든버러를 향해 출발했다. 에든버러 캠핑장은 미리 2박을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운전했다. 벌써 출발 5일째이다. 5일 지내보니 이제 캠핑카에서의 일과가 정착되었다. 기상 후 세면, 아침식사, 설거지하고 변기 비우기, 오수 비우기, 물통 채우기 등 출발준비 하다 보면 기상 2시간 후에 출발이 가능하다. 7시 기상이면 9시, 8시 기상이면 10시 출발이다. 피곤하거나 전날 과음하면 8시 기상하여 10시쯤 출발하게 된다. 


두세 시간 운전 후 점심식사를 하게 되는데 대개는 경로상에 있는 대형마트로 간다. 마트에서 다음날 아침식사를 위한 식료품을 구입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한다. 다행히 유럽 전역에는 대형마트가 많고 주차장이 커서 여행 중 마트를 많이 애용했다. 점심과 마트 쇼핑 후 다시 두세 시간 운전하여 캠핑장으로 간 다음 저녁을 준비하거나 인근 식당을 찾아 식사한다. 차로 이동 중 운전자를 제외한 두 명은 폰과 아이패드로 다음 캠핑장을 찾아 예약한다.      

에든버러 인근 캠핑장 주변의 고성: 이런 성이 영국에 수백 개나 된다고 한다

좀 이른 시간에 에든버러 인근의 캠핑장에 도착했다. 지난달 예약했기 때문에 좋은 캠핑장을 고를 수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에든버러 군악축제장에 갈 수 있고 주변에 아름다운 성과 하이킹 코스 그리고 좋은 레스토랑도 있다. 도착한 날과 다음날 주변의 고성을 관광하고 아름다운 숲 속길을 하이킹했으며 호텔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에든버러 캠핑장 주변 하이킹 코스: 강수량이 많아서인지 숲이 무성하다

여행 중 처음으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냅킨을 목에 두르고 칼질을 했다. 유럽 레스토랑은 음식의 양이 많다. 절대량도 많지만 지공거사인 우리 셋이 먹는 양이 적어서 3명이 3인분을 주문하면 많이 남기게 된다. 우리 3명은 음식 2인분만 시키고 빵이나 애피타이저를 하나 주문했다. 유럽의 외식값은 엄청 비싸다. 허름한 식당에서 싼 거 골라 먹더라도 1인당 3만 원 수준이다. 칼질하고 와인 마시다 보면 억 소리 난다. 셋이서 2인분만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억 소리 났다. 다음날 에든버러 시내관광과 세계군악축제 관람의 기대를 안고 캠핑카에서 잠을 청했다.    

세 명이 2인분만 시켜도 다 먹지 못할 만큼 양이 많다. 그러나 값은 억 소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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