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성에서의 환상적인 군악 퍼레이드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이며 중세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매년 8월이면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리며 연극, 음악,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도시전역에서 펼쳐진다. 기간 동안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는 세계적인 예술축제로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은 세계군악축제(밀리터리 타투: Military Tattoo)이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을 한 군악대가 백파이프와 북을 연주하면서 퍼레이드 하며 세계 여러 나라 군악대가 공연에 참여한다. 우리나라 군악대인 취타대도 과거 몇 번 참가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우리 일행은 여행 전 8.19일 21시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우리는 캠핑장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에든버러로 갔다. 에든버러의 버스는 대부분 2층버스이다. 이층 앞자리에 앉으면 승용차 앞자리에 앉은 것처럼 시야가 훤하다. 시내를 진입하자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의 모습이 고풍스럽다. 지난주 체류했던 프라하와는 또 다른 느낌의 중세 모습이다. 지형과 기후가 다르고 건축자재가 달라서 인듯하다. 프라하가 여성적이라면 에든버러는 남성적인 모습이다.
에든버러의 중심광장인 중앙역에 내리자 광장을 빙 둘러싼 웅장한 중세풍의 건물들에 압도된다. 건너편 바위산에 에든버러성이 우뚝 서있다. 에든버러 성은 고대부터 이 지역을 지켜온 요새이며 지금도 에든버러의 상징이다. 절벽 위에 세워져서 아주 견고해 보이며 적이 공격하기 힘들게 생겼다. 에든버러 성 쪽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다 보면 에든버러 성과 홀리우드 궁정을 있는 도로인 로열마일이 나온다. 1.6Km 길이의 로열마일은 중세의 상징인 돌길로 되어 있으며 길 좌우로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상점, 레스토랑, 카페가 즐비하다. 도로 곳곳에 버스킹, 공연, 마술, 백파이프 연주를 하고 있어서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에 더해 역사적 명소와 기념품 가게 등 볼거리가 많아 걷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관광객이 많아 걷기 힘들 정도이지만 축제 같은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제법 굵은 비에도 불구하고 서너 번 왕복하며 걸었다.
공연이 9시라서 시간이 많았다. 골목골목 다니며 중세의 분위기를 즐기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구경도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영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에든버러의 구시가지를 즐겼다. 에든버러성 절벽 아래에는 프린스 스트리트 공원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 공원도 산책하고 근처에 있는 조니워커 전시장에 들러 술도 한 병 샀다. 오전에 오락가락하던 비가 오후 들어 점차 굵어진다. 가끔은 걷기 힘들 정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한다. 야외공연인데 오늘밤 공연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공연이 취소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빗속 공연관람을 대비하여 우의와 우산을 준비했다.
8시부터 공연장 입장이다. 공연장은 에든버러성 앞 축구장 반만 한 크기의 광장에 관람대를 설치한 야외이다. 계속되는 비에도 불구하고 에든버러 성 광장으로 가는 길이 인산인해이다. 검색대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져있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공연장인 광장으로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주변을 보니 모두 외국인 들이다. 현지인은 별로 안 보이고 미국, 호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7~8천 석 되는 좌석이 꽉 찬다. 한 달간 매일 공연하고 입장료가 15만 원 정도이니 축제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공연시간이 다가올수록 비가 개인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파란 하늘이 나타난다. 이곳 특성상 낮에 비가 오더라도 9시쯤 되면 비가 개는 듯하다. 그래서 이 늦은 시간에 공연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공연을 마치고 이 많은 관중들이 빠져나가려면 자정이 가까울 텐데 왜 이리 공연을 늦게 시작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기상특성을 보니 이해가 간다.
군악축제 공연장은 고풍스러운 에든버러 성 정문 앞이다. 성 위에는 수십 개의 횃불을 설치해서 야간전투를 하는 듯이 연출을 하고 성벽을 배경으로 레이저 쇼를 하여 공연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성벽에 설치된 발코니에 경기병 차람의 병사들이 시작 나팔을 불고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군악대는 전쟁에 출정하듯이 성문을 열고 요란스럽게 나타난다. 일반 극장이나 운동장에서 공연했더라면 감동이 크지 않았을 텐데 에든버러 성이 발산하는 웅장함과 고풍스러움이 공연 전반을 고급스럽고 엄숙하게 했다.
세계 군악축제라고는 하지만 전통복장을 한 스코틀랜드 군악대가 공연 내내 분위기를 압도했다. 스코틀랜드 전통복장은 킬트라고 하는 남성용 치마에 망토를 걸친다. 우리 색동저고리처럼 여러 색이 조합된 요란한 치마를 입고 펄럭이는 망토를 걸치고 베레모 비슷한 모자에 커다란 백파이프 안고 걸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장관이다. 마치 치렁치렁한 이브닝드레스에 커다란 모자를 쓴 수백명이 패션쇼를 하는듯한 모습이다. 공연장 자체로 만도 사람들을 압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만드는데 여기에 더해 전통 의상을 입은 수백 명의 스코틀랜드 군악대가 요란스럽게 백파이프를 불면서 행진하는 광경은 감동적이며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다.
중간중간 미국, 스위스, 인도의 군악대, 의장대, 무용수가 공연했다. 이들의 공연도 훌륭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군악대 수백 명의 화려한 공연을 보다가 몇십 명 규모의 공연을 보니 일단 숫적으로 밀리고 의상으로 비교가 되어 좀 초라해 보인다. 우리나라 군악대가 이곳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 취타대 역시 스코틀랜드 의상을 능가하는 화려한 의상과 백파이프보다 더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전통 나발의 소리가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비가 오고 마지막에는 제법 굵은 비가 내렸으나 군악대들은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계속했다. 관객들도 우의를 걸치고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23시경 공연이 끝났다. 공연 후 관객들이 빠져나가는데만 긴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마지막 버스를 겨우 타고 새벽 한 시가 다되어 캠핑장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