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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다 Mar 16. 2023

당신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장소는 어디인가요?

각자의 삶에는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나만의 장소가 있을 겁니다.

오늘도 나는 동생과 함께다.

아주 어릴 때부터 결혼해서 각자의 삶을 살기 전까지 난 동생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덕분에 항상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동생과 함께  동네 친구들과 하루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며 엄마가 회사에서 집에 오기 전까지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엄마 아빠는 공부해라 라는 말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내가 엄마가 되어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다 보니  아이들 공부까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으셨던 것 같다.

학기 중에는  날마다 온 동네를 쓸고 돌아다니고 방학에는 여김 없이 외할머니댁으로 가서 방학 내내 지내다 오기를 초등학교 내내 반복했는데 지금은 방학 때마다 다닌 외할머니댁에서의 추억도 나에게는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힘이 된다.

어렸을 때  행복한 추억이 지금의 메마른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걸 요즘은 하루하루 느끼며 살아간다

외할머니가 시골장터에서 사다 주신 빵이며 튀김들은 엄마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해주시는 음식과는 또 다른 맛이었고

많고 많은  친척들과  조카들이 있었지만 외할머니가 나랑 동생만 아는 곳에 간식을 몰래 두고 챙겨주신 기억 또한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곁에 없지만 나의 기억 속에만 있는 할머니의 따뜻한 온기로 오늘 하루도 버티는 힘이 된다.

살아오면서  나를 버티게 해주는  장소를 떠올려 보니 많다.

친구들과 뛰어놀던 학교도 있고, 친가 외갓집도 있고 , 가족끼리 갔던 여행지도 많지만

그 많은 장소 중에 나에게 가장 기억나는 장소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빌 게이츠의 도서관처럼 거창한 도서관이 아니다

도서관에 가면 항상 있는 그 문구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 이처럼 거창한 의미의 도서관이 아니다.


나와 도서관의 첫 만남은.... 초라했지만... 지금은 나와 우리 아이들과 뗄 수 없는 장소이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은 이사를 많이 다녔다

딸이 셋 아들이 하나  나의 형제는 4형제다.

막내인 아들은 나랑 9살 나이 차이가 나서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집은 딸 셋으로 살았더랬다

아이가 셋인 탓에... 아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사를 다닐 때마다 엄마는 집주인아줌마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결혼한 우리 형제에게 아이는 하나만 낳으라고 하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엄마가 이사를 갈 때마다 우리 집 근처에는 항상 도서관이 있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난 이사를 다닐 때 제일 먼저 주위에 가까운 도서관이 있는지 먼저 찾아본다

나의 기억 속에 첫 도서관은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고 놀다가 시원한 곳을 찾아갔던 곳으로

나에게 기억되는 장소지만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나에게 휴식을 주던 곳이다


지금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나의 삶에서 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아빠의 병간호 때문에  휴직을 해서 2년간 쉴 때도 아파트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나의 정신적 휴식처가 되어 주었고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아주 좋은 사람들을 너무 편하게 만날 수 있었던 곳....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


아빠가 돌아가시고 내가 복직을 하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아파트 도서관 봉사활동은 여전히 하고 있다.

도서관도 좋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가끔 엄마랑 이야기한다

엄마가 가장 잘한 게 뭔지 아느냐고

엄마가 물었다... 뭔데???

엄마가 이사 갈 때마다 도서관 근처로 이사가 주신 거요...

나중에 나의 아이들도 내가 엄마랑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삶이 힘겨운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장소는 어디인가요?

각자의 삶에는 힘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주는 소중한 장소를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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