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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Oct 31. 2020

날이 밝았다.

일상의사유

날이 밝아서 눈을 뜰까. 알람이 울려서 눈을 뜰까. 때로는 오늘 시작된 아침이 날마다 내게 주어지는 아침이니 무감각하다.

'굿모닝! ' 이 말과 ' 아~ 피곤해! ' 가 대립하기도 한다.


무감각하게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우롱 티를 내린다. 단체 카톡방은 새벽부터 울려대고 있다.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메시지들로 울리고 있다.


'굿모닝~

 날마다 나는 성장한다. 날마다 나는 책을 읽는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 등 각자의 긍정문으로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노라고 알리고 있다. 이런 단톡 방이 지금 어느덧 4개가 넘었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이것을 반복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아침 인사를 한다고? 중요하지 않다. 하루를 -, 혹은 이 삶을 성실하고 열심히 보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기에.

그런 아침을 맞은 지 수개월이 흘렀다.  아침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울리는 단톡 방이니 무감각해져 흘려 보게 된다. 아니 요즘엔 어떤 단톡 방은 3일에 한 번씩 들여다본다. 내게 3일에 한번 아침이 오는 것은 아닐 건데.

날마다 긍정문을 올리면서 시작하니 손가락 움직이는 게 귀찮아져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의 굿모닝 인사를 떠나지 못한다. 나를 깨우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그렇고, 그렇게라도 무인도 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느끼고 싶은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그래. 굿모닝이지. 하며 피곤하고 멍한 아침을 날려본다.

혼자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 적막함이 있을 때 익명의 한 사람이 굿모닝!  하며 인사를 저 멀리서 보내주는 것은 무지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잎차가 우러나오는 동안 오늘의 긍정 선언문이나 봐야겠다 하고 집었던  휴대폰 화면 속에서 나는 정지했다.

정신이 화들짝 깨는 순간이다.

사진이 전송된 시간은 아침 7시 42분.  여느 때와 다른 아침이 되고 있다.

' 한 시간 전 울릉도에서 찍은 일출 사진입니다. 사진 보시고 오늘 하루도 좋은 기운으로 보내세요.'


우리에게 날마다 입금되는 시간 86400원.

그 하루를 장엄하게, 찬란하게, 뜨겁게 알리는 저 붉은 태양이  너무 당연하다 생각했다.


일출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제주도에서 보낸 며칠. 지난여름 8월이었다.

그 날. 창 밖으로 내려오는 태양을 보며 ' 와~ 멋지다. 아침. 넌 참 대단해. ' 했던 내가 떠올랐으나 사람은 망각을 의 동물인지라 떠오르는 해를 잊고 알람 소리로 아침을 맞았다.


깊은 곳에서 힘껏 올라오는 저 해를 날마다 생각한다면 하루하루가 더 밝고 긍정적인 일로 차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찰나의 일출 사진은 나를 다시 깨웠다.


굿모닝.

나는 날마다 달라진다.

나는 오늘 할 일을 다 해낸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멋진 독서가이다.

나는 내 삶을 잘 이끈다.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나는 내 삶을 최고로 이끈다.

나는 날마다 성장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좋은 일이 생겨서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말과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연습해야 되는 일이었고 좋은 마음과 좋은 눈빛도 축적된 반복이 그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엄마의 일상은 스스로 날마다 만들어간다.

작은 점 밖에 안되어 보통날, 보통인의 삶이라고 하찮지 않다. 내게 시작된 이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면 모든 것이 감사하게 된다.

긍정의 작은 씨앗을 날마다 뿌리면 나는 긍정적이 된다. 삶이 밭이다.

너무도 간단한 진리를 저 붉은 태양이 내게 까먹지 말라고 전한다.


날이 밝았다. 서성거리지 말자.

중요한 일을 찾자.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의 목적의식은 무엇인지 가슴 저리게 고민하고 있던 날들이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과 뜨거운 마음으로 고민하면 나를 찾는 것도 분명해질 것이다.


태양만 떠오르는 것이 아닐 게다.


"당신은 힘차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

어느 구절이 마음에서 울린다.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한 하루는 분명히 내게 속삭인다.


" 당신에게 좋은 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날이 밝았다. ( 또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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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어느 가을에 서성거리며 써둔 글을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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