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옛날 물건도 좋아하고 빈티지도 좋아하고 옛날 노래도 좋아하고. 요즘 내 취미는 옛날로 돌아가 보는 거다. 나는 그 시대 때 태어나지 않았어서 그런지 더 환상이 있다. 그때만의 감성을 좋아하기도 한다. 요즘 내가 가진 취미는 턴테이블 구경하기. 왜 그렇게 LP판이 갖고 싶은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냥 인테리어용으로 생각했는데 올드팝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역시 옛날 감성은 좋다. 그래서 엄마가 한 번씩 그런다. 너 애늙은이 같다고.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애늙은이 같기도 하고 고지식한 부분도 많다. FM이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내 성격이 이런 걸 뭐 어떡해.
내 이런 성격을 인정하게 된 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서다. 혼자 집에서 지내면서 나는 내 취미를 찾아야만 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알맞은 취미 말이다.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산책하고 카페에서 시간 보내는 게 내 유일한 취미였는데 한순간에 없어진 취미로 나는 집에만 박혀 있었다. 회사, 집, 회사, 집, 회사, 집. 진짜 말만 들어도 지루한 루트가 아닌가. 회사에 있으면 일하기 싫고 숨 막히기만 하고 집에 있으면 한없이 무기력해져만 갔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 오려고 하는 거다. 사람이 이토록 무기력하고 우울해질 수가 있구나, 하며 생각했다. 난 내 감정에 지배된 걸 처음 느껴서 더 힘이 들었다. 처음 하는 사회생활, 처음 혼자 살아보는 타지 생활, 코로나와 업무로 인해 부모님도 제대로 못 뵈고. 여러 가지가 뭉쳐 결국엔 펑 터져 나를 우울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취미를 만들고 활동적으로 지내자.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뭘 좋아할까. 나는 노래, 여행, 동물, 핸드폰, 먹는 것 그리고 '아날로그'라고 뭉칠 수 있는 것들.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발전시키려고 했다. 심심하면 노래를 들었고 여행을 가고 싶으면 유튜브로 브이로그를 보고 동물을 보고 싶으면 동물 영상을 보고 핸드폰은 맨날 봤고. 먹는 거는 너무 잘 먹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아날로그. 나는 곧장 필름 카메라를 샀다. 언젠가 나의 카메라를 갖겠노라 생각했는데 정말 갖게 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것도 레트로적인 카메라였다. 옛날 모델 카메라.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케녹스 브랜드의 카메라였다. 처음으로 36장의 카메라 필름을 친구들도 찍어주고 부모님도 찍고 동생도 찍으면서 다 썼다. 처음 사진 인화를 하고 나오니 너무 좋았다. 친구들한테 나눠주고 부모님도 나눠주고.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당연히 찍을 수 있지만 역시 필름 카메라만의 매력은 말로 할 수 없었다. 나는 인화 사진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사진 밑에 날짜가 적혀 있는 거다. 너무 감성 있잖아!
그렇게 찾게 된 내 아날로그 취미 찾기. 필름 카메라를 시작으로 빈티지 액세서리, 빈티지 옷, 노래도 옛날 노래 찾아 듣고 시티팝 그리고 요새는 올드팝까지. 턴테이블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집에 솔직히 놓을 자리도 없다. 이 좁은 원룸에 놓을 데가 어디 있다고... 하지만 나의 욕심은 못 말린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언젠가 나는 사게 될 거다. 턴테이블 사서 LP판도 모으고. 그렇게 노래를 들으면서 누워 있는 게 내 로망이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요즘 또 새로운 걸 알아냈다. 인센스 스틱. 뭔가 아날로그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빈티지스럽다. 뭔가 그 스틱을 피고 있으면 나는 집에 캔들 워머가 있다. 향초도 좋아하고 주황빛 조명도 좋아서 아주 만족스럽다. 그런데 어느 브이로그 보다가 인센스 스틱이라는 걸 알게 됐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너무 예쁘고 신비한 느낌이 좋았다.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이 났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장만하러 가면서 구경하다가 인센스 스틱을 파는 걸 봤다. 스틱 향 종류도 엄청 많고 홀더도 예쁘고... 하나같이 내 취향을 몰아놔서 진짜 까딱하면 살 뻔했다. 하지만 원룸에서 피면 환기도 자주 시켜야 하고 잘못하면 질식의 위험이 있다는 게 기억나서 바로 내려놨다. 아쉬웠지만 더 돈 벌어서 좋은 집, 넓은 집 가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취미를 다 갖다 놓을 수 있는 집을 꼭 사고 말 테다. 결론이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지만 그렇다.
마침 지금 노래 들으면서 쓰고 있는데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가 나온다. 푹 빠진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정말 색이 바래진 지금은 찾을 수 없는 감성을 알아가는 게 좋다. 한 번씩 생각한다. 왜 나는 그때 너무 어렸을까. 복고가 유행하는 이유는 그 시대 향수를 기억하는 사람들 때문도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보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한테도 있다고 생각한다.
빠른 세상 속에서 느림을 찾고 싶은 것도 있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 다들 쫓기듯이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느리다고 뭐라 해도 그대로 가는 게 좋은 것 같다. 맞춰주다 보면 결국 지치는 건 나다. 나만의 세상으로 가득 채우는 건 위험하지만 일상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게 요즘 내가 지루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