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먹는 걸 진심으로 한다.
철학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게 아니다. 나는 일단 흔히 말하는 막입이다. 다 맛있다. 세상엔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지? 이래서 내가 지금 살 찌는 거다. 넌 좋아하는 게 뭐야? 하면 먹는 거요. 하고 바로 나온다. 정말 먹을 때만큼 행복하고 좋은 건 없다. 고등학교 야자 시간 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을 때는 친구랑 한시간 동안 연습장 공책에 먹고 싶은 것들을 써내려갔다. 라면부터 시작해서 닭발, 국밥, 물회, 감자탕, 돈까스... 뭐 다 나왔다. 왜 그렇게 먹고 싶은 것들은 또 많은지.
어렸을 때 아빠가 회사 야근하고 오면 항상 야식을 드셨다. 야식은 거의 라면이었다. 그 때부터였다. 내가 라면 없이 못 살았던 게. 라면은 대체 누가 만든 거지. 내가 절하고 싶다. 라면은 면도 맛있고 국물도 맛있고 게다가 밥을 말아도 맛있다. 나만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볶음면들도 맛있고... 국물 있는 라면들은 말해 뭐해고.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아빠가 끓인 라면에 나도 젓가락을 먼저 넣어놓고 한 입 먹어도 돼? 하고 물으면 아빠는 이미 젓가락 넣어놓고 말하냐고 하지만 먹으라고 하면서 거의 항상 반을 주셨다. 내가 그렇게 뺏어 먹은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보니 엄마는 라면 금지령까지 내렸던 게 생각났다. 그 때 생각해보면 내가 딸이었으니 아무 말 안한 거지, 속으로 이 놈의 가시나 하셨을 거다. 그렇지만 뺏어 먹는 것만큼 맛있는 건 없다!
내가 요즘 엄청 빠진 건 마라탕이다. 누가 마라탕에 마는 마약의 마라고 하던데 이건 팩트다. 왜 자꾸 맛이 생각나고 특히 밤에 생각나면 미치겠다. 그래서 꼭 그런 날엔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마라탕을 시킨다. 내 속이 뒤집어 지던 배가 아프던 말던 시킨다. 마라탕에 있는 건더기 하나 입에 넣으면 자동으로 와! 가 나온다. 미쳤다. 한국 마라탕은 혁명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내가 마라탕에 꼭 넣는 건 분모자 당면과 완자다. 새우 완자. 완자는 정말 새우 완자가 짱이다! 말하니까 또 먹고 싶다. 내일 일어나자마자 배민을 켜서 마라탕을 시켜먹어야겠다. 하필 새벽에 얘기하고 있는지라 더 배고프다.
또 빠진 거라고 하면 그릭 요거트가 있겠다. 나는 요거트가 거기서 거기지, 했었고 무엇보다 뭘 토핑해서 먹는 게 그저 그랬다. (아까 막입이라고 하던 사람) 그랬는데 어쩌다 요거트가 너무 땡겨서 찾아보니 그릭 요거트라고 있어서 각종 베리 과일들을 토핑으로 한 그릭 요거트를 시켜서 먹어봤는데 와. 신세계다. 그 항상 흘러내리는 요거트를 먹다가 이렇게 꾸덕한 요거트를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왜 먹는지를 알겠더라. 여차하면 만들고 싶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요리에 소질이 없으니 생각에서만 그만뒀다. 우유를 잘 안 챙겨 먹는 나에게는 요거트도 좋은 식품이 될 것 같다.
먹는 걸 말하면 정말 끝도 없다. 나는 맛 평가하는 사람이나 미슐랭 평가 하는 사람이었다면 쫄딱 망했을 거다.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고 해서 얘는 기준이 뭐냐며 욕 먹었을 것 같다. 정작 나는 다 맛있어서 배는 행복했을 거다. 유튜브 먹방하는 사람들은 너무 부럽다. 어떻게 저렇게 맛있는 것들을 잔뜩 쌓아놓고 먹고 살은 어떻게 안 찌고. 각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노하우로 먹고 관리를 하는 거겠지. 나는 먹기만 잘하니 방송도 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러다 내 건강이 두려워진다. 자아 두개가 싸운다. 야, 먹어 자아랑 지금 먹으면 너 진짜 살 찐다 자아랑. 살에 대한 스트레스는 나날이 더 커져가지만 그만큼 먹고 싶은 마음도 엄청 커진다. 그래도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하잖아요! 사람이 먹고는 살아야 합니다! 행복은 항상 가까이 있다. 나는 소소한 행복이 더 즐겁다. 노래를 듣고 맛있는 걸 먹고. 일상적인 행복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다.
여튼 마라탕이 너무 먹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