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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r 06. 2022

이 주의 시들-궁지

몰릴대로 몰렸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궁지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궁지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선, 갈 때까지 갔다는 의미죠.


연명 혹은 끝장. 모 아니면 도라는 격언이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이번 주제는 글에서 다양한 양상이 보였습니다. 편안한 실패와 추락을 은근하게 원하는 자, 방향도 명확하지 않은 고행길을 가기 위해 벼랑 끝에서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자. 같은 위치에 있어도 갖는 마음가짐에 따라 뒷 이야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은 과연 어떠한 자세로 궁지에 임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1. 아떽띠해님의 'ㄱㅜㅇㅈㅣ'


https://m.fmkorea.com/4361536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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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색을 맞추려 짜낸 노력은 



우 는 소리에 가려지고



우 리 관계, 생각해 보자는 말은



지 독히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미 벗어날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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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사랑이란 게 참 안될 땐 죽어도 안되죠. 내가 100퍼센트를 쏟아도 상대가 같은 마음이 아니면 말짱 도로묵이니. 그 결과 궁지 중에서도 제일 악랄한 축에 속하는 궁지에 몰린 화자입니다.


양자택일도 못할 것만 같은 압박감은 화자가 지금까지 쏟은 노력 때문일까요. 아직 식지 않은 사랑 때문일까요.


잘 읽었습니다.




2. P.Dybala님의 '궁지'


https://m.fmkorea.com/436258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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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보리를 보며 탄식하던 이가 있었다.


머지 않아 잊힐 기억을 움켜쥐고,


흘러내린 모래를 추억한다.


마당에 뿌리내린 들풀 사이에서,


오늘의 나는 어제를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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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현재의 모든 일에 의욕을 잃어버리고 지나간 추억을 더듬기만 하는 사람은 매 순간이 궁지에 놓인 것처럼 빈곤하고 참담한 심정일 겁니다.


보리가 지고 파릇파릇한 들풀이 자라날 만큼 시간을 버리고 나니, 화자는 유일한 일과였던 회상도 못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정한 궁지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3. 신현빈님의 '새 시대여 오라'


https://m.fmkorea.com/437990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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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여 오라


비루한 화가의 붓은 버리고


색 바랜 과거의 초상 위에


신록의 물감으로 덧그릴


도화지여 오라


캔버스여 오라



새 시대여 오라


서늘한 쇠붙이는 거둬 들이고


화통의 전장에서,


화평의 마당으로 바꿀


자유여 오라


사랑이여 오라



지금의 남루함이 무한하여


간절한 변화를 모색하노니


무엇이 되건 지금을 바꿔 줄


그대여 오라,


새 시대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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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궁지에 몰렸다는 건 바꿔 말하면 희망을 아직 놓지 않았다는 뜻이죠. 그런 상황에서 추락을 택하지 않고 긍정적인 미래를 소망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안될 겁니다.


그리고 저런 이들이 자아내는 따스함은 이야기가 되어 후대까지 길이 길이 전해지죠.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 포화 속에서 나누는 포옹, 폭격지에서 발견된 아이의 일기. 뭐 이런 것들이요.


새 시대는 살아남은 사람들과 숭고한 정신이 함께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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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궁지'는 여러 방면에서 우리 내면의 위기감을 자극하는 주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언젠가 정말로 궁지에 몰릴 때가 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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