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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12. 2022

이 주의 시들-3등

그 둘만 없었다면...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3등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군요.


세상은 흔히 3등을 두고 '성적 대비 만족도가 높은 자리' 라 평가합니다. 아쉽게 1등을 놓친 2등에 비해서 말이죠. 물론 1 2 3등만이 올라설 수 있는 포디움 위에서는 통하는 얘기입니다. 메달이 됐든 사진이 됐든 4등보단 3등이 훨씬 나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떨까요. 1등은 그때나 이때나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2등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 대회 1등의 라이벌로서 회자됩니다. 그 2명이 양분한 땅에 3등이 낄 구석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뜻이죠.


거의 모든 분야가 이런 식입니다. 독보적인 1인자와 그 위상을 그나마 따라가는 2인자. 그리고 3등을 비롯한 나머지들. 1등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명과 나머지들. 간혹 가다 '3대장'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다들 암묵적으로 알고는 있습니다. 제일 떨어지는 사람이 셋 중 누구인지.


경쟁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대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고 싶어합니다. 당대의 유명세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기억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하려 하죠. 시대를 대표하는 1등과 대항마인 2등은 그게 가능합니다. 결국 3등은 혼자 당대에 남고요.


높은 위치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다소 아쉽고 미련이 남는 자리, 3등에 관한 제 생각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베스트로 뽑힌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1. 신현빈님의 'ode To Son'


https://m.fmkorea.com/4691749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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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위에 선

네 얼굴을 보다니

자랑스럽다


그러니 너도

아쉬움과 슬픔에

기 죽지 마라


3등이라서

하늘에서 본 네가

가장 높으니


////////////

시평: 1 2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도 3등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게 다 끝나고 나서도 꺼지지 못한 투쟁심은 아쉬움과 슬픔으로 변했습니다. 금빛 메달의 소유자를 위한 박수가 쳐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겠죠.


그러나 부모의 눈에는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들이 단상 위에 섰다는 사실 하나로 이미 충분히 가슴이 벅찬데. 메달의 색이나 자리의 높이 따윈 사소한 문제겠죠.


하늘에서 본 네가 가장 높다는 말은 그저 듣기만 좋은 위로가 아니라, 부모의 사랑이 가득 담긴 송가일 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2. P.Dybala님의 '3등'


https://m.fmkorea.com/468543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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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란 영광을 목에 걸고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서는 이의 발판이 된다.


금세 외면당한 시선은

이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며 떠돈다.


//////////////

시평: 어떻게 보면 2 3등은 1등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두세 번째로 높은 성적을 거뒀다는 말은 곧 1등보다 못한 두 명이라는 뜻이 되니까요.


이 경우 성적으로만 따지자면 3등이 제일 비참합니다. 마침 메달 색도 둘에 비하면 한없이 우중충하고요. 최선을 다한 결과는 1등이 아닌 한 늘상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황만 하다간 다음 번엔 발판조차 되지 못한다는 걸 화자는 여실히 깨달았겠죠. 투쟁심이 다시 불타오를 준비가 되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시써보려는인간님의 '3등'


https://m.fmkorea.com/469760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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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보다 3등이

더 기뻐하는 이유는

아쉬움없이

순위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때로는

3등처럼

만족할 필요가 있다


턱걸이 인생이면 어떤가

나만 만족하면 그만이다


/////////////

시평: 시대에 남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최고로 기억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만족입니다.


1등을 하겠다는 야망은 언제부턴가 '만족'을 '안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말라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물러날 수 없게 하기 위함이었죠. 때문에 화자는 3등이란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것들을 버려왔습니다.


그러나, 버릴 수 있는 건 다 버렸는데도 끝내 2명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들 역시도 화자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게 버리진 않았으니까요.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입니다.


1등은 1등으로서의 만족감을 누릴 겁니다. 2등은 오랫동안 분해하겠지만 두 번째라는 업적에 나름 만족하겠죠. 그러니 3등도 만족을 해야 합니다. 혼자 끙끙 앓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때마침 그럴 듯한 명분도 준비되어 있고요. 아까 말한 것처럼 3등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으니까.


잘 읽었습니다.


///////////////


이번 주 베스트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여러분은 3등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좋아하는 축구선수 한 명이 내내 떠올라서 고생했습니다. 처음부터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베스트를 쓸 때도 그 선수를 투영하게 될까 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사실 이 3등이란 주제는 오직 3등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1등과 2등에 가려진 모든 이들...3등은 그들을 대표하는 개념인 셈이죠. 단상 위에 섰지만 서지 못한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공감해주는, 그런 등수였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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