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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19. 2022

이 주의 시들-백합

난 이럴 때 그 누구보다 순결하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백합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백합은 진한 향기와 순결의 상징을 지닌 꽃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권에서의 인기가 높은 편인데요. 국기와 주기는 물론이고 대학교나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마크에도 백합이 들어갈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꽃말은 순결이지만, 그 외에도 색깔에 따라 순수한 사랑, 깨끗한 사랑, 열정적인 사랑, 명랑한 사랑으로 분류됩니다. 하나같이 꽃을 봤을 때 쉽게 떠오르는 표현들이죠.

한편으로 미국과 영국에선 장례식 때 쓰는 꽃으로 백합을 사용하니 마냥 밝은 이미지만 있는 꽃은 아닙니다. 또한 순결이라는 단어가 언제까지고 그 본질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라 감상이 때에 따라 바뀌기도 하죠.

백합이 가진 성질을 글에 어떻게 녹여냈느냐. 이번 주제는 이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글을 읽었습니다.

그럼 이번 주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포동포동포체티노님의 '백합꽃'

https://m.fmkorea.com/470144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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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비바람 속에서도 
넘쳐나는 생명력을
주체하지 못하는구나

하얗게 피어난 그 꽃의
당돌함에 놀라본다

찌는 태양빛 사이에서
조그맣게 일어난 눈꽃송이가
어찌 녹지 않을수 있는지

그러나 이 꽃은 해냈다.
그리곤 꼿꼿이 몸을 세우고 
세상아 보아라 라며 외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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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백합은 여름에 피는 꽃입니다. 봄에 심든 가을에 심든 이 꽃은 햇빛이 가장 높은 곳에서 뜨겁게 내리쬐고 있을 때 피어나죠.

긴 시간 동안 땅에 있다가 흙을 뚫고 나온 그 꽃은 눈보다 더 하얗고, 철근보다 더 꼿꼿하게 서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런 성장기를 보내는 백합을 두고 '여름에 피는 겨울 꽃'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이 시를 읽으니 그 표현에 공감이 좀 가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2. 센스온더벤치님의 '피사체'

https://m.fmkorea.com/470509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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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진 속 사람 아닌,
풍경이 그리워지는 까닭에 대하여

이제는 네가 아니라
내게 물을 수 있는 것은

세월의 공덕일는지
아니면 야속함인지

사각의 프레임이
둘 중 하나에겐
무기수의 감옥이었을 수 있겠다.

블라우스 빠알간 어깨선 기준으로
반을 갈라 도려내니

피사체!

하이얀 백합의 포즈는 덧없이 발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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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사진 속에 꽃이 피었든 숲이 울창하게 자라있든, 멀리서 보면 그저 사진 안의 풍경일 뿐입니다. 찍혀 있는 사물과 인물은 처음엔 단수로 기억될지도 모르나, 나중이 되면 모두 다 풍경으로 합쳐집니다.

사진 중앙에 있는 그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도. 블라우스 옷자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백합 향기가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자극하였는지도.

지금의 화자에겐 그저 사진이자 피사체에 불과합니다. 사진 속 사람이 그리웠던 시절에는 그녀를 갈라서 백합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테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3. 신현빈님의 '첫사랑'

https://m.fmkorea.com/4698378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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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변덕지던 봄이 지고
사방에 나리는 꽃 향기가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강 위엔 햇살이 빛나고
땅 위에 흐드러진 백합 군락
아찔한 꽃 내음 뽐내는데

그 위로 어슴푸레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아지랑이 하나
유리처럼 투명한 웃음 지으며
내게 자신의 이름을 속삭였다

완벽한 순간, 내 맘을 녹인 채
하이얀 백합 군락 위에 선
그녀의 이름은 릴리, 나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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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첫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글에 나오는 모든 문장이 꽃, 첫사랑, 백합으로 이어지고 또 그것들을 한데 아우르고 있습니다.

꽃 향기가 '나리'는 지대에 핀 꽃은 백합, 순우리말로 '나리'죠. 이밖에도 향기를 아지랑이에 비유한 부분과 유리백합을 연상시키는 웃음, 화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이름 '릴리' 등...배경과 인물, 감상이 백합을 온전한 하나의 주제로 완성시킵니다.

높은 완성도와 여운을 겸비한 좋은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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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아무래도 상위어가 있는 주제였다보니 의미가 다소 흐릿해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요. 꽃으로써의 백합보다 이미지로써의 백합이 더 두드러지는 한 주가 되었습니다.

다음 번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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