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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26. 2022

이 주의 시들-절규

원없이 질러봐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절규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절규는 있는 힘을 다해 부르짖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한이 맺혀서 내지를수도 있고, 답답한 마음에 역정내듯이 뱉기도 하는 소리죠.


상황이 석연찮지만 뭔가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결국엔 지르고 마는 것. 그게 바로 절규입니다.


그런 절규의 정서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글을 이번 주 베스트에 선정하였습니다. 함께 보시죠.




1. 색채님의 '절규'


https://m.fmkorea.com/4723359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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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착색의 과정이구나

몸이 달아오르는 게

불판 위에 서 있는 듯 해

하얗던 나의 마음은

어느새 검게 물들고

안에서 부풀어오르는 것은

두려움인가 체념인가


달콤한 삶이구나

그러기에 사람들은 나를 바라고

낙인을 찍네

이젠 캐러맬화 되어서

예전으론 돌아갈 수 없어

내몸은 부서지고 쪼개지고

삼켜지겠지


설탕의 비가역적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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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하얀 설탕이 까매져가는 과정을 사람의 마음에 비유했네요. 하긴 사람이나 설탕이나 비가역적인 일 앞에선 똑같은 입장이 되겠죠.


달고나가 된 설탕을 하얀 가루로 되돌릴 수 없듯, 검게 착색된 마음이 다시 하얘지는 것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구름기린님의 '절규'


https://m.fmkorea.com/4729594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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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산에서 용울음을 들은것만 같다

귀기울여 울음을 본것만 같아서 

찾아가지만 용이라기엔 작은 발자국만

문득 용이 된것만 같아

두손을 입가에다 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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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절규의 크기는 몸의 크기와 상관이 없습니다. 생쥐처럼 작은 사람이라도 한이 쌓일대로 쌓이면 크나큰 절규가 나오는 법이지요.


용울음은 용이 내뱉은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화자와 같은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이었죠. 이 산에선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다. 소리로나마 호쾌함을 느끼고 싶었던 화자는 두 손을 입가에 가져가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전략평론가님의 '절규'


https://m.fmkorea.com/473141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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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순수한 만남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무런 계산 없이 어색하고 서툴러도

대화가 즐겁고 편한 그런 만남을 꿈꿔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만나면, 되려 쓸쓸해지는 사람이 아니라

날마다 보고 싶어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와 함께 듣던 이 카페의 음악이

이별한 후에도 참 듣기 좋았다.

예전에는 이런 곡들을 밤새 들으면서

무던히도 많은 눈물을 쏟아내곤 했었는데

이제 더는 흘릴 눈물도 남아 있지 않나 보다.


이별한 그 이후에도 가끔 이 카페를 찾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드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느낄 수 있는 가슴이 죽어가는 거다.

그대로 서서히 돌덩이가 되어가는 걸 봐야 하는 참담함이란,


죽음보다 비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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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힘에 부칠 만큼 늙은 몸은 여러 방면으로 슬픈 모양새입니다. 절규하는 것도, 과거를 감성적으로 추억하는 것도, 그 외 모든 일들이 세월의 풍파와 섞여 화자의 가슴을 굳혀갑니다.


소리없는 아우성이지만 무엇보다 비참한 절규. 화자는 지금 정신적으로 침몰하는 중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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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 '절규', 어떠셨나요. 요 근래 들어서 가장 어둡고 칙칙한 한 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체 어떤 일들이 사람을 절규하게 만드는가, 절규는 마음을 어떻게 죽여가는가, 그럼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맴도는 일주일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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