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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Oct 11. 2020

'여유'를 주제로 한 시들

일상 속에서 누리는 작은 사치

안녕하십니까, FCB9입니다.

일요일 저녁에 여유로이 이주의 베스트를 작성하고 있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이번 한주 편안히 잘 보내셨는지요.

글쟁이한테 여유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글감이 잘 나오지 않아 머리가 아플 때, 매너리즘이나 표현이 성에 차지 않아 신물이 날 때는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해야죠. 그러다 보면 진을 써도 안나오던 아이디어가 돌연 샘솟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번 주제는 문학적인 의미로 다가가기보단 단어의 뜻 그 자체를 재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랬습니다. 여유란 무엇인가. 요즘 나는 너무 힘들게 살아오진 않았는가. 뭐가 옳은 삶이고 행복인가. 그러기 위해 있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여유라고,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그걸 되새겨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주 베스트는 전체적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럼 이제 함께 보러갑시다.


1. 달그밤님의 '여유'

https://m.fmkorea.com/3116639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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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번지는 새벽

소주 한 잔과 삼켰던

아픔과 후회와 눈물이

청춘의 초조함이었다면

노을지는 저녁

커피 한 잔과 곱씹는

사랑과 추억과 꿈은

청춘의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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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흔히 아픔에 비유되곤 하는 청춘이지만 여유도 아픔에 뒤지지 않을만큼 청춘과 많이 관계가 엮인 단어입니다. 왜 청춘이 찬가를 받고 그리움의 소재가 되겠습니까. 청춘의 시기 때에만 누릴 수 있는 여유와 낭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읽으면서 느껴봅시다. 현재가 청춘이신 분들이라면 과연 여유가 내 생활의 어디에 스며들어있는지. 또 이미 지난 분들이라면 내 지난 청춘의 여유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저 역시 요즘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곱씹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민트맛병아리님의 '얼굴무늬 수막새'

https://m.fmkorea.com/3116816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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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모습과

편안한 미소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망국의 세월

기나긴 고난에도

얼굴이 깎일지언정 미소는 그대로

누군가 그랬었다

가장 중요한 떄는 지금 이 순간이라고

웃자

행복과 여유는 멀리 있지 않으니

사랑하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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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신라의 유물 중에 '천년의 미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기와가 있습니다. 그 기와의 정식 명칭이 '얼굴무늬 수막새'입니다. 기와의 아랫부분이 절묘한 모양으로 깨져 있어 흡사 미소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죠.

그러니 이 기와를 보고 여유의 상징이라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웃음과 관록. 얼굴이 깨어져도 결코 빛바래지 않았던 그 미소의 가치는 우리에게 행복과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씨름젖소황희찬님의 '여유'

https://m.fmkorea.com/3124300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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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차 한잔을 내리고

깊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분에 안맞는 여유를 누리고있구나


하루를 천천히 곱씹을수록

시간은 수십번 돌린 카세트 테잎처럼 늘어진다

오늘의 내 미소는 조금 더 빛나고

오늘의 내 발걸음은 조금 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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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잔잔한 일상에서 새어나오는 여유. 글을 읽을 때 어디선가 커피 향기가 풍기는 듯 했습니다. 아침에 누리는 티타임과 하늘을 둘러보는 시간적 여유는 언뜻 보기에 사치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실은 별거 아닌데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 일들을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라며 학을 떼겠지만 삶의 사이사이에 있는 활력은 분명 여기서 나올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화자의 발걸음이 가벼워진 이유가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느긋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시였습니다. 의도하신건지는 몰라도 행 하나마다 줄을 한칸씩 띄운 것도 여유를 연상케하는 느낌을 조성했네요. 센스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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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쓸 때 상당히 여유를 부리며 쓰게 되었네요. 주제의 특성을 충실히 따른거라 믿고 싶습니다.

요즘 생활에 휴식이 필요함을 종종 느끼고 있습니다. 여유있는 삶을 누리고 싶다. 그런 생각에서 이번 주제 여유가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런 한주였네요.

그럼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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