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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r 14. 2021

운동장을 주제로 한 시들

나의 학창시절은 8할이 운동장의 흙냄새를 품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운동장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운동장은 우리들의 학창시절, 등하교 시간에 매일같이 오고 갔던 장소입니다. 그냥 인도를 따라서 돌아가도 될걸 굳이 흙먼지가 풍기는 모래바닥을 가로질러서 건너갔었죠. 

운동장은 학교 안에서 가장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안에 있으면서 생긴 스트레스나 찝찝함, 답답한 기분을 드넓은 땅바닥에 쏟아내는 곳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학창시절의 추억과 우정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이나 웃긴 기억, 다들 하나둘 정도는 갖고 계실겁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글을 위주로 뽑았습니다.


그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1. 아떽디해님의 'ㅇㅜㄴㄷㅗㅇㅈㅏㅇ'

https://m.fmkorea.com/3425017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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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리를 뭉치게 했던


우 정이라는 이름 안에는


누 가 잘났는지 따지는


도 톨이 키재기 보다


오 늘 함께할 놀이가 중요했고


오 늘 함께할 친구가 중요했다.


자 랐다는 말이 민망하게 늙어버린 마음탓에


아 이처럼 뛰어놀지는 못해도


아 직 그대로인 운동장처럼 우리도, 우정도 그대로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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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운동장을 소재로 한 n행시 형식의 시입니다. 어릴때 뛰어놀던 운동장이 화자의 감성을 자극했군요. 뭐가 나에게 이득인지 재고 따지는 것이 없었던 시절, 그때는 순수성을 간직한 놀이만이 일상의 주요 과제였습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지만요.


그래도 그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화자에게 새로운 다짐을 쥐어주었습니다. 과거를 증명하는 매개인 친구들과의 우정만은 그대로 남아있어주기를.

다짐보단 바람에 가깝겠군요.


잘 읽었습니다.




2. 시체님의 '운동장'


https://m.fmkorea.com/343241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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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 밖 한눈에 담겼던


너무도 드넓었던 운동장


자잘한 모래 위 부서졌던 태양도


나를 쫓던 것은 아니었죠



두 발 모아 뛰어도 닿지 않던 축구골대도


그저 뛰어놀기 급급했던 동네 아이들도


구석탱이 시끌벅적했던 미끄럼틀도


이젠 모두 작아져있는걸요



하루종일 창에 갇혀 바라봤던 태양도


나를 쫓던 것은 아니었죠


내 꿈을 가득 채울 것 같던 운동장도


이젠 그저 작아져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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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학교 운동장의 평균 면적은 3000제곱미터 이내라고 합니다. 길이로 따지면 한바퀴당 800미터정도 라네요.


어릴때는 그렇게 넓어보였던 운동장이, 머리가 커지고 객관적인 수치를 알고나서 다시 보니 초라하리만치 작아보입니다. 운동장이 작아졌을리는 없으니 진짜로 작아진 것은 화자가 가진 꿈의 크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언제까지고 자신을 은은하게 비춰주리라 생각했던 햇빛도, 축구선수가 된 상상을 하며 골대 안에 그려봤던 슛의 궤적도, 어느새 자신의 가슴팍에도 미치지 않게 된 미끄럼틀 입구도. 모두 화자가 변한 결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달그밤님의 '운동장'


https://m.fmkorea.com/343281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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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운동장


달빛만이 내 친구였을때


우울과 외로움으로


운동장을 가득채웠다



졸업하면 달라질거라 생각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운동장의 모래보다도 넘쳐났다



서툴게 내딛은 사회는


비교도 안될만큼 커다란 운동장


우울과 외로움으로는 도저히 채우지 못한다



이제는 달빛도 모래도 없는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아무것도 밟히지않는


운동장에서 추는 서투른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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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달빛과 운동장, 흔하게 어울리는 단어들은 아닙니다. 보통 운동장이 담고있는 시간은 낮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밤이 된 학교 운동장에는 사람이 거의 찾아오질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화자는 달빛에 비친 운동장을 딛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화자의 신분이 더이상 학생이 아니기 때문일겁니다. 시의 내용도 그렇지만, 우울과 설움의 발걸음으로 운동장에 서는 학생은 좀처럼 없지요. 화자는 운동장의 트랙을 달리듯이 세상을 살아가면 사회가 보답해줄 것이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도 헛되이,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달빛처럼 차가운 외로움이었네요. 서투르게 추는 블루스는 그런 화자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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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 운동장은 펼칠 수 있는 상상의 폭이 상당히 좁았던 단어였습니다. 떠오르는 어휘와 상황,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인 경우에 여러분들이 어떤 글을 쓰실까, 그런 궁금증으로 지나갔던 한 주였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베스트로 찾아뵙겠습니다. 시작의 3월달이 밝았습니다. 무슨 일을 하시든 기분좋은 결과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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