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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r 21. 2021

모래를 주제로 한 작품들

흘러간다. 모래와 같이.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모래알갱이.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이주의 베스트 '모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모래는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흔적'입니다. 본래 커다란 바위, 조막만한 돌멩이였던 것이 부서져 사람의 손가락, 발가락 사이로도 새어나오는 물체로 바뀐거라 볼 수 있죠. 시간적으로 인과를 따져보면 모래는 결과입니다. 처음 모습이 모래였던 모래는 아마 없을 겁니다. 다 각자 다른 모양과 크기를 가진 채 어딘가에 놓여 있었겠지요.

그럼 우리는 모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손에 잡힌 모래는 자리에 가만히 놓일 수 없습니다. 약하게 부는 산들바람에도 흐르듯이 날아갑니다. 그 작은 몸에는 이제 의지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일까요. 모래를 보고 감상에 젖는 것은, 땅에 쌓여 있으면 그토록 단단했던 것이 혼자 남으니 너무도 나약해 보여서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비슷한 일면이 있네요.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봅시다.

1. 지미갓소울님의 '모래화'

https://m.fmkorea.com/3440617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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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부서진다고 한다.

모래는 흩어진다고 한다.

모래성은 금방 무너진다고 한다.


그런데 직접 만져본 모래성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흙으로 만든 두꺼비 집도 생각보다 단단했다.

물이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했다.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단단한건 아무것도 없다.

직장도, 사업도, 사랑도, 증오도, 생명도

그리고 나도


물기 없는 모래 처럼

그저 누군가의 장난감으로 잠깐 쓰였다

무심결에 버려질 뿐 이다.

그리고 쉽게 잊혀진다.


사람과의 관계도 점점 물기 없는 모래 처럼

쉽게 쓰이고

쉽게 버리고

쉽게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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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외강내유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으론 강해보여도 속은 약하다는 뜻입니다. 또 외유내강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뜻은 외강내유의 반대입니다. 모래는 외유내강입니다. 언뜻 보면 약한 자극에도 무너질 것처럼 여리지만, 사실 모래성같은 것들은 물을 넣어서 만들면 의외로 오래 버팁니다.

그에 비해 겉으로 강해보이는 것들은 어떻습니까? 철밥통처럼 보였던 직장이나 잘 나가리라 예상했던 사업, 영원히 이어져 있자며 맺었던 사랑도, 당연하지만 살아숨쉬는 생명도 어떤 계기가 하나만 있어도 쉽사리 무너집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모래알갱이같은 존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지겠지요. 모래를 굳게 만들어주는 것이 물이라면 사람은 관계가 그렇습니다. 인간관계에 생기를 느끼면 위의 것들은 외적으로도 강하고 내적으로도 강해지지만, 물기가 사라지면 시의 내용대로 쓰이고 버려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야갤공용노예님의 '삶은 모래'

https://m.fmkorea.com/344028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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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쥔줄 알았는데

어느새 놓쳐버렸어

그래도 손 안엔  

추억 알갱이알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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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모래를 쥐었다가 털어내면 손바닥에 반짝반짝한 결정이 남습니다. 바위와 돌멩이의 흔적으로 변한 모래는 사라지고 나서도 반짝이는 추억을 사람의 손에 묻힙니다.

죽으면 끝인 것 같이 보이는 삶도, 사실은 저마다의 흔적을 남기는 모래와 같다. 이 시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짧지만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가 명확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선긋기님의 '모래.jpp'

https://m.fmkorea.com/344026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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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니 링크로 들어가서 작품을 감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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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이런걸 타이포그래피라고 하나요? '모래'라는 글자가 어색하지 않게 본연의 형태를 갖춘 채로 모래와 가장 밀접해 있는 사물인 시계의 그림 안에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만약 대하 소설의 제목 중에 모래라는 소설이 있다면 그 표지로 안성맞춤일것 같아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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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도 끝이 났습니다. 베스트를 쓰는 중에 든 생각인데, 모래는 참말로 덧없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나름의 추억을 남긴다고는 하나, 어느 누구도 모래사장에서 묻은 모래를 털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위생상으로는 그것이 옳지만... 마치 모래는 오로지 모래가 모인 곳에만 있어야 한다. 그게 모래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렇게 여기는 것이 좀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모래를 주제로 한 시에 이러한 정서가 반영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도 좋은 작품들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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