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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r 28. 2021

입맞춤을 주제로 한 시들

쪽. 좋아해.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입맞춤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입맞춤, 쉽게 말해서 뽀뽀죠. 서로 입을 맞춰서 친근감과 애정을 표하는 행동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스킨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입맞춤에 담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입을 맞춘다는 행동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경우, 키스를 하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감정에 초점을 두는 경우지요. 아니면 입맞춤의 의미를 다르게 만들어서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거나요.

이번 주제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다소 직접적이었습니다. 물리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단어였으니까요. 그만큼 감정의 흔들림과 시상의 변칙적인 흐름을 잘 나타내는 글이 많았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봅시다.



1. 파단신님의제자님의 '입맞춤'

https://m.fmkorea.com/3462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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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시간

풀은 얼어붙고

나무는 옷이 벗겨지는  

인고의 계절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벼는 이미 자리를 비운 지 오래이다.


그 사간을 버티다

개구리는 굴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시간 속에서  

잔디는 얼어 죽어버렸다.


단지 나만,

부동의 자세로  

죽지도 못한 채

인고의 겨울 속에서

봄을 기다린다.


푸른 녹음이 대지를 뒤덮었던 그때의

그 달콤함을 잊지 못한 채

그 대지 위에서

그대로 봄을 기다린다.


다시 돌아올 봄의

그 달콤한 입맞춤을 기다리며

그 자리에  

부동의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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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맞닿은 계절마다 시기별로 입맞춤를 합니다. 입춘, 입하, 입추, 입동. '계절이 정해놓은 절기에 따라 바뀌는 것을 보면 꼭 바톤 터치를 하는 것 같다', 저도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이 시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을 '봄의 입맞춤'으로 표현했네요.

때때로 입맞춤은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사랑의 시작, 성적인 관계의 시작, 화해의 첫번째 계기 등 상황이나 의미는 달라도 입맞춤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기나긴 추위와 이별의 겨울이 지나가고, 시작의 봄바람이 눈으로 뒤덮인 대지 위에 내려앉아 따뜻한 입맞춤을 전합니다. '입춘', 두글자로 쉽게 압축할 수 있는 일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수려하게 장식한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견습마법사님의 '입맞춤'

https://m.fmkorea.com/3463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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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모인 입이 모여든다


일그러진 입술이 빨려간다


말라있는 혓바닥이 스쳐간다


떨고있는 이빨이 짓누른다


나풀대는 껍질을 뜯어낸다


미지근한 핏물이 흩어진다


열등감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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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개인적으로 은유법은 조미료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하게 잘 쓰면 글의 풍미와 깊이를 더해주지만, 무턱대고 표현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본래 전하고자 했던 뜻을 흐리게 만들지요.

열등감과 입맞춤. 언밸런스한 단어들입니다. 열등감을 입맞춤에 어떻게 담을 수 있는가? 저도 처음 읽고 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댓글에 남기신 해석을 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면 그것도 나름 '입맞춤'이라 부를 수 있겠네요.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깨문 입술이 터지고 피가 흐른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화가 나는 입맞춤일지도요.

잘 읽었습니다.



3. 생각팔이님의 '맞추어 가면 되나요'

https://m.fmkorea.com/34587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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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사랑한다 말 하기로 입을 맞추었다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할 수 있길 바랐다


진정으로 가장 좋은 길이라 생각했다


다들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입을 맞추었다


우리의 관계는 그저 입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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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진심이라는 말 한 마디에는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길까요. 말보다 더 정확한 의사표현은 없다지만, 살다 보면 그 말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은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랑을 증명하는 데엔 무엇이 필요할까요. 서로간의 동의?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사랑한다 해놓고선 금방 깨지는 커플들이 주위에 한트럭입니다. 진심을 상징하는 선물? 사랑이 식으면 제일 먼저 버리는 물건입니다. 스킨십? 마음보다 몸이 먼저 식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저는 확실한 사랑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랑이 확실하지 않기에, 사람은 사랑에 목을 매는거겠죠. 확실하면 그 누구도 소중하다 여기지 않을테니까요.
불확실하기 때문에 애절하고, 애절하기 때문에 사랑에 진심을 심을 수 있다.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입맞춤이 전부였던 사랑도, 그 순간이 다가오기 전까진 무엇보다 진실된 감정의 연결선이었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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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도 잘 읽으셨나요? 비록 입맞춤은 하지 못했어도 애정 가득한 한주가 되셨기를. 괜찮아요. 저도 못했으니까. ...우리 서로 좋은 얘기만 하고 살도록 해요.

입맞춤, 글로 쓰기에는 쉬웠지만 풀이하기엔 어렵기 그지없는 주제였습니다. 조금 후회하고 있어요. 그래도 참여도가 높은 여러분들을 보니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주에도 좋은 작품들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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