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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Apr 04. 2021

술을 주제로 한 시들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 우리는 모두 황수건.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이주의 주제에 맞게 한잔 걸친 뒤에 써보는 베스트네요. 여러분은 술을 좋아하시나요? 전 생각나면 마시는 편입니다. 사람들이랑 같이 마시든 혼자 마시든. 최근엔 혼술하는 빈도가 더 많아졌지요.

사람이 술을 즐기는 이유는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기분을 들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흔히들 알딸딸해진다고 하죠. 취기가 올라서 보통 같으면 못할 말도 쉽게 술술 나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얘기할만도 합니다. 왜? 술이 없으면 그냥 말을 속으로 삼켜버리니까.

그래서 힘든 날에 술을 찾게 되는건가 봅니다. 술이 들어가면 추한 모습을 보여도 술 탓이라면서 책임을 넘기고, 다음날이 되면 부끄러운 기억은 날아가고 그 대가로 숙취를 얻죠. 이러는 편이 훨씬 낫죠. 숙취는 해장국 하나면 풀리니까요.

술이라는 단어에는 인간의 약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기댈 것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술이기 때문에. 흔들리는 불안감과 평화를 바라는 염원이 공존합니다. 과연 고대 유적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단어라 칭할만도 합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후시구로메구미님의 '나를 들이켜'

https://m.fmkorea.com/348089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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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들이켜

그대가 웃을 수 있다면


나를 들이켜

그대의 슬픔이 사라진다면


나를 받아들이는 그대들이

길을 헤매이지않기를


나를 받아들이는 그대들이

희로애락에 지치지않기를


나를 들이켜

그대들의 밤이 평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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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술의 입장에서 쓰여진 시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를 알고, 웃을 일이 없어 흥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이에겐 웃음을. 슬픔을 잊기 위해 마시는 이에겐 위로를. 방황 때문에 힘이 들어 마시는 이에겐 마땅한 길을. 그리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마음이 극단으로 향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이런 술이 기특해서라도 절대 과음은 하면 안되겠습니다.

잘 읽었어요.


2. 시랑꾼님의 '둘'

https://m.fmkorea.com/3477316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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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가득한 눈과

그 입술에 빨간 입생로랑

그렇게 어울리던

그런 널 떠올리지


물이 필요하다는 말에

나를 보며 짓던 눈물들

두 눈가에 맺힌 이슬로

우리 술잔을 채우나


어쩌면 그만 해야되는지 몰라

너는 그만 바라보고

나는 그녀만 바라봐서


그랑 함께

그렁그렁맺혀

그럼 어째

그런 네가 좋은 난데


술잔에 실어 내 맘을

비우울래

이미 우울해

가만히 두울래

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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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기쁜 이유로 들이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만은... 보통 술은 힘든 일을 달래려 마시는 경우가 더 많지요. 그리고 이 시에서 화자와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잊고 싶어서 마셨는데 정작 그 기억 말고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그래서 더 선명히 떠오르는. 또 화자는 그런 상대를 마음에 두고 있죠. 요샛말로 대환장파티입니다. 눈물이 만약 술잔에 담긴다면 아마 영원히 바닥이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술의 힘이 있어 다행스럽게도 화자는 그런 그녀의 가혹함을 넓은 품으로 보듬어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웃으며안아주세요님의 '취해있기 싫으니 술을 마셔보자'

https://m.fmkorea.com/3471105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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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취해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해있다.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화나지도 않는다.

감정이 거세된 지 꽤 되었다.


이렇게 몽롱해서야 사람을 사람으로 보겠나.


너의 웃음, 너의 울음, 너의 위로. 그저 네 얼굴 피부의 구김과 성대떨림에 불과한 목소리인데.

이래서야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나.


이 도시, 저 하늘, 그 나무. 분명 색깔이 있다고 하지만 내 눈엔 흑백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래서야 눈을 뜨고 있는게 의미가 있겠나.


아니야, 안되겠다. 술을 마셔야겠다. 그래야만 취한 내가 깨어나겠지.


아 그래. 너의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이제야 너의 웃음이 날 웃음짓게 한다.

이제야 너의 울음이 나의 죄책감을 움직인다.

이제야 너의 위로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아 그래. 날 둘러싼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이제야 이 도시의 공기가 느껴진다.

이제야 저 하늘의 색깔이 보인다.

이제야 그 나무의 싱그러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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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줄글에 가까운 형식의 시입니다. 술이 있어야지만 인생에 컬러가 씌워지는 남자가 음주를 예찬하는 내용이군요. 현실적으로 보면 병원 진단이 시급한 알콜중독 환자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술을 마셔야 평범한 사람처럼 세상을 느낍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삶의 요소를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이 가능한가. 이런 생각이 드는 글이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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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전에 두 병, 쓰면서 한 병을 비웠습니다. 내일 아침이 기대되는 페이스네요. 9시 출근인데 무슨 배짱으로 이러고 있는지...그래도 숙취는 별로 안 느끼는 체질이니까 한번 제 몸을 믿어보려 합니다. 젊을 때 혹사시켜야죠. 아니면 언제 하겠어요.

여러분은 무슨 술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전 맥주 막걸리 와인 소주 순으로 좋아합니다. 차이는 별로 없어요. 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맛이라 뭐가 낫다 말하기도 애매하고요.

쓰다 보니 잡설이 길어졌네요. 이번 주 베스트도 잘 읽으셨나요? 들리진 않지만 대답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재밌는 베스트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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