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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Feb 28. 2021

시 모음- 이별, 퍼즐, 상처 그리고 의심.

상처와 이별은 의심이라는 실로 엮여 퍼즐의 일부가 된다.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창도갤의 2월을 마무리짓는 베스트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훈련소 때문에 3주간 자리를 비웠으니 주제탐구와 베스트 작품은 주제 4개를 전부 아울러서 다루겠습니다.


2월의 첫 번째 주제는 이별이었습니다. 이별은 서로간의 몸과 의식이 멀어짐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이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과거와 현재의 이별, 슬픔을 털어내는 등의 감정적인 이별. 모든 이별은 요소와 요소의 결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변화를 추구합니다. 결합이 풀린 요소들이 어떤 모습으로 화하는가. 어떤 것은 떠나고 어떤 것은 그 자리에 남게 됩니다. 둘 다 반대 방향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별 자체가 가지는 의미와 이별 후에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입니다. 이별은 끝이 난 뒤의 결과마저도 범주에 들어가니까요.


두 번째 주제는 퍼즐이었습니다. 퍼즐은 여러 조각들이 서로 맞물려 만들어내는 하나의 미적 예술작품입니다. 개별적으로 하나씩만 보면 아무 의미 없는 부스러기의 나열이지만, 전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부분부분에 담긴 뜻을 깨닫게 되죠. 한줄만 봐도 무슨 뜻인지 보이는 글과는 명백히 색이 다르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전 그 차이점에 주제 '퍼즐'의 중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 주제는 상처였습니다. 이때까지 이주의 주제로는 선정된 적이 없지만 정말 친근한 단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태 다양한 주제들이 상처에 비유되어왔기 때문입니다. 피가 멎은 뒤에도 아픔을 계속 떠오르게 만드는 증거이자 표징인 상처. 그 성질 탓인지 상처는 자연스럽게 과거와 시상이 연결됩니다. 상처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고의로 인해 생기는 것, 실수 때문에 나는 것, 원래부터 있었다는듯이 자연스러운 것. 그러니 우린 상처가 나게 된 경위에 초점을 맞춰봐야 합니다.


마지막 주제는 의심이었습니다. 2월의 주제 중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깊이가 있는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을 하는 이유엔 무엇이 있을까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믿음이 부족해서' 같습니다. 불신이 만들어내는 허점은 의심이 파고들기 정말 쉬우니까요. 또 의심은 평소 상상력과 생각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더 빠지기 쉽습니다. 만들 수 있는 가정의 개수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많으니 그럴 수밖에요. 그러나 의심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을 부정해야 얻게 되는 것도 세상엔 여럿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심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건전한 의심은 우리의 시세계와 표현을 전보다 다채롭게 해줄 것입니다. 



여기까지 2월의 주제 네 가지를 가볍게 훑어보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만나봅시다.



1.khs213님의 '이별'


https://m.fmkorea.com/3375948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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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날 슬픔이 가득차서

눈에 고인 눈물들은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되어 반짝였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은

어두운 밤을 일렁이며 뒤흔들고


다시금 올려다본 하늘의 별들은

눈의 두개의 별이되어 떨어집니다.


////////

시평: 의미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참 마음을 울리는 시 한 수였네요.


이별을 증명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 뿐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언제부터 별이 되었는지, 어째서 저기에 있는지는 몰라도 화자의 눈가에서 빛나는 별은 그 존재의 이유를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두 별은 2개의 별이니 당연히 알아야 한다면 알아야겠지요. 


마지막 행이 없었다면 하늘을 보고 이별을 떠올리는 단순한 시로 그쳤을 겁니다. 하지만 '두개의 별'이라는 부분이 이 시의 의미와 구성을 모두 훌륭하게 탈바꿈시켰네요.


잘 읽었습니다.



2. 여명의새벽님의 '퍼즐'


https://m.fmkorea.com/338874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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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달덩이 같은 어린 얼굴로

틀에 맞춰 제 살을 깎고

다른 이와 맞춰 제 살을 깎네


짜여진 틀에 몸을 뉘인 아해는

그래 누구를 위함이더냐


틀 밖에 떨어진 파편이 아리다


//////

시평: 위에서 퍼즐을 두고 '조각들이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 말이 과연 모든 조각들이 평등함을 뜻하는 말일까요? 전체를 위해 좀 더 중요한 조각이 있고, 덜 중요한 조각이 있지는 않을까요? 풍경화를 본뜬 퍼즐에서 인물의 얼굴이 그려진 퍼즐과 제일 가장자리의 돌멩이가 그려진 퍼즐, 둘 중 경중을 따지자면 무엇을 더 높이 치시겠습니까. 당연히 전자겠지요.


전체를 이루는 구성원인 조각들도 아는 사실입니다. 알면서도 전체를 이루기 위해, 조금 더 소중한 자신의 살을 깎고 덜 중요한 남의 살에 몸을 끼우죠. 그런 과정에서 제일 필요가 없는 찌꺼기와 같은 파편들이 퍼즐의 틀 바깥으로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완성된 퍼즐은 조각들의 몸을 깎아야 했을 정도로 훌륭한 '전체'였을까요? 그건 조각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퍼즐을 본 사람들이 평가할 영역입니다. 하지만 몸에서 떨어져 나간 파편이 아려오는 것은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는 아픔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김문약님의 '곪'


https://m.fmkorea.com/340561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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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손길이라서

곪는 상처도 있다 

아프지 말라고 해서 

더 아픈 말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곪는다

따뜻해서 

기꺼이 그 손길에 상처를 들이밀고 마는

아주 보통의 사람이라서 


////////

시평: 누구도 상처를 줄 생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생기는 상처. 우리는 그런 상처를 두고 '신의 장난'이라고들 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가늠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처에도 사람은 원인을 찾고 싶어합니다. 신이나 운명을 탓하기엔 허무함이 앞서니 애꿏은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죠. 따뜻한 손길이 뜨거운 뺨자국으로 돌아온 상대는 다른 종류의 상처를 입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4. 질베르투실바님의 '의심의 씨앗'


https://m.fmkorea.com/340748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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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바위의 조그만틈이 나면 그 틈이 깊어지고


벌어지며 바위가 깨지듯이 나의 마음의 의심이라는 씨앗이


자리잡아 그안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나의 의심이라는 씨앗이 잘 자라날수 있게 네주변에


존재하는 다른이들이라는 흙이 채워지며 내 마음의 바위에는


불청객들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너를 믿지못하는 나의 의심과 상상들이 영양분을 주며


너와 내가 이어진 바위같은 연결이 점점 부셔지기 시작한다.


서로를 믿지못하고, 믿지못하게 만든 너와 내가 걱정된다.





더이상 나의 마음속 상상에서 뿌려진 씨앗이 


끝이라는 꽃을 피우지 않도록...


/////////

시평: 의심은 처음엔 작디 작은 씨앗에서 시작됩니다. 이게 의심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세가 약하지요. 하지만 의심을 키우는 조건이 갖춰지고, 타인의 존재가 의심의 양분에 박차를 가하면 이야기는 급변합니다.

바위로 이뤄진 단단한 믿음과 유대의 지반도 커다란 의심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끝나지 않고 계속 의심과 의심이 꼬리를 물고 나타날 뿐이죠.


의심이라는 개념을 직설적인 비유로 잘 표현해낸 시였습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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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수료 뒤에 쓰는 첫 베스트가 이렇게 끝이 났네요. 들어가 있는동안 글이 쓰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좋은 표현이랑 문장은 마구 떠오르는데 어디 쓸 곳이 없으니...너무 아쉬웠어요. 내일부턴 정상적으로 이주의 주제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많이 찾아와주세요, 여러분.


그럼 다음 주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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