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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an 31. 2021

불행을 주제로 한 시들

그래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 불행조차 다행이라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J.HAN입니다. 불행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불행은 행복의 반대말입니다. 안좋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 크고 작은 일들이 모여 나에게 하여금 시련처럼 다가오는 것이죠. 또 불행은 행복이 결여된 상태입니다. 운이 없어서 불행하든 자기가 벌인 일의 결과로써 불행하든 그 상태의 성질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행복의 근원은 불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행복하다는 개념을 모르면 불행의 존재조차 자각할 수 없으니까요.

개념적인 측면에서 불행은 이렇지만, 여러분은 어떤가요? 무엇이 여러분을 불행하게 만듭니까. 또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떤 방법으로 불행을 극복해야 합니까. 아마 자신만의 극복 방법이 있으실겁니다. 그러나 영원히 불행을 피하는 방법을 아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불행을 몰아낸다한들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행복을 느끼는 한 또 다시 불행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결국 우리는 불행의 유일한 긍정적 장치, '행복의 재확인'을 위안 삼아 끝없이 이어지는 시련을 이겨나가야 하는 셈이죠. 정신적인 성장을 요구하는 좋은 시어였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를 같이 살펴봅시다.



1. 솔거슨님의 '예술가'

https://m.fmkorea.com/3336136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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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배가 고프다.

인물에 몰두하고, 정물에 몰두하고, 상상에 몰두하는 예술가는  

한 푼도 벌 수 없는 서수필을 잡고 빈 캔버스에  

허영심만이 가득한 색을 입히며

자신의 몽상 속에 빠져 산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그림은  

언제나 완성된 후 구석에 쳐박혀 잊혀져 가지만,

그림 한켠에 보잘 것 없는 이름이 새겨지는 모습을 볼 때

잠시라도 그의 주린 배는 환상으로 채워진다.


환상도 잠시,

다시금 배가 고파 속이 썩어문들어질 것 같은 고통에 휩싸여도

예술가는 환상의 중독에 빠져 다시금 붓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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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알아차리지 못한 불행만큼 비참한 게 따로 없지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법한 딜레마를 다룬 시입니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정신적인 영역의 만족 활동입니다. 그림을 그려서,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예술가의 본 목적이 아니지요. 자신의 예술관에 부합하는 작품이 완성되어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 그때 얻는 심리적 카타르시스와 만족감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주린 배를 억지로 달래는 중일겁니다.

그러나 모든 쾌락에는 반동이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이 주는 달디 단 열매를 다 만끽하고 나면 예술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의 정신을 위해 등한시했던 딱딱한 모습들. 전혀 채워지지 않은 물질적 만족도는 그제야 고개를 내밀죠.

이제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차가운 현재를 잊기 위해 예술가는 다시 작품에 중독되러 자신의 예술관에 풍덩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슈화는사랑입니다님의 '불행이 익어갈때'

https://m.fmkorea.com/334004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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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불행의 연속과 약간의 행복이다.


불행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행복한 하루가 찾아왔을때


슬픈 밭에 고통의 씨앗, 좌절의 물을 뿌리며 의심으로 숙성시킨다.


이윽고 나의 불행의 숙성이 끝나 행복이 무르익어 마셨을때


행복의 맛은 최고급 와인처럼 입안을 감싼다.


기쁨의 단맛 희망의 단향 환희의 색이 나를 반긴다. 


그 맛을 잊지 않았기에 오늘도 불행을 익히는 수고로움을 견딘다.


그러니 기억하자, 난 현재 불행한것이 아니다


행복을 익히는중이다, 다음 행복을 위하여 살루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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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인생의 분량을 행복과 불행으로 나눈다면 행복이 2할, 불행이 8할이라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2할의 행복을 맛보기 위해 나머지 8할의 불행을 이겨내는 것이죠. 수적으로 차이가 너무 나는 것 같다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따져도 4배 차이인데 너무한거 아니냐는 소리죠.

그러나 이 시의 화자처럼 행복을 숙성된 불행이 만들어내는 와인이라고 여긴다면 생각이 달라질겁니다. 불행을 마주할 때 '앞으로 만날 행복의 준비과정이다'라 생각해보십시오. 달콤하지 않나요? 다음 행복이 올 때까지 불행의 잔을 들고 건배까지 하는 여유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시체님의 '불행'

https://m.fmkorea.com/3333854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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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불행에서 잘 버텨낸 것은
어쩌면 기특하다

불행을 양분 삼거나 애써 외면하거나
시간에 흘려 보내버렸더래도
머지않아 결국 또다른 불행을 마주한다
당연하고 뻔한 수순이다

많은 사람들의 꿈은 행복이라던데
눈 뜬 현실은 언제나 불행이었나

나는 지금 현실 속을 살아내고 있다
이마저도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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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불행이 끝없이 찾아오는 상황에 절망하는 시입니다. 불행을 겪은 사람들의 반응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불행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불행이 지나가고 다가온 행복에 기뻐하지도 않고 그저 다음 불행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거죠.

화자도 다른 이들과의 괴리를 모르진 않지만 태도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이런 자신에게 익숙해졌으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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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다루는 주제는 불행이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담긴 행복을 역설하고 싶었어요.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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