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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Apr 18. 2021

영혼을 주제로 한 시들

문학은 영혼의 떨림이다


모두 주말의 마지막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제이한입니다. 영혼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영혼은 우리의 몸에 깃드는 추상적인 관념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물리적인 형태는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문학적인 의미로는 굳건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육체와 달리 영원성을 가지고 있으며, 유령처럼 공중을 떠다니는 이미지가 쉽게 그려지시죠? 그 정도로 영혼은 창작자에게 문학적으로 친근한 단어입니다.

저는 개인의 욕망과 감정이 구체적인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 영혼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퍼하는 마음이 아주 커지면 '영혼의 슬픔', 몸을 가눌 수도 없이 전율하게 되면 '영혼의 떨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괜히 그런게 아니겠지요. 오히려 너무 남용되어서 진부한 느낌마저 주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영혼에 어떤 이미지를 새로 입히느냐, 또 어떤 색으로 영혼을 칠하느냐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그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베스트에 선정했으니 모쪼록 즐거운 감상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봅시다.


1. Refresh님의 '영혼'

https://m.fmkorea.com/351218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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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람처럼 가볍디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혼백은 아름답다


어둡고 탁한 육신을 떠난 영혼은

자유롭게 어딘가로 날아오르겠지

슬피 우는 지빠귀들을 보면 웃는

대붕은 그만큼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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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리프레쉬님이 영혼에 입히신 이미지는 자유였습니다. 육체의 구속을 벗어난 영혼은 말 그대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육체를 지닌 평범한 사람과 지빠귀, 육체를 벗어난 영혼과 상서로운 영물인 대붕을 대비시켜 시의 의도와 분위기를 한껏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P.dybala님의 '영혼'

https://m.fmkorea.com/350509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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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어릴 때 나를 가득 채웠던 영혼은,

몸이 자라는 동안 자라지 않은 것일까?


무릎정도 찰랑이는 영혼을 담고

인사를 건넨다.


주고 받는 인사 속에서,

영혼이 자라지 않은 사람이

나뿐은 아니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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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육체와 영혼은 같이 자라는 게 아닌가 봅니다. 하기사 몸이 커서 어른이 된다고 정신까지 저절로 성숙해지는 건 아니니, 일리가 있는 가설이군요.

하지만 저는 이게 옳은 것 같습니다. 영혼은 육체가 담을 수 없을만큼 커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육체를 떠나니까요.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영혼은 육체를 필요로 합니다.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을 막아줄 튼튼한 몸을.

영혼이 아직 몸 안에 내재하고 있기에 화자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요. 다들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끝없는갈증님의 '블루'

https://m.fmkorea.com/3503779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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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처럼 떠돌다 퍼런 물이 스며들며


서서히 가라앉다 침몰하고 싶다


분노와 행복들이 나를 들썩이는 것 같아도


그것들은 파도일뿐 나의 본질은 아니다


실로 중요한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다


감정의 고동 잦아들고 마음의 일렁임 잠잠해지면


나는 놀랍도록 잠긴 채로 내 영혼을 들여다 본다


날 흔드는 것들 다 잠 든 새벽이 오면


창문 밖에는 언제나처럼 슬픔이 앉아있다


때로는 고독과 허무함이라는 옷을 입지만


결국 본질은 슬픔이다


하품처럼 신호를 주며 떨어지는 눈물이 아니라


갑자기 뚝 하고 떨어지는 눈믈을 가져다 주는


내 영혼 속에는 실로 소중한 슬픔들이 있다


이유도 모를 슬픔들이 내 안에 있다 


그제서야 나는 나의 색을 깨닫는다


내 영혼의 색,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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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저는 영혼에 색이 있다면 분명 파란색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영혼은 세상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두 합치면 온갖 색이 뒤범벅될겁니다. 그럼 무슨 색인지 분간이 되지 않겠죠? 그러니 온도로 한번 파악해보도록 합시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것, 가장 차가운 것, 덜 뜨거운 것, 덜 차가운 것. 그런 것들이 모조리 합쳐지면 결국 세상은 궁극의 미지근한 온도를 띠게 될 겁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매모호함을 뜻하는 표현을 몽땅 들이부은 무언가가 되겠죠.

그런 애매모호함을 색으로 나타낸다면 파란색이 제격입니다. 쾌적함과 우울감, 상쾌함과 슬픔, 파란색의 불꽃과 파란색의 파도. 이 모든 것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말입니다. 다른 색이 분명 내 삶에 존재하는 것 같아도 그런 이미지조차 블루의 일부분에 종속된 상징 중 하나일 뿐이죠.  

그리고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섞으면 밑바닥에는 제일 차가운, 슬프고 음울한 것들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축 처진 채로 영혼의 바다에 침전하는 화자에겐 블루보다 더 어울리는 색깔이 없을 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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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만족스러운 한 주였네요. 영혼의 울림이 느껴질 만큼 감명 깊은 글이 꽤 있었거든요. 자기가 쓴 글에선 느낄 수 없는, 신비감과 신선함으로 포장된 감동. 제가 이주의 베스트에 시간을 할애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랑해요 여러분.

그럼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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