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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y 23. 2021

카메라를 주제로 한 시들

내 사진에 담긴 추억과 감정, 그리고 낭만 한 스푼


안녕하십니까, 제이한과 함께하는 이주의 베스트 시간입니다. 이번 주제는 카메라네요.

카메라는 사진을 찍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그러니 카메라는 곧 사진이라 할 수 있겠죠. 사진은 시적으로 표현하면 흘러가는 찰나의 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활동입니다. 무언가를 사진으로 남기는 이유는 역시 그 순간이 특별하고, 그걸 증명해줄 물적 증거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겁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은 확실한 보장이 없지만 사진은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면 이 사진의 의미가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는 이유가 눈으로 본 광경을 간직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볼게 너무 많으니 일단 찍고 나중에 몰아서 보자는 식입니다.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죠. 오로지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현재의 가치가 퇴색되는 듯 하네요.

그래도 사진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가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사진을 남기는 마음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할테니 말입니다.

이번 주 베스트는 사진에 담긴 과거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나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글을 위주로 선정하였습니다.

그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에펨은처음인데님의 '카메라'

https://m.fmkorea.com/360083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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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사진은 광경의 영원한 순간이다

무슨 순간이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는 카메라가

그렇게도 바삐 사진을 남기는 것이다

허무한 것 같기도 쓸쓸한 것 같기도 한 흘러가는 현실을

잊히지 않게 단숨에 포착하여 영원으로 지켜준다


세월은 초라한 듯 소실되고 기억은 자꾸만 시간의 죽음으로 번져간다

보존된다고 믿었던, 과거의 역사 한복판마저 파편화된 죽음

글로서 남는 영원은 무릇 정치적이다

현재의 전체가 무겁도록 영원히 사진으로 남는 것

존재의 영원이, 목적도 없는 삶의 의미를 고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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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과거를 돌아볼 수 없는 증거가 없다면 우리네 삶은 삭막할 겁니다. 또 사람은 과거를 거울 삼아 미래의 목적을 설정하는 생물입니다.

정확하게 떠올릴 수도 없는 희미한 과거의 한 순간. 거기서 사람이 삶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아마 힘들겠죠. 사람의 기억도, 기록도, 구전도 시간 앞에서는 그 정확성을 잃고 맙니다.

그러나 사진은 다릅니다. 오로지 사진만이 세월의 영원성을 지키고 삶을 고결하게 만들어 줍니다. 확실한 증거는 더 확실한 마음과 의지를 불러 일으키죠. 한 폭의 순간이 만드는 마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달그밤님의 '카메라'

https://m.fmkorea.com/358718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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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슬픈 존재다

너의 추억만을

담아야 하니까

너의 추억에

내가 담기진 않으니까


카메라는

슬픈 존재다

렌즈 너머로만

너의 웃음을  

볼수있으니까

너의 슬픔을

바라만 보아야 하니까


카메라도 나도

슬픈 존재다

거짓된 너를

영원히 사진으로

간직해야 하니까

마음 한켠 공간을

내어주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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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카메라를 찍는 사람은 카메라 화면 안 속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사진을 문학 작품이라고 친다면, 사진 속 사람은 등장인물이고 카메라를 든 사람은 작가니까요. 이 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합니다.

때로는 사진으로 찍힌 광경을 간직하는 것보다 사진을 찍지 않고 함께 어울려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즐기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것. 하지만 이 시의 화자는 그럴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마음 한켠의 갤러리에 사진을 담아둡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천랑발도아님의 '카메라에 담는건'

https://m.fmkorea.com/3591290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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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건

순간의 감동일까

아니면 자랑하고픈 풍경일까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건

맛있는 음식일까

아니면 음식옆에 놓인 에르메스 백 일까


우린 진정 담고 싶은걸 위해 다른걸 담으려고 한다.


이제는 내가 무얼 담고 싶은지도 모른채

카메라의 버튼을 누르고 있다.

버튼을 누르는건 내 손 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손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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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멋진 풍경이나 예쁜 액세서리,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보이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아마 적지않은 분들이 사진부터 찍는다고 답하실 겁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카메라가 순간의 희열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물적 증거로 남겨진다는 사진의 특성 탓에 또 다른 의도가 사진에 생겨나죠. 별로 맛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찍은 음식 사진, 보면 눈이 아프지만 나중에 자랑하기 위해 찡그려가면서까지 찍은 불꽃놀이 사진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그게 진짜로 자신이 바라는 일인가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개인의 자유니까요. 다만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내 잡념과 외적 허영심이 순간의 감동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시는 그 점을 잘 꼬집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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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글을 작성하면서 한번 제 휴대폰 갤러리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찍은 사진들 대부분이 음식이나 풍경, 동물 사진이더군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봤습니다. 이것들은 다 찍을 가치가 있었나. 살펴보니 몇개는 안 찍어도 되는데도 습관처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저도 남말할 처지가 아니라는 말이겠죠. 허허.

그래도 사진은 찍어 놓는게 좋은 점이 나쁜 점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일은 사람이 살면서 누리는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주 베스트는 여기서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일요일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다음 한 주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이한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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