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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y 17. 2021

질투를 주제로 한 시들

나한테 질투하는 너나, 당하는 나나 둘다 불쌍하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이번주는 '질투'를 주제로 한 베스트 시간입니다.

질투는 자신보다 뛰어난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감정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죠. 그렇기에 공감하기도 쉽고, 문학적으로 표현할 방도가 아주 다양한 개념입니다.

질투에 특징이 있다면 바로 그 성질에 있습니다. 일견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생각되는 이 감정도 속을 잘 살펴보면 심층적으로 좋고 나쁨이 나누어져 있음을 알게 되죠.

자기 내면의 질투를 삶에 플러스가 되는 쪽으로 사용하느냐, 아니면 마이너스적으로 사용하느냐. 그 점은 오로지 질투의 면모를 확인하고 직접 다룰 수 있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질투는 건전한 부러움입니까, 부적절한 시기심입니까. 늘 질투가 건전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적어도 마음만큼은 언제나 플러스가 되는 쪽으로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천랑발도아님의 '질투'

https://m.fmkorea.com/356869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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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널 바라보는데

네 눈은 누굴 바라보는거냐


내 말은 너에게 머물렀는데

네 말은 누구에게 머물렀느냐


너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다

너의 눈물을 보고는

거리가 온통 뿌옇게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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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오감 중에서 질투를 제일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바로 시각입니다. 이 시는 시각의 대표적 상징인 눈, 시선을 중점적으로 활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글의 초반부와 중반부에선 흔하고 평면적인 화자의 질투심이 드러납니다. 그러다 '너'가 흘리는 눈물에서 시의 주제가 변화하죠. '질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질투가 낳은 또 다른 감정'으로 말입니다.

상대방은 화자가 보내오는 질투에 부담을 느껴서, 혹은 다른 슬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이 눈물은 화자의 시선에 영향을 미치죠. 마지막 행의 '거리가 흐려졌다'는 화자의 질투가 형태를 잃은 것일수도 있고 화자 자신이 질투를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한색바다님의 '관심받고싶다'

https://m.fmkorea.com/3581546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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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받고 싶다

관심 받을 만큼 대단한 업적도 능력도 그 무엇도 없지만

없지만


관심 받고 싶다


다른 유명한 사람을 보고 있자니 질투심이 소소히 솟아오른다


내가 그것보다 더 잘할 자신 있는데..

그정도 위치에 내가 있었더라면..

별 능력도 없이 운으로 뜬 주제에..


부러웠다

어려서부터 능력도 있고 업적도 있고 유명하기 까지 한게


초조하다

나는 그렇게 되지 못하고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사라질까봐

////////////
시평: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더러움과 추악함. 전자는 그 감정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옳지 못한 일임을 알았을 때 보이는 반응입니다. 후자는 그 감정이 더러운 것임을 알지만 자기 자신도 조금은 공감을 할 수 있을 때 보입니다. 일종의 자괴감에 가까운 행동이죠.

우리는 질투의 더러운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살면서 길러온 이성과 올바른 도덕관으로 그것을 눌러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때문에 이 글이 내비치는 감정이 직설적으로 가슴에 꽂힙니다.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마음이니까요.

관심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 이런 욕망들을 자기보다 더 잘 실현하는 타인에게 품는 마음. 드러내면 추해지는데도 입밖으로 나오고야 마는 투정, 험담, 열등감.

부정적인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꼬집는 듯한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옌이님의 '자화상'

https://m.fmkorea.com/357423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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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깊은 질투를 느끼게 된다면

그래서

절망적이며 자기혐오적인

쾌쾌묵은 녹이 슬었다면

이렇게나

조그만 슬픔에도 삐걱거림을  

멈추지 못하고  

서있었나  

혹은 무너졌던가

버려졌던가

살아있지 못하는 인간은 녹슨다

바스라진다

/////////////
시평: 질투에 잠식된 인간은 주체성을 잃어버립니다. 스스로의 바람을 위해 살지 못하고 타인에게 종속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부정적인 질투는 한번 시작되면 좀처럼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도, 질투하는 상대와의 격차가 줄기는 커녕 더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있던 차이는 생각도 않고요.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은 사람마다 다르고 또 길이도 다릅니다. 상대방은 2천미터 레이스의 끝을 200미터 남겨두고 막판 스퍼트를 올릴 수 있지만, 자신은 자신의 레이스에 집중해야 합니다. 1500미터 레이스에서 이제 겨우 300미터를 지났는데 상대가 스퍼트를 올린다고 자기도 뛰어버리면, 1키로도 더 남은 길을 어떻게 뛰어갈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언제나 상대적입니다. 남과 똑같이 한다고 똑같은 결과가 찾아오진 않습니다. 같은 빠르기로 뛴다고 같은 결승선을 지나지도 않습니다.

저는 질투가 대개 상대방의 고점과 나의 저점을 비교할 때 느껴지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당연한 이치를 바꾸려고 하니 사람의 마음이 망가지는 것이죠. 이 시의 화자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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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질투의 여러 가지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한 주였네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리는 시간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다음주에도 좋은 작품들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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