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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y 10. 2021

고집을 주제로 한 시들

난 고집을 부려서 편해지고 싶어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이주의 베스트 '고집', 시작하겠습니다.

고집은 자신의 의지를 억지로 관철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성이나 논리보단 감정적인 행동에 가깝지요. 그리고 이런 고집의 끝은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갑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면 처음부터 고집을 부리지 않아도 성사됐을테니 말입니다.

고집에는 상반된 감정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일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혹시나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 능력이 부족한 자기자신에 대한 짜증, 그래도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안도감. 일의 성패가 결정되기 전까지 고집안의 감정들은 서로 줄다리기를 합니다. 성공하면 부정적인 쪽의 줄이 끊어지고, 실패하면 그 반대쪽 줄이 끊어져서 끝나는 것이죠.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돌아보면 고집을 부린 사람의 마음 속엔 한쪽이 끊어진 줄이 남아 있습니다. 고집의 결과에 따라 그 줄에는 각각 다른 이름이 붙죠. 추억, 혹은 미련.

고집은 선한 개념도 악한 개념도 아닙니다. 단지 경험에 의한 고집을 근거로 삼아 멋대로 이분법적인 경계를 그어놓는 사람이 많을 뿐입니다. '저번에 내 방식대로 했으니까 이번에도 되겠지', '아냐...저번에 한전 실패했으니까 하지말자'.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그 사람 안에서 고집은 색깔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요. 그릇된 판단으로 될 일을 엎고 안될 일을 추진하면 두배 세배로 힘들어지잖습니까. 판단의 근거, 고집의 이유는 오로지 그때만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베스트는 고집을 부리는 사람의 속내를 잘 보여준 글이나 지나간 과거의 고집을 사색적으로 그려낸 글을 주로 뽑았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에펨은처음인데님의 '고집'

https://m.fmkorea.com/3556128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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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여기저기 휘둘리던 나의 지난 나날들이여

어른들의 입버릇을 곧이 받아들인 죽은 내가 있다

자리를 공고히 하려 그들은 나의 스승이 되어주었고

그것이 곧 나의 미래가 되기도 했다

고집은 사라진 옛 순수가 되어

그들의 화신인 내가 그들로서 닮아갈 뿐이다

지키기 위한 아집만이 고집이 되어 꼰대가 되고

나는 이제 내가 아님을 스스로 깨닫곤 하는데

그 이유는 잊은지 오래다


폐허가 되어버린 성역, 용기, 고집, 열정

그날의 아이는 순수히 제것만을 지껄이게 마련이다

그 시대의 무지와도 같은 것일까

나는 나를 추억하려 애쓰는 한편이지만

부러움과 부끄러움의 차이는 끄집어 내는 데 있다

한 몫의 부끄러움으로 남겨두는 일

어른이란 과거를 파고들지 않는 데 그 의의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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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본인 일의 판단을 자신이 내리는 것은 어찌보면 축복입니다. 적어도 찝찝한 후회는 남지 않거든요.

이 시의 화자는 과거를 파고들려 하지 않는데 사실 이 글은 과거에 대한 후회 그 자체입니다. 왜 나는 내 의지로 결단을 내리지 않았나. 그런 마음을 길게 풀어 쓴 것에 가깝죠.

내가 고집을 부리겠다며 고집을 피웠어야 했는데.
화자는 그러지 못했군요.

잘 읽었습니다.



2. 집을원한민달팽이님의 '소의 힘줄'

https://m.fmkorea.com/3561708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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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두렵다.


나와 너는 어쩜 팽팽할까


누구하나 양보치 않으니


나는 두렵다.


너를 잃을까.


끊어지면 사라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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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황소고집'이란 말이 있죠. 고집을 질기게 부리면서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시의 화자는 고집을 부려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될까 걱정하는 중입니다. 추상적으로 표현했으니 고집이라는 개념을 아우르는 걸지도 모르지요. 고집부리는 사람의 불안감을 짧지만 강렬하게 드러낸 글이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3. 페드리곤잘레스님의 '고집'

https://m.fmkorea.com/356635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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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큼은 꼭 성공할게.

누가봐도 대단한 사람으로 불리도록 크게 성공할게. 


한숨만 나오는 그의 말.

벌써 일곱번째다.


그만 고집피우고 포기할 줄 알아야지...

그런데 이게 웬걸, 일곱번째만에 당당히 성공하고

돌아온 그.


나 성공했어!


그런데

그가 무엇을 시도했더라


사업? 공부?

더 이상 지쳐 기억조처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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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성공에는 기한이 없지만 인내에는 있다. 제가 원본글에 단 댓글입니다.

분명 고집을 부려서 어떤 일을 성공시켰는데 마음은 그렇게 기쁘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몸과 마음의 인내력이 다했기 때문입니다. 고집을 부릴 당시에는 이 정도로 오래 걸릴줄 상상조차 못한거죠. 고집을 부려서 의지는 어떻게 동력을 얻었는데 인내심은 세네번째 실패를 했을 때 이미 완전연소. 성공을 하고 돌아와도 맞아주는 건 빈 껍데기 뿐이겠죠.

한 고집을 너무 오래 잡아두는 것도 고집에 휘둘리는 일인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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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고집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다음주 베스트의 주제는 '질투'입니다. 좋은 작품들로 찾아올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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