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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줄 알았다면, 플라멩코

운동삼아 할 만한 것을 찾다가 인터넷으로 가꺼운 학원을 찾았다.

몸을 쓰는 것은 소질이 없는 편이지만 운동보다는 춤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겁도 없이 플라멩코를 배우러 갔다.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어려울 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 아주 가끔은 내가 왜 이 고생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평생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기로 마음먹었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배워보리라고.

친구도 말한다. 칠십까지 계속 춤을 추라고.


몇달 전부터 플라멩코 신발을 사야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온라인으로 스페인에서 직구를 할 수도 있지만 신발은 신어보지 않고

그냥 사기가 불안해서 사이트를 보니 동경과 로스엔젤리스에 분점이 있다.

스페인까지 신발을 사러 갈 수는 없으니 동경에 가는 게 낫겠다.

그렇다고 신발사러 동경을 일부러 갈 수는 없어서 갈 기회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한 친구가 추석연휴에 할 것 없는데 동경에 놀러가잔다. 오~ 그래?

그 친구는 내 신발을 핑계로 동경을 가는 거라고 했다.

서로의 핑계를 대며 4박5일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여행을 갔다.


공항에서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맡기고 플라멩코샵을 찾아나섰다.

30도가 넘는 땡볕에 한시간은 족히 걸었다. 

골목골목 사이로 구글지도를 가지고.

나는 신발 하나가 동경행의 목적이었으니, 호텔도 가까운 동네로 예약했는데

그것이 실수였다. 아주 가깝던지, 아니면 차라리 전철을 탈 정도로 먼게 나았다.

타기도 걷기도 애매한 아주 멀지는 않은 위치.

걷고 또 걷고 드디어 작은 골목 모퉁이에서 샵을 찾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다. 

일단 에어컨 있는 실내로 들어가니 시원해서 살 것 같다.


멀리 찾아갔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원래 그런건지 재고가 별로 없다.

맘에 드는 색을 고른다기 보다는 내 발에 편한 것으로 일단 정했다.

베이지색의 투톤인 구두. 아무데나 다 어울리는 색이라 괜찮다. 

엔화 환율이 좋을 때 미리 환전해 놓은 현금으로 지불했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

발표회가 지나면 새로운 신발오 연습해야지. 발이 아프지 않게 길 들이자.

칠십까진 건강하게 걸어다니겠지~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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