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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강박

시간개념 

  문우회 회원 중 여자들끼리만 M.T 대신 찜질방을 갔다. 장소가 중요하진 않았다. 하룻밤 외박이라는 것이 우리를 짜릿하게 했다. 찜질방을 좋아하진 않지만 같이 한다는 사실만 중요했다. 


 사십대까지는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바쁘게 살기도 했지만 유난히 시간에 엄격했다. 

 약속시간 어기는 것도, 시간 낭비 하는 것도 무척 싫어했다. 약속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싫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을 읽거나 낙서를 하는 것도 괜찮았다. 늦는다고 미리 연락만 해주면 문제가 없었다. 아무 소식도 없이 안 나타나면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 때도 있었다. 그것도 습관이라 시간을 안 지키는 사람은 항상 늦었다. 느긋한 사람들도 나를 만날 때는 신경을 쓰기도 했다. 


 친구들을 만나서 몇 시간씩 점심 먹고 수다를 떠는 것도 편하지 않았다. 밥만 먹고 먼저 오는 경우도 있었다. 특별한 화제가 없이 애들 얘기나 남편 자랑 하는 것도 맞지 않았다. 

 특히 시간이 아까운 것은 사우나 가서 종일 노는 사람들을 볼 때였다. 어떤 아줌마들은 오전에 가서 운동하고 점심 먹고 놀다가 오후에 사우나하고 저녁 할 때쯤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뜨거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도 몰랐다. 

 어릴 때는 엄마를 따라 쑥탕이라는 곳을 자주 가곤 했다. 뜨거운 습기가 가득한 곳에 말린 쑥더미를 걸어 놓아 향기가 진했다. 엄마한테 끌려들어갔다가도 얼마 못 있고 뛰쳐나왔다. 물만 튕기며 수영장처럼 혼자 놀다가 왔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뭔가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책이라도 읽어야 마음이 편했다. 일 하면서 항상 공부도 함께 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고 나니 생활도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나이 탓인지 아니면 많은 것들을 포기해서인지 오히려 편해졌다. 시간에 대해서도 조금 너그러워졌다. 젊을 때처럼 성공을 위해 달리는 것보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내일 걱정보다 오늘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산다. 베짱이 같은 삶인지도 모르겠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 좀 느긋하게 살자 싶기도 하다. 사고로 혹은 암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많고 한치 앞을 모르는 복잡한 세상을 살다보니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황금, 소금보다 귀중한 것이 지금이라는 말도 있다.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라져도 찜질방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편하게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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