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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 연필

몽당 연필     

  몇 년 전 드로잉 연습을 하면서 연필을 쓰게 되었다. 기계가 아닌 칼로 연필을 깎는 느낌이 좋았다. 사각거리는 소리도 좋고 나무 향기와 시큼한 흑연 냄새도 좋았다. 칼로 천천히 나무를 베어나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 지는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샤프를 쓰게 되고 볼펜을 쓰고 이제는 모든 것을 컴퓨터로 쓰게 되어 글씨를 직접 쓸 일도 많이 없어졌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까지도 연필을 쓰다 작아지면 볼펜대에 끼워 썼다. 몽당연필이 우리에게 그런 추억을 불러온다.      


  그런데 몽당연필에 대한 수필을 쓰다가 떠오른 것은 글쓰기도 그림 그리기도 아닌 친정엄마였다. 친정 엄마는 몇 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신다. 처음에는 그냥 연세가 드셔서 깜박하는 거려니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나에게 전화해서 돌아가신 아빠가 아침에 출근 했는데 돌아오지 않는다고 기다리기도 하고 오빠와 삼촌을 헷갈리기도 하셨다. 그런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했다. 가슴이 아려왔다. 

  병원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건강이 조금씩 나아져서 현재는 단기 기억력이 없을 뿐 다른 인지능력은 크게 나빠지지 않고 잘 버티고 계신다. 오히려 걱정이 없으니 더 맘 편하게 지내시는 듯 하다. 울 아들도 할머니가 더 귀여워진 것 같다고 한다.      


  이제는 엄마가 몽당연필인 것 같다. 작아진 몽당연필처럼 약해진 엄마를 내가 돌봐야 할 때가 되었나보다. 어릴 때 엄마가 나를 키웠듯이.

  누구나 노후에 병들고 아픈 것이 무섭지만 그 중에서도 치매가 가장 두려울 것이다. 친정아버지도 뇌출혈로 쓰저지셔서 6년을 누워계셨다. 처음엔 말씀은 못하셔도 사람도 알아보고 글로 문답이 가능했다. 그러나 몇 년 후에는 식사도 못하시고 깨어 있는데도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사는 동안은 건강하게 오래 고생 안하고 떠났으면 하고 바란다.


  그렇다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을 수는 없다.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예방을 하자. 요즘 치매 보험이 새로 나왔다. 사람들은 치매가 안 걸리면 쓸데없고 치매가 걸리면 보험 든 걸 잊어버릴 테니 소용없지 않냐고 농담을 한다. 웃픈 현실이다.


  보험이나 연금 같은 재정적 노후 대책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와 더불어서 운동이나 춤과 노래 등 노화 방지에 좋은 활동들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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