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토요일
오늘은 주절거림
역시 낮에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내가 쓰고 있는 글 주제들이 죽음이기 때문일까.
오늘은 그냥 주절거림을 해보자. 토요일인데 친구에게 바람을 맞았다. 계획했던 약속이 펑크가 나고 갑자기 시간이 생겨서 컴퓨터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무엇을 써야하나 빈 문서를 보고 멍 때리다가 어제 용자의 글이 생각났다. 하루 종일 글쓰기를 고민하다가 결국 실패한 에피소드.
그리고 아티스트 웨이에 나오는 아침 일기 쓰기 방법도 생각난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이라 정하고 쓸 것이 정말 없는 날은 ‘쓰기 싫다, 쓰기 싫다’를 한 페이지 쓰면 된다는.
오늘은 그런 글쓰기를 하게 될 것 같다.
‘뭘 쓰지, 무슨 얘기를 쓰라는 거야.’
얼마 전부터 다음 책 준비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도 죽음에 관심도 많고 죽음 수업도 하다 보니 그런 책도 많이 읽는다. 거의 항상 죽음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9월부터 은퇴와 죽음에 대한 북클럽을 하려니 더 열심히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가 죽음에 대한 글 까지 쓰려니 쉽지 않다. 매일 죽음을 곁에 두고 살다보니 내가 좀 이상해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렇게 화창한 대낮에 책상 앞에 앉아 죽음을 생각할 일인가.
창 밖에는 파란 하늘이 보이고 키가 큰 나무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가을이 보일락말락한 계절이라 하얀 구름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