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메뉴는 죽음입니다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나온다, 81년도에 나왔던 번안곡, “아빠의 말씀”이다. 청아한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언제 어른이 되나요? 나는 정말 꿈이 커요. 빨리 어른이 돼야지”
“그래 아가, 아주 큰 꿈을 가져라.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암 되고말고. 넌 지금 막 시작하는 거니까“
굵고 부드러운 최불암 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나왔다. 왜 그랬을까.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나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게도 누군가 그렇게 얘기해 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어른이 있었다면.
나는 어릴 때 꿈이 있었던가. 꿈이라는 거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도 내 꿈이라고 이야기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네. 누군가가 나를 쳐다봐 주고 내 생각을 들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직도 내 안에는 어른 아이가 산다. 누군가 안아주기를 바라는 아이가 있다. 아직도 미래가 불안하고 아무 때나 울고 싶은 아이가 나와 함께 산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었으니 그 아이를 안아주어야겠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잘 살펴보고.
내가 나보다 젊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필요할 때 뛰어와서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기에. 세상에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팍팍한 세상살이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 바쁘고 편안할 때는 찾을 일 없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내 안의 어른 아이에게 말해줘야겠다.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라도 네가 원하는 것 다 할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