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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입니다 (1)

마흔이 묻고 육십이 답하다

100살입니다 마흔이 묻고 육십이 답하다.     


40대인 싱어송라이터 고효경

60대인 작가 원현정

서로 묻고 대답하는 에세이 <백살입니다>


1. 서로의 자장가가 된 우리          

효경: 불면증이 생겼던 날부터 시작된 노래는 고단한 삶을 사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밤에 닿아 그들을 잠재우는 자장가가 되었다. 잠들기 힘든 사람들 곁에서 노래를 부르던 어느 날, 나는 누군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듣게 되었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곡조를 입은 노래로 내게 다가왔다.     


현정: 어렸을 때, 아무도 내게 자장가를 불러 주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동안 그녀가 나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매일 밤 “노래가 위로”라는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곧 노래는 “그대는 위로”라는 노래로 변해있었다. 그녀의 노래가 아닌 우리의 노래로     


2. 월요일벌써 마흔입니다          

효경: 마흔입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믿음과 응원을 보내는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도 부족함 투성이인 나를 보며 날마다 좌절하게 되네요. 

지지해준 사람은커녕, 오히려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으며 20년 동안 노래를 만들고 불렀어요. 아니, 견뎠어요. 그러고 보니 마흔이 되었네요. 쉽지 않은 길 위에서 내가 노래한 만큼만 이야기하며 살아 보자, 하면서 오늘까지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마흔이 된 나는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존재가 되자’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어요. 그리곤 스스로 무너진 마음을 위해 회복 탄력성을 키우며, 스스로를 보듬고 있답니다.     


현정: 인생은 원래 버티는 거야. 나도 애 키우고 살림하고 일하느라 삼십대 사십대를 아등바등 살았지. 이제 육십이 다 되니 참 편하다. 나는 이제야 누군가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삶을 살면 좋겠다 싶은데 자기는 마흔에 벌써 남을 돌아보는 사람이니 존경스럽다. 나는 먼저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런 그대를 기쁘게 응원할게.           


3. 화요일누구에게나 거리두기는 필요해          

효경: 요즘은 누구나 SNS를 접하고, 하루종일 가상의 공간에 머무는 24시간 방도 있더라구요? 쉽게 다가오고, 지나치게 관심을 주는 사람들 속에 휩쓸려 마음을 열어 보였는데 앗 뜨거워하는 일이 생겼어요. 연예계 가십과 웹상에 떠돌아다니는 낚시 글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구나, 머리를 띵하는 만드는 그런 일이요. 사람들은 팩트 보단 말을 전달하는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는 걸 알게 됐어요. 다른 사람의 말에 말이 더해져 말은 말을 낳고,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쏟았던 관심과 집착의 불이 자신을 태울 수도 있다는 걸 몰랐나 봐요. 그런 사람은 왜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걸까요?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바로 그날일 텐데 말이죠.     


현정: 거리두기는 sns뿐만 아니라 현생에서도 마찬가지라네. 사람마다 거리는 꼭 필요한 것 같아. 어떤 사람과는 100m 정도의 마음의 거리가 편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10m까지 허용되는 사람이 있고. 상대방과 나의 성향에 따라서 각기 다른 거리가 필요해. 나는 기질 자체가 내향성도 많고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성향이라서 맞지 않는 사람과 오래 같이 있으려면 너무 피곤하거든. 세상엔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크고 작은 성격 문제를 가진 사람들도 많아서 너무 모든 것을 얘기하고 퍼주다 보면 상처를 받게 되기가 쉽지. 누구에게나 마음의 문을 열고 만나야 하지만 약간의 거리가 꼭 필요하다네.       


효경: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려 보셨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혼동되는 상황 때문에 내 자신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을 때, 누가 자꾸 뭐라고 하는 거 같아서 내가 걸어온 걸음이 다 지워져 내릴 때가 있어요.      

아무도 그 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진실은 없고 말만 무수하게 만들어지는 뒷담화요. 오늘까지 내가 지켰던 모든 선택은 늘 진심이고 최선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내가 다른 사람이 만들어버린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어있을 때가 있어요.     


현정: 뒷담화도 많이 듣다 보면 면역이 생기나봐. 학교 다닐 때는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는데,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거리는 두는 습관이 생기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적도 있었지.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다양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 남의 말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며 스스로 단단해지니 남의 평가도 중요하지 않고.     

나 살기가 바빠서 남의 말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 이런저런 세상살이 다 지나고 나니 이제는 남이 뭐라 하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했어. 누구나 다 그렇게 세상이 휘둘리고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아물다 딱지가 앉고,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이제 어른이 아니라 할머니가 되어가지만 말이야. 그래도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은 꼭 존재한다고 생각해. 아니라도 상관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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