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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Dec 02. 2019

(핀란드 일지) Finland - Tampere

별 것 없이 맛나는 일상




전날 사둔 과일이 없으면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집 근처 LIDL 로 과일을 사러 간다.

그 길에 매일 만나는 탐페레 대성당.

처음 만났을 때부터 대성당이니 이런 이름을 알기 전에 만난 그 느낌은

정말 심플하고 귀엽다!였다.

또박또박 도무지 정감 가지 않는 네모 건물이 많은 탐페레의 거리에서 이 성당을 보면 즐겁다.

보름이 넘게 매일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엔 그저 아기자기 작고 예쁘게만 보였는데 

볼수록 꽤 웅장한 느낌도 있고, 청탑의 색감과 돌의 색감, 창문, 주변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상당히 예술적이고 멋스럽다.

이 건물이 탐페레의 유명한 명소인 '탐페레 대성당' 이라는 것도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

매일 조금씩 알아가던 친구의 이름을 듣게 된 느낌이다.

멋 내기 용품들이 마트의 반 이상을 채우던 요상했던 탈린의 상점과 거리와 사람, 풍경들,

어떤 보여주기식의 겉멋이 부풀어진 물가처럼 전반적으로 과하다. 생각했는데

마트를 점령한 스타킹도, 멋 내기 용품도, 힐과 진한 화장과 속눈썹, 무쓰, 남자답고 여자답고의 느낌이 없이

낮은 신발, 헝클어지고 긴 머리와 질끈 묶은 머리, 그대로의 흰머리, 낡은 바지와 점퍼, 자연스러운 빈티지,

민낯 그대로 늘 이방인의 인사에 활짝 웃어 보이는 담백하고 솔직해 보이는 모습이 

잘 알지는 못해도 그들의 있는 그대로인 것 같은 핀란드 탐페레 인과

닮은 모습이다.

여전히 잘 해먹고 산다.

유기농 배추는 보지 못했고, 일반재배 작은 배추도 비싸기에  양배추를 사 와서 양배추 김치를 한통 담가놓고 

(진정 맛나다!)

핀란드의 얼마 안 되는 주요 농산물인 감자를 처음으로 쪄서 먹어보고

('고구마파' 이지만 진정 맛나다!!)

평소 조미료나 소스류를 절대 사지 않는데 갑자기 뭔가 안 먹어보았던 별미를 먹고 싶어 

연근, 호박, 양송이버섯에 아시아마트에 들러 처음으로 산 시판 소스 조미료 듬뿍, 

갈릭 파우더와 다시마 가루를 넣고 마라샹궈를 해먹는다.

(오오오, 진정 맛나다!!!)

마라샹궈는 소스 성분을 보고 먹지 않았었는데

고삐가 풀려 먹어 본 음식 중 가장 맛난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지 않아도 된장 한 통이라 아껴둘 생각으로 유기농 마트에서 산 현미 미소 된장이 영 별로였는데

매일 먹고 싶을 정도의 강력한 맛!

어떤 음식에도 기름을 넣지 않고, 기름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는 내가 이 고추기름 덩어리에!

중국 현지에서 먹던 훠궈나 뭐 그런 것들보다 훨씬 맛나다.

후아.

결국 밥상을 차리다가 맛을 보고 혼미해져 맥주를 소환한다.

결국 이렇게 매일 맥주를 마신다.

가장 좋아하는 행위는 뭘 직접 그리고, 자르고, 연장질하고, 뚝딱뚝딱, 조물딱 거려서 만드는 행위다.

뭔가 만들고 싶은 욕구 때문에 늘 생각만 하던 우꾸와 묭이, 토미팬더 엽서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래서 화방이랑 근처 잡화상, 문방구 등을 여기저기 구경하고 재료를 보러 다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매우 단순한 재료만 취급한다.

한국의 화방, 문구사가 얼마나 다양하고 정말 별의별 것 다 있었는지 나와보니 알겠다.

결국 원하는 것은 구하지 못하고 음~ 청 비싼(거기서는 가장 쌌던) 2유로  종이 한 장을 사서 나왔다. 

뭔가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행위는 준비 과정부터 정말 큰 행복이다.

가장 단순하고 완벽한 즐거움은 일상에 온전히 존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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