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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Jan 08. 2020

(핀란드 일지) Finland - Helsinki

비와 바람과 쑥갓






2019.08.12


탐페레 집주인 빌레네 집에는 화분이 10개 정도 있었다.

한 달 동안 그 녀석들을 돌보는 것이 매일의 귀찮고 행복한 작은 임무였다.

헬싱키 집주인 헤이디의 집에는 작은 화분이 하나.

너무 시크한 덕분인지 물을 주고 가꿔달라는 말이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이라 그런 것일 수도.

어쨌든 여기서도 매일 작은 즐거움을 주는 녀석에게 물을 주며 성장 과정을 보는 식물 집사의 나날이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물을 주고 있는 걸까? 싶을 만큼 시들시들했는데

물을 주고 말을 건네는 하루하루가 지나니 새 잎들이 쑥쑥 돋고 있다.


헬싱키의 칼리오 지역에는 다양한 아시안 마트들이 있다.

중국, 인도,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있고 생채소들도 제법 있어 어찌나 재미있던지.

정말 핀란드는 물가가 결코 무작정 비싸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수많은 비건 정크푸드의 가격인데  

밖에 나오면 다 비싸다는 한국 라면이 모두 1.1 유로씩이다.

탈린에서는 사진 않았지만 2유로가 넘는 것 같았고, 불가리아나 마케도니아 등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서도

한화 2000원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한국에서도 채식 라면이라 해도 팜유가 들어 있는 라면을 먹지 않았었던 나.

나와서는 먹깨비가 계속 뭐가 충족되지 않는지 아시아 마트에서 순라면을 사 와서 미친 듯이 마시곤 한다.

그러다 정신 차리곤 녹두 면이나 쌀국수를 끓여먹는다.

아시아 마트에서 최고로 탄성을 자아낸 것은 바로 쑥갓!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향채가 바로 깻잎과 쑥갓인데 여기서 쑥갓을 만날 줄이야!

유럽 넘어와서 느낀 건 정말 잎채소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

한국도 채소가 다양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찌나 풍족하게 먹고살았는지 느끼게 된다.

매일 먹던 유기농 케일, 상추, 깻잎, 근대, 치커리, 쑥갓......

다행히 유기농 어린잎 채소나 양상추가 있어서 매일 감사히 먹고 있지만 

쑥갓을 만나니, 유기농도 아닌 국적 불문, 재배양식 불문일지라도 

쑥갓이라는 생물을 만났다는 것에 눈이 번쩍!

한단으로 뭘 해 먹을지 사다 놓고 무진장 행복했다.


오늘이다.

바로 오늘이 쑥갓님이 힘을 쓰실 날이다.

비가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흔하지 않은 비가 와서 아침 댓바람부터 아침식사 바나나를 들고, 우산을 들고 

집 뒤 바닷가를 다녀왔다.

역시나 사람이 없어서 그 넓은 바다와 바위를 전세 낸 듯 태풍처럼 부는 거센 바람을 벗 삼아 아침 산책을 하며

파도가 훑고 내려가고, 다시 올라와 찰싹 훑는 바위에 조심히 서서 

바람과 파도와 폭우를 온몸 세포 가득 새기고서야 돌아왔다.

이런 날은 역시 맛난 것에 맥주!

토미가 로봇이 썬 것 같은 칼각으로 재단해 놓은 두부와 버섯 그리고 쑥갓으로 마라샹궈를 만든다.

비가 그치지 않았으면! 싶었는데 다행히 계속 계속 내려준다.

짝꿍과 비와 바람과 맥주와 쑥갓님이 듬뿍 든 마라샹궈.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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