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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Jan 16. 2020

(핀란드 일지) Finland - Helsinki

단기 주민, 이방인, 여행자 그 경계 어딘가







2019.08.16


떠난다고 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 삶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면 이 오랜 불면증이나 이 오랜 골골댐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잠을 못 자고 버티고 버티는 날들의 어느 순간엔 가는 의식도 몸도 모두 몽롱한 상태가 된다.


오늘이 그런 날.

오늘 세우라사리쪽으로 다시 산책하고 싶었던 날인데 조금 걷다 보니 더 걸을 수 없는 상태다.

시벨리우스 근처까지 안간힘을 다해 걷다가 더 걷는 것이 의미 없다. 싶어 

근처에 봐 두었던 도서관을 찾았다.

한국을 떠나서 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책을 맘껏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보고 싶은 책은 맘껏 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갈증이 종종 찾아오기에

그런 것에 대비해 항상 도서관 위치를 알아두는데 

언제 갈까. 싶던 날이 바로 체력 바닥으로 육체 산책을 할 수 없는 오늘이다.

생존 핀란드 옹알이를 제외하고 영어도 생존 수준 정도이지만

동화책, 그림책, 사진집 등  종이로 된 책은 뭐든 촥촥 넘기고픈 마음. 누군가는 이해할 것이다.


오늘도 조용한 공원 구석. 

사람들이 잔뜩 보인 시벨리우스를 건너 청설모가 살고 있는  공원 하나에 살짝 들어오니

깔끔한 건물이 하나 들어온다. 도서관이다.

처음 방문했던 중심의 국립 도서관과는 다른 현대적이고 아담한 숲 속의 도서관. 핀란드답다.

충정로에 거주했을 때 매주 다니던, 안산 근처에 자리한 이진아 도서관 생각이 난다.

뷔페에 막 도착한 한참 굶은 사람 마냥 어린이 방으로 들어가

핀란드어로 된 그림이 좋은 동화, 영어도 된 그림 좋은 동화와 무민 만화를 마구잡이로 집어 읽으니

수준이 딱. 

늘 그림 동화책을 즐겨봤었는데 이 문화권의 그림은 또 흥미롭다.

역시 그림은 세대, 문화, 인종.  모든 다름으로 경계 지어진 것을 뛰어넘는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본능의 분야.


읽고 싶던 무민 만화와 동화까지 천천히 읽고 나니 4시간이 훌쩍 지난다.

너무나 편안한 의자와 너무나 자유로운

(사실 직원부터 방문객 모두들 너무나 말소리도 크고 시끄러운!) 도서관에 파묻혀 있자니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추레한 이방인들이 어설프게 주민이 된 것 같은, 일상의 편한 느낌이 좋은 시간이었다.


이젠 또 걷고 싶어 진다.

어차피 돌아서 집에 가는 길이니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무료 개방이라는 국립 박물관에 들른다.

도착해 보니 지난번 멀리서 교회인 줄 알고 지나간 곳이 박물관이다.

역시나 동물 모양과 석상은 지나치기 힘들다.

핀란드의 상징 곰이, 너무도 귀엽게 조각되어 있어 안에서보다 

박물관 외관의 돌조각과 곰 조각이 쏙 마음에 든다.

동물 조각은 역시 궁둥이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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