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의 그림자가 잔인하게 덜렁. 분리했을 때도
전부라 여겼던 몸짓에 의구심을 품을 때도
진공 팩 속 짜부라진 데친 고사리처럼 존재가 으스러졌을 때도
당신은 왜 나를 지키고 있었습니까?
내가 나를, 삶이 나를, 그림자가 나를 버렸을 때도
당신은 왜 나를 살피고 있었습니까?
차라리 우주 속에 던져진 상태로 둥둥거리다 가면 좋은
썩은 곰팡이처럼 검푸르죽죽한 나에게
왜 그토록 뜨끈하고 다독이는 얼굴을 주며 바라보는 겁니까?
돌아버리겠습니다.
어스러진 밤을 견디고, 분리된 밤을 지나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다시 잘난 볕에 타들어 가고 바람에 찢겨도 이어가야 합니다.
이 밤과 아침 사이 나를 지켜볼 당신을 만나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