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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Nov 19. 2019

(핀란드 일지) Finland - Tampere

나의  '숲'으로




아침에 공기 측정기인 샤오와 휴마를 켜는 것이 한국 살이에서 몸에 밴 습관이다.

실제 상황인가!!

이 녀석들이 한국에서 하도 일을 많이 해서 고장이 났나. 싶은 수치.

아직도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4일을 측정하고서야 실제 수치임을 믿기로 했다.

하늘의 흐름이 하루는 쨍- 하고, 하루는 비가 오고.

지금까지는 이런 반복이라 탈린의 햇볕에 기겁했던 날들과 다르게

아직까지는 아주 좋다.

게다가 쨍할 때도 선선하다 못해 추워서 집 안에서도 후리스를 꺼내 입었다.

그래도 여름인데 덥겠지. 라며 반바지를 꺼내봤더니 

외출시에는 두꺼운 바람막이와 긴팔, 긴바지를 입고도 내복이 아쉬울 만큼 가을과 초겨울을 오간다.

유럽행 티켓을 끊는 그 순간까지도 잠 못 자고 고민하던 핀란드행.

'숨' 답게 쉬고 싶다. 는 강렬하고 원초적인 바람 하나 만으로 

물가가 사악하다는 핀란드행을 선택했던 나.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한 셈이다.


나름의  '이사'이다 보니

이동하면 마트와 시장 탐방을 해서 식량과 생필품 구입처를 확보해 두는 것이 

도착하면 바로 실행하는 며칠의 주요 일과.

동네 주변을 돌면서 무슨 한국의 교회나 편의점 만큼 많은 K-Market 를 둘러보고

가장 저렴하다는, 매장이 많지 않은, 그렇지만 나름 가까운  LIDL 도 가보고

카우파할리, 백화점 식품 매장도 가보고

유기농 매장도 둘러본다.

탈린에서부터 핀란드 물가 걱정에 주름이 늘 지경이었는데

탈린에서 한 달간 단련되어서 그런지 핀란드의 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의 물가가 그렇듯 헬싱키보다는 지방이 조금 저렴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며칠 동안 내가 느끼는 물가.

내가 보는 물가는 채소, 과일, 유기농 식품, 유기농 가공품, 쌀, 그리고 비건 가공품 정도인데

오히려 탈린보다 저렴한 품목들이 많다.

물가에 대한 건 다음 일지에 자료 삼아 한번  남겨봐야겠다.


탐지견마냥 주변을 구석구석 탐색하는 것이 요즘의 일과.

그러다가 집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작은 숲도 만나고

10분을 걸으면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을 만난다.

아직도 매일 그리운 하노이 호안끼엠의 물을 향한 나무들이 생각나는 나무도 만나고

쌍문동에서 만나던 친구와 똑같은 오리도 만나고

여러 동물 친구들을 만난다.

인위적인 것이 최대한 배제되어 있어 흙과, 풀과 물과 동물이 어우러진 이 환경이 좋다.

놀랍게도 여기저기 공사를 무진장, 내가 본 어느 도시보다 지나치게 많이 해대고,

전 인구가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아 피할 틈도 없이 뱉은 연기를 고스란히 빨아들여야 하고,

너무 많은 노인들이, 아니 대부분의 노인들이 목발을 짚고, 휠체어를 타거나  끌고 다니고,

너무 많은 소세지, 너무 많은 아이스크림, 너무 많은 치즈가 있지만...


있는 그대로 보자.

좋은 것, 나쁜 것도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그것이 그래도, 저것이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바둥대지 않아도  

내 존재는 온전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니.

조급하지도, 혼란스러워하지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자책하는 나를 채찍질만 해대는 '나' 에 대해서도 '생각' 놓자.

그런 힘찬 마음을 조용히 바라봐 주고, 강한 생각을 조용히 바라봐 주고

변치 않는 나의 '숲' 에서 함께 편안히 있자고 손짓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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