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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Nov 25. 2019

(핀란드 일지) Finland - Tampere

끼이또스, 토미




집의 위치는 항상 교통과 마트, 재래시장이 가까운 곳으로 잡는다.

탐페레 집을 알아보면서 찜 한 집들 중 가장 저렴한 집들이 속속들이 예약 완료가 되고 있어 

심하게 똥줄이 타고 있던 시점에 지금 Ville 집은 먼저 큰 할인을 제안한 Ville 덕분이기도 하고

재래시장이 5분 내에 있다는 것 덕분이기도 하다.


일찍 문을 열고 일찍 파장하는 북유럽의 영업시간에 맞추고, 마음먹은 날은 늘 비가 와서

오늘에서야 그 야외 재래시장으로 나선다.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리는 야외 시장.

쨍하던 하늘이 바로 회색으로 덮이더니 비가 오고 그치고를 반복해서 

오늘도 열지 않았겠다 싶었는데 우중충한 하늘 아래 그래도 반은 열린 듯하다.

마냥 시장이 좋은 나.

세수도 하지 않은 몰골로 인사를 하고 다니며 농산물들을 구경한다.

딸기, 체리, 미니당근, 브로콜리, 완두 콩......

생각보다 품목이 별로 없고, 다 동일한 품목들만 판다.

탈린의 재래시장처럼  수입품들이 많고, 게다가 저렴하지도 않다.

그리도 잔뜩 곰팡이가 핀 녀석들이 많다. 

모두 이방인의 'moi' 에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지만 아쉽게도 장은 보지 못하고 

유독 비건 제품이 많은 바로 옆 K-Market 에서 유기농 바나나와 샐러드 채소를 산다.

이곳의 유기농 바나나는 탈린이나 폴란드, 한국의 유기농 바나나와 비교도 되지 않게 맛이 좋다.

분명 모두 다 수입품인데 맛이 차이가 분명하고, 지금껏의 유기농 바나나 중 가장 저렴한 도시이다.

파인애플, 복숭아, 수박도 한국보다 저렴하다.

스치는 여행이었으면 잘 몰랐을 물가를 알고 나니 이번 생에  끝일 거라고 생각했던 핀란드 살이가

다음을 기대하고 싶을 만큼 조금 자신이 붙는다. 


과일 아침을 먹고,  먹기 싫은 흩날리는 롱 그레인 현미를 불려 놓고 

토미가 쓕쓕쌱쌱휘리릭  반찬 준비를 하고 

그렇게 호박, 버섯으로 두 가지 요리를 함께 준비해서 

유기농 샐러드, 한국에서 모셔온 귀한  한살림 파래김으로 흩날리는 만찬을 한다.

어제 Alko에서 사 놓은 8.9 유로의 유기농 비건 와인도 함께!

(둘 다 맥주만 좋아하면서 맥주 값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와인을 도전하기로 했다. 허허허)

이놈의 현미는 아직도 도전 중인데 한국처럼 둥근 현미를 찾지 못했다.

백미는 싫은데 이 맹맛의 현미를 먹으면 두 그릇을 먹어도 뇌가 밥을 먹었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밥맛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너무 절실히 느끼고 있는 해외살이다.


탐페레에서의 일과도 탈린에서와 비슷하다.

아침에 토미가 먼저 한국과 연결된 일을 보고,

그동안 내가 과일을 씻거나 손질하고,

같이 108배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각자 할 일을 하고건 얘기를 하거나 영화쟁이 토미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같이 보거나, 

각자 놀거나 집안일을 하고, 함께 천천히 식사 준비를 하면서 어슬렁거리다가 식사를 마치고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밖을 어슬렁거리고 들어와

이것저것 하거나 가만히 쉬다가 잠든다.


오늘은 유기농 마트나 다른 마트 갈 일이 있을 때 지나치기만 했던 여울 쪽을 슬며시 걷는다.

다리 쪽은 지나치게 대형 공사 중이라 너무 맑은 날이나 특별히 볼 일이 없을 때에는 삼가기로 했는데

오늘은 유기농 마트에서도 장을 본 김에 그쪽으로 나가야 했기에 슬슬 물길을 따라 걷는다.

추워서 콧물이 줄줄 흐르고 눈물도 나는데 좋다.

뭔가 느낌이 묘하고, 조용한 곳이라 걷기가 좋다.

옛 공장 터의 느낌이 남아 있는, 물은 갇히고 떨어지며 이용당하고 있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반대편은 공사투성이인데 빠른 물살의 소리, 갈매기의 소리만 가득 차 있는 공간.

다음은 물길을 따라 다리 건너편까지 가봐야겠다.

숲과 물,

그리고 현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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